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차남, 대선 5개월 앞두고 유죄 평결…美 현직대통령 아들 첫 ‘유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델라웨어주, 조 바이든 대통령이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낸 바이든가(家)의 고향에서 그의 차남 헌터(54)가 11일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재판에서 유죄평결을 받은 지 2주 만에, 미국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도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이다. 미 주요 언론들은 이번 사태가 11월 대선에서 집권 민주당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했다. 하지만 “아픈 가족사를 지닌 바이든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받을 충격은 클 것은 분명하다”라고 진단했다.

● 아픈 가족사-고령의 바이든에 타격 클 듯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에서 이틀간 3시간 5분에 걸쳐 심의한 끝에 이날 헌터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2018년 10월 그가 마약 중독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권총을 구매·소지했다는 혐의다. 사건을 맡은 데이비드 웨이스 특별검사는 “미국에서는 누구도 법 위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헌터는 팔짱을 끼고 무표정으로 평결을 들은 뒤 아내 멜리사와 의붓어머니이자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인 질 여사의 손을 잡고 법정을 나섰다. 헌터는 일찍 친어머니를 여의고 질 여사 밑에서 자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소식이 나오자마자 5시간 만에 전용헬기 ‘마린 원’을 타고 윌밍턴으로 날아왔다. 미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의 윌밍턴행(行)은 평결 발표 후에야 전격 확정됐다”고 전했다. 방송 카메라에는 그가 활주로에서 헌터를 와락 껴안고, 허리를 숙여 어린 손주 보 바이든 주니어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가족과 함께 밤을 보내고 이튿날 오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헌터가 유죄 평결을 받더라도 사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선을 그어왔다. 11일도 “나는 대통령이자 아버지”라며 헌터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예정대로 워싱턴의 총기 규제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사법 과정을 계속 존중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유죄 평결 후 사법 시스템이 조작됐다고 비난한 것과 차별화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평결은 대선까지 남은 기간 바이든에게 개인적으로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82세인 그는 1972년 교통사고로 첫 부인과 장녀 나오미를, 2016년 뇌종양으로 장남 보를 잃었고 차남 헌터의 마약 중독으로 수년간 골머리를 앓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헌터의 정신건강을 우려하며 거의 매일 전화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수시로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는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선고가 통상 평결 120일 이내에 확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헌터의 형량은 대선 한 달 전인 10월 초에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초범인데다 폭력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만큼 징역형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그는 탈세 혐의로 9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재판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헌터의 불법 총기 소유 재판은 중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천만 달러를 긁어모은 바이든 일가의 진짜 범죄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 1000차례 분석 결과 바이든 승률 53%

이날 미 ABC방송의 선거 예측 웹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은 1000차례의 시뮬레이션 결과,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승률은 53%,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라고 예측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블루월(민주당 강세 지역)’로 꼽혔지만 현재는 경합주로 분류되는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에서 승리해 모두 27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 대선에선 선거인단 총 538명 중 과반인 270명을 확보한 후보가 승리한다. ABC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과 최근 미 경제지표 개선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