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투데이’는 현지시간으로 9일 스포츠 베팅 허용 이후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실태를 전했다.
미국은 2018년 연방 대법원이 네바다주 이외 지역에서 스포츠 베팅을 허용한 이후 39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스포츠 베팅이 합법화됐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스포츠 베팅 허용 이후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스포츠 베팅은 미국 프로스포츠 현장에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구단들이 베팅 업체와 후원 협약을 맺으면서 경기장 현장과 방송 중계에서 베팅 업체의 광고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단순히 경기 결과뿐만 아니라 선수 개인의 경기 내용에 베팅하는 프로포지션 베팅도 성행하고 있다.
선수들의 퍼포먼스 하나하나에 거액의 돈이 오가고 있는 것. 누군가는 돈을 잃게 돼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분노는 고스란히 선수들을 향하고 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마무리 폴 시월드는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내 욕은 물론이고 우리 가족들 욕까지 한다. ‘너를 죽이고 네 가족들도 죽이겠다’는 말까지 한다”며 자신이 받은 협박들에 대해 말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추해지고 있다. 정말 무섭고 슬프다. 이전에는 팬들이 그저 팀이 져서 화가났다면, 이제는 도박 때문에 화를 낸다. 이 사람들은 팀은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의 베팅만 신경쓴다”며 두려움을 토로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발 로건 웹은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소셜 미디어 DM을 통해 온갖 욕들을 받게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해 정말로 열정적이었다. 그리고 이제 여기에 돈이 더해졌다. 이전보다 더 커졌다. 내가 뛰던 첫 해 베팅이 그리 성행하지 않을 때는 ‘넌 최악이야. 이 팀에 있으면 안 돼’ 정도의 욕만 받았다면 이제는 ‘너 때문에 돈을 잃었어’라며 욕들을 보낸다. ‘이봐, 나는 네 탈삼진 기록에 돈을 걸었어’라고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며 상황을 전했다.
협박 경로도 다양하다. 같은 팀 우완 불펜 타일러 로저스는 “사람들이 벤모(미국의 송금 어플)에서 내 계정을 찾아내 ‘이봐, 너 때문에 1500달러를 잃었어. 나한테 갚는게 좋을 거야’라는 메시지와 함께 송금 요청을 해온다. 그래서 계정을 비공개로 돌려야했다”며 경험한 일을 소개했다.
이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도 사무국과 단체 공동 교섭 과정에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르면, 구단들은 팬들이 선수나 그의 가족, 구단 관계자나 심판에게 베팅과 관련해 공격적인 언행을 금지하는 것을 팬 행동 규칙에 포함시키고, 위협을 받을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핫라인을 개설하며 경기장 내 전광판에 특정 선수의 베팅과 관련된 정보를 게시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조항만으로는 선수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드러난 것.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지난 2019년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끔찍한 협박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구속된 벤자민 터커 패츠라는 이름의 24세 남성에게 내려진 형량은 집행유예 3년에 가택 연금 6개월이 전부였다.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미국 프로스포츠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베팅 업체와 스폰서십에서 나오는 수익은 이미 거부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이와 동시에 베팅과 관련된 문제들도 끊이지 않고 등장할 것이다.
USA투데이는 “(베팅 업체에 대한) 프로모션과 광고가 줄어들거나 팬들의 괴롭힘과 위협이 멈추지 않는 이상, 메이저리그에서 도박과 관련된 스캔들이 파인 타르처럼 중요한 소재가 되더라도 놀라면 안 된다”며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츠버그(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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