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의 경제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의 강세 기조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견고한 미국 경제는 2022년 10월부터 시작된 강세장의 가장 든든한 토대였다. 미국 경제가 탄탄하게 버티고 있었던 덕분에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도, 금리 인하 시기가 연기돼도 증시는 랠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분기별 실질 GDP 성장률/그래픽=윤선정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약화되는 경제지표
━
미국 노동부는 4일(현지시간) 지난 4월 구인 규모가 806만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조사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840만건을 하회하는 것으로 3년 이상만에 최저치다.
전날 발표된 미국 제조업 지표도 부진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5월 제조업 지수는 48.7로 지난 4월의 49.2에 비해 하락했고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49.6도 하회했다.
미국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3%로 지난해 4분기의 3.4%에 비해 대폭 둔화됐다. GDP 성장률은 속보치, 수정치, 확정치로 3번에 걸쳐 발표되는데 올 1분기 GDP 성장률은 수정치까지 나왔다.
올 1분기 GDP 성장률 수정치가 1.3%로 속보치 1.6%에서 하향 조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정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
경기 둔화, 증시 조정 유발하나
━
세븐스 리포트의 설립자인 톰 에세이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시장에서 나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예상치 못한 급격한 경기 둔화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경기 둔화는 증시에 타당하게 유의미한 조정을 유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벤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지켜보며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졌다며 표면적으로는 기업들의 순이익이 견조해 보였지만 이는 비용을 통제한 결과라고 밝혔다. 또 소비자들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며 수요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중요
━
지금까지 경기 약화 신호는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앞당기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증시에 호재로 인식됐다. 하지만 에세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언제나 급격한 경기 둔화를 막을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투자업에 종사하면서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경기 둔화 신호에 환호하는 것을 두 번 봤는데 연준은 이 두 번 모두 금리를 제 때 인하하지 못했고 경기 둔화가 더 광범위한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이 이번에도 시의적절하게 금리를 인하하지 못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떨어지는 칼을 잡는 것은 실생활에서 불가능하고 주식 거래에서도 어려우며 통화정책에서도 가능했던 경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경제라는 칼이 떨어질 때 연준이 딱 맞는 시점에 금리를 인하해 경기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아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의미다.
내셔널 얼라이언스 증권의 국제 채권팀장인 앤드류 브레너도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경기가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를 놓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약화되고 있다. 아직 경기 침체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경제가 약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낮고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소비자 지출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 증거라고 지적했다.
━
증시, 경기 민감도는 낮아져
━
다만 미국 증시의 경기 민감도가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미국 증시가 경기 둔화에 과거만큼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씨티그룹의 전략가인 스콧 크로너트는 보고서에서 전반적인 경시경제적 추세만 감안하면 S&P500지수는 4000이면 충분해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S&P500지수가 전반적인 미국 경제 및 글로벌 경제와 같은 북소리에 맞춰 움직이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S&P500 기업들의 실적과 GDP 사이의 상관관계는 하락했으며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다양한 분야에 AI(인공지능)를 도입하려는 움직임 등 다른 요인들이 GDP 성장률 외에 기업들의 추가적인 이익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P500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김지영 |
크로너트는 이에 대해 "펀더멘털에 대한 시장 근간의 경기 민감도가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결과적으로 전체 경기 사이클에 걸쳐 기업들의 수익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주가 밸류에이션도 올라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그는 경제 전망이 혼재돼 있음에도 기업들의 순이익이 GDP 성장률보다 더 빨리 늘어날 수 있는 구조적 순풍을 고려할 때 S&P500지수가 5500~6200 사이에서 거래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세븐스 리포트의 에세이도 거시경제가 우려되긴 하지만 국채수익률이 낮아지고 투자자들이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에 더 초점을 맞춘다면 S&P500지수가 5700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은 올해 243달러에서 내년에는 270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배런스는 증시가 통상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여름에 접어든데다 경제지표는 악화되고 있고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올 여름 동안 증시 상승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5일에는 개장 전에 ADP의 5월 민간 고용 보고서가 나온다. 오는 7일에 발표되는 노동부의 5월 고용지표 발표 전에 민간 고용 증가폭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ISM의 5월 서비스업 지수도 공개된다. ISM의 제조업 지수처럼 둔화 조짐이 분명한지 주목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