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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버닝썬 사태

“이게 나라냐!”…BBC 다큐로 보게 된 ‘버닝썬’의 씁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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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비비시 다큐멘터리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 이야기’의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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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18개월, 최종훈 2년, 경찰 총경 무죄. 이게 나라냐!” “이 다큐가 한국이 아닌 비비시(BBC)에서 나왔다는 게 비극이다.”



비비시 다큐멘터리 ‘버닝썬-케이(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 이야기’가 지난 19일 유튜브에서 공개된 뒤 반응이 뜨겁다. 승리, 최종훈, 정준영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시작해 클럽 버닝썬 사건까지 증언으로 되짚는데, 21일 낮 기준 조회수 340만회가 넘으며 댓글 2만1천여개가 달렸다.



시청자들은 주로 분노했다. 성폭력, 불법 촬영물 유포, 경찰 유착 등 사건의 심각성에 견줘 가해자들의 형량이 너무 가벼웠다는 점이다. 가해자들은 벌써 출소해 잘살고 있는데 다큐에 등장한 피해자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이 사건은 2016년 정준영이 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로 고소당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큐에 따르면 정준영은 경찰 출석 전 휴대폰을 사설 포렌식 업체에 맡겼고, 정준영의 변호사는 이 포렌식 업체와 피해자를 압박했다. 경찰은 수사를 흐지부지 종결했다. 그러나 정준영의 휴대폰을 포렌식 한 복사본이 존재했고, 3년 뒤 누군가가 이 복사본을 언론에 제보하며 그들의 민낯이 세상에 까발려졌다.



한겨레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 이야기’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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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 이야기’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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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에서는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공유된 영상 일부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영상에서 승리는 힘겨워하는 여성을 윽박지르며 끌고 가는 등 여성을 “장난감” 취급했던 실체가 명확하게 확인됐다. 이 사건을 취재한 에스비에스(SBS)연예뉴스 강경윤 기자는 다큐에서 “돈, 권력, 여성, 섹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 사회 축소판 같았다. 이 분야(연예)에서 일하면 할수록 우리 사회 밑바닥 본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승리 일행과 유착관계를 맺은 이른바 ‘경찰총장’이 누구인지 밝히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 지금은 세상을 떠난 가수 구하라라는 사실도 공개됐다. 인기 케이팝 그룹 멤버라는 명성이 엄청난 권력이 될 수 있다는 현실도 씁쓸함을 안겼다. 이 사건이 당시 한국에서 젠더 문제로 확장된 부분도 언급했다. 한 누리꾼은 댓글에서 “여성을 구하기 위한 행동을 하면 페미라고 불리며 마녀사냥의 타깃이 되는 한국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승리 일행의 구속은 사건의 끝이 아니었다. 버닝썬 직원들은 강남 클럽은 변한 게 없다고 증언한다. 당시 버닝썬에서 있었던 일들이 다른 클럽에서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피해 여성은 “가해자도 평생 죄책감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바람도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지난 1월 승리가 캄보디아의 한 행사장에서 또다시 빅뱅 이름을 앞세워 많은 사람을 열광하게 만드는 영상이 공개됐다. 정준영은 지난 3월 만기 출소했고, 15년간 불법촬영을 포함한 성범죄는 11배 증가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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