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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8년간 시즌 도중 사퇴만 4번… 감독의 무덤 된 프로야구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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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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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둥지는 감독의 무덤인걸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최원호(51) 감독이 물러났다. 한화는 4명의 사령탑을 연달아 시즌 도중에 떠나보냈다.

한화는 27일 최원호 감독과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한화 구단은 '최원호 감독이 지난 23일 경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고, 26일 구단이 이를 수락했다. 박찬혁 대표이사도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원호 감독은 통산 278경기를 지휘하면서 107승 162패 9무(승률 0.398)의 성적을 남기고 물러났다. 한화는 정경배 수석코치가 대행을 맡으면서 새 감독을 선임할 계획이다.

형식은 자진사퇴지만 성적 부진에 따른 경질에 가깝다. 한화는 시즌 초반 7연승을 달리며 선두를 질주했으나, 하락세를 그렸다. 27일 현재 순위는 8위(21승 1무 29패)다. 개막 후 17경기 연속 만원을 기록할 정도로 팬들의 기대치는 높았지만 그에 미치지 못했다.

한화는 지난해 채은성과 이태양을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했고, 올 시즌에도 안치홍과 계약했다. 개막 직전엔 류현진까지 돌아왔다. 지난해 홈런왕에 오른 노시환과 신인왕 문동주의 폭발도 예상됐다. 하지만 기대했던 선수들이 예상외로 부진했다.

이른바 센터 라인이라 불리는 2루수, 유격수, 중견수 수비력 문제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엔 어느 정도 버텼던 불펜진도 평균자책점 최하위(5.82)로 무너졌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까지 이어지면서 최원호 감독으로서도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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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시즌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가운데)과 채은성(왼쪽), 노시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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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감독은 은퇴 후 LG 코치를 거쳐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체육학 석사, 운동역학 박사 학위를 받는 등 공부하는 지도자로 평가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과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내다 2019년 11월 퓨처스(2군) 감독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2020년 1군 감독 대행을 한 차례 맡았고, 2군 감독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지난해 1군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어려운 상황에서 두 차례 팀을 맡았지만,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다.

최원호 감독이 물러나면서 한화는 최근 7년 사이 네 명의 감독이 시즌 도중 사퇴하게 됐다. 한화는 2015시즌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으나 2017년 5월 갈등을 빚다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상군 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친 한화는 2018년 한용덕 감독이 부임했고,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2020년 팀 최다 연패 기록을 세우면서 그해 6월 한 감독이 스스로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이후 최원호 대행이 시즌을 끝까지 치렀다.

한화는 팀 리빌딩을 목표로 삼고 베네수엘라 출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했다.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무른 한화는 2023년에도 성적이 나아지지 않자 수베로 감독을 해임하고, 최원호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최 감독까지 전반기를 넘기지 못하고 떠났다. 또다시 중도 퇴진과 대행, 그리고 감독 체제를 반복했다.

한화는 2009년 김인식 감독이 물러난 이후 계속해서 감독 선임 문제로 골머리를 썩었다. 최고의 명장으로 불리던 김응용, 김성근 감독을 데려왔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육성 전문가인 수베로 감독을 데려왔으나 교체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해 연승 기간에 떠나보냈다. 그를 대신한 최원호 감독 역시 1군 경력이 많지 않은 육성에 강점이 있는 지도자다. 감독 선임을 한 모기업 및 구단 고위 관계자들의 책임이 크다.

갈팡질팡하다 시간만 허비했다. 지난 15년 동안 한화가 딱 한 번 가을 야구를 맛보는 사이 9구단 NC 다이노스와 10구단 KT 위즈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LG 트윈스는 암흑기를 벗어나 가을 야구 단골 손님이 됐고, 지난해엔 정상까지 밟았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자신있게 리빌딩이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제자리였다. '보살 팬'의 가슴만 타들어가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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