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골대를 여섯 번이나 맞출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PSG(파리 생제르맹) 선수들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2차전을 통틀어 골대를 여섯 차례나 강타하면서 결국 결승행에 실패, 눈물을 흘렸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PSG는 8일 오전 4시(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2023-2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후반전 초반 도르트문트 센터백 마츠 훔멜스에게 헤더 결승골을 헌납해 0-1로 패배했다.
앞서 도르트문트의 홈인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렸던 1차전에서 니클라스 퓔크루크에게 실점해 0-1로 패배했던 PSG는 합산 스코어 0-2로 뒤져 결승전 진출이 좌절됐다.
이미 프랑스 리그앙 우승을 확정 지은 상태였던 PSG는 '쿼드러플'을 달성하기 위해 도르트문트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에이스 킬리안 음바페를 비롯해 우스만 뎀벨레, 비티냐, 마르퀴뇨스, 아슈라프 하키미 등 각 포지션의 핵심 자원들이 모두 선발 출전했다.
PSG는 오른쪽 풀백 하키미의 오버래핑을 적극 활용한 측면 공격을 펼쳤다. 드리블에서 나오는 일대일 능력이 좋은 뎀벨레와 하키미의 공격적인 재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길 기대하는 전술이었다.
도르트문트가 PSG의 공격을 막아낸 뒤 역습을 전개하는 식으로 맞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기의 격전지는 PSG의 오른쪽 측면이자 도르트문트의 왼쪽 측면이 됐다. 도르트문트는 뎀벨레와 하키미로 이어지는 PSG의 공격을 막은 후 카림 아데예미와 제이든 산초 등 돌파 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앞세워 역습을 시도해 맞불을 놓았다.
기회는 PSG가 더 많이 만들었지만 마지막에서 날카로움이 부족했다. 도르트문트는 센터백 듀오 마츠 훔멜스와 니코 슐로터벡의 단단한 수비, 그리고 그레고르 코벨 골키퍼의 선방을 앞세워 PSG의 공세를 막아냈다.
PSG는 굳게 닫은 도르트문트의 수비를 열기 위해 워렌 자이르-에머리를 이강인과 교체하는 등 교체카드를 사용해 공격의 고삐를 당겼으나 교체 선수들에게는 시간이 부족했다.
교체로 출전한 이강인은 패스 성공 16회(19회 시도), 슈팅 1회, 드리블 성공 2회(100%), 크로스 성공 2회(100%), 롱 패스 성공 1회(2회 시도), 리커버리 1회, 지상 경합 성공 3회(100%) 등을 기록했다. 또한 장기인 날카로운 킥을 앞세워 세트피스와 직접 슈팅으로 도르트문트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다.
늦게 투입된 것 치고 전반적으로 감각이 좋았다. 실제로 이날 이강인은 교체 투입된 자원들 중 소화한 시간이 가장 짧았지만, 평점을 제일 높았다. 마치 엔리케 감독에게 무력시위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던 이강인이다.
하지만 이강인의 경기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추가시간을 포함해 18분 만에 합산 스코어 0-2로 뒤진 경기를 역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 카드를 늦게 꺼낸 대가를 패배로 치러야 했다.
하늘도 PSG를 도와주지 않았다. PSG 선수들은 이날 골대를 무려 여섯 차례나 강타했다. PSG의 홈 구장인 파르크 데 프랭스의 골대가 PSG를 외면한 것이었다.
축구 통계 매체 '폿몹'에 따르면 PSG는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무려 30회의 소나기 슈팅을 시도했고, 이중 5회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했다. 빅 찬스도 5회나 있었다.
하지만 PSG 선수들은 다섯 번의 빅 찬스를 모두 놓쳤다. 도르트문트 수비진과 코벨 골키퍼의 선방에 막힌 슈팅은 10회나 됐고, 골대를 직접 때린 슈팅도 네 번이나 나왔다. 슈팅이 골대를 강타할 때마다 PSG 선수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PSG의 주포인 음바페도, 미드필드에서 여러 차례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던 비티냐도 모두 고개를 떨궜다.
1차전에 이어 또다시 골대 불운에 눈물을 흘린 PSG다.
PSG는 1차전 당시 후반 6분경 음바페의 오른발 슈팅과 이어진 하미키의 슈팅이 연속해서 골대를 강타해 득점에 실패한 바 있다.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연달아 골대를 때리는 불운으로 득점하지 못한 PSG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결정력 문제로 인해 득점하지 못한 채 한 골 차 싸움으로 패배했다.
1차전에서 결정력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던 엔리케 감독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1차전이 끝나고 엔리케 감독은 "우리도 상대처럼 득점할 기회가 많았지만 결정력이 떨어졌다"라면서 "우리는 골대 앞에서 냉정하지 못했다. 같은 방식으로 골대를 맞추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축구란 원래 그런 것이다"라며 아쉬워했다.
이번에도 그는 'TNT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경기였다. 경기는 팽팽했지만 우리가 이길 자격이 있었다. 우리는 31회의 슈팅을 시도하면서 4번이나 골대를 때렸다. 두 경기를 합쳐서 6차례 골대를 강타했는데도 득점하지 못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축구는 가끔 너무 불공평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엔리케 감독은 "우리는 긍정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은 어려운 순간이지만 내년에는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서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라며 다음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준결승에서 좌절했지만 엔리케 감독은 PSG에서 가능성을 본 듯하다. 다만 PSG가 당장 다음 시즌부터 전력이 약화되는 게 확정된 상황에서 이번 시즌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PSG는 당장 올 여름 팀의 주포인 음바페와 결별하는 게 확정됐다.
PSG는 음바페의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음바페는 결국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FA) 신분이 돼 PSG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현재 음바페의 차기 행선지로는 세계 최고의 팀인 레알 마드리드가 유력하다.
PSG 내에서 음바페가 차지하는 부분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음바페는 득점은 물론 전방에서 플레이 메이킹도 담당할 수 있는 선수다. 음바페가 떠나더라도 PSG에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기는 하나, 음바페의 공백을 메울 만한 선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PSG가 아무리 좋은 선수를 영입하려고 해도 당장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음바페와 비슷한 수준의 선수를 데려오는 건 힘들다. 결국 기존 선수들의 노력과 엔리케 감독의 지도력으로 이를 메워야 하는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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