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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조∙겁박∙회장 눈치보기…아마추어 같은 KLPGA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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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KLPGA 빌딩 사옥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사진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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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임원 선출 절차가 정관에 어긋났다고 비판한 지난 3월 연합뉴스 기사와 관련, KLPGA는 담당 기자에게 이런 메일을 보냈다.

“사실이 아닌 기사가….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 등에 대하여 강력히 대응하겠습니다.”

“어떠한 경로로 이사회 내용을 전달받았는지 밝혀 주시고, 만약 밝힐 수 없다면 그 이유와 기사 내용 정정을 거부한 이유도 소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답변은 유선이 아닌 이메일로 답변 주시기 바랍니다. 답변은 KLPGA 감사 보고서에 기록됩니다.”

“향후 KLPGA 및 KLPGT 정보를 기사화하실 때에는 기자로서 정확한 정보를 취재하는 절차를 진행해주시기 바랍니다.”

내용을 보고 놀랐다. 경어체만 썼을 뿐이지 내용은 취조고, 겁박이다. 강력히 대응하겠다, 소명하라, 정확히 취재하라 등 전 근대적인 언론관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골프 취재 기자단은 사과를 요구했고 KLPGA는 보도가 나간 지 두 달이 지난 30일 공식 사과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KLPGA가 민주주의의 기둥인 언론의 자유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 부족 이외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전근대적이고 아마추어적인 집단인 걸 알게 됐다. KLPGA 발전을 위해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KLPGA는 회장단 선출 이사회 내용 제보자 색출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거로 보인다. 왜 숨기려 하고, 왜 색출하려 했을까. 임원 선출 관련 이사회 내용이 알려지면 안 되는 일인가.

집행부 선출에 관해 선수를 포함한 회원들도 알고, 골프 팬 및 골프장업계, 스폰서 등 투어 관계자들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떤 이사가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비밀투표 내용을 제외하면 모두 공개해야 하는 내용 아닐까.

물론 잘 못된 정보가 나갔다면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미디어의 보도가 항상 정확한 건 아니다. 똑같은 사안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고, 단순 실수도 있을 수 있고, 취재원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잘 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KLPGA는 사실이 아닌 기사라고 단정해 정정을 요구해 놓고 그 틀린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무도 답을 하지 않는다. 그냥 피하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팩트 체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정정을 요구한 건 아닌지, 회장이 보기에 기분 나쁜 기사는 틀린 기사라고 판단한 건 아닌지 의심된다.

이 건은 KLPGA 임원을 뽑는 이사회에서 생긴 일이다. 문제가 생기면 KLPGA 수석부회장이나 전무가 대응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색출부터 뒷수습까지 KLPGA 신임집행부는 배제하고 KLPGA의 자회사인 KLPGT가 주도한 인상이다. KLPGA는 아직도 직무 분장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가, 아니면 회장의 신임을 받는 실세가 조직을 뛰어 넘어 이것 저것 다 처리하는 구조인가.

이 사건이 끝나는 데 두 달이 걸렸다. 회장 눈치를 보느라 시간을 질질 끌었다. 감사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가 기자들이 반발하자 KLPGA 명의로 바꿨다. 문제가 되자 힘없는 홍보팀에 책임을 전가하려 하기도 했다. 아마추어 같은 KLPGA 운영의 실체를 다시 한번 보게 됐는데 이전보다 훨씬 악화된 것 같아 씁쓸하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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