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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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에서 연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7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수능 만점을 받은 명문대 의대생으로, 경찰에 연인이 이별을 통보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데이트 폭력이 살인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A(25)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5시 20분쯤 서울 서초구 강남역 9번 출구 앞 15층 건물 옥상에서 흉기를 수차례 휘둘러 여자 친구 B(25)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 두 시간 전 집 근처인 경기 화성의 한 대형 마트에서 흉기를 산 뒤 피해자를 범행 장소로 불러냈다고 한다. 영화관이 있는 강남역의 건물로, A씨와 B씨가 자주 데이트를 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한 옥상은 평소 개방돼 있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갈 수는 없고 별도 통로로 걸어 올라가야 접근할 수 있다. 옥상은 평소 건물 내 흡연 직원들이 이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경찰은 “사람이 투신하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를 건물 옥상에서 구조했다. A씨가 “약이 든 가방 등을 옥상에 두고 왔다”고 진술하자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B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A씨가 되찾으려 했던 약은 마약류는 아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가 헤어지자고 말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서울의 한 명문대에 재학 중인 의대생이며, B씨와는 중학교 동창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범행 당시 마약을 투약하거나 술을 마시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래픽=이철원 |
최근 데이트 폭력 범죄는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1만3939명이었다. 2020년 8951명보다 55.7% 증가했다. 이번처럼 데이트 폭력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건도 다수 일어나고 있다. 작년 5월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한 남성이 스토킹하던 전 여자 친구를 목 졸라 살해했다. 김모(34)씨가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상가에서 자신을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한 연인을 준비한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그해 7월에는 강원 영월에서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를 동거남이 190차례 넘게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지난 3월에는 경기도 화성에서 김레아(26)가 이별을 통보한 여자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그의 어머니까지 중상을 입혀 구속 기소됐다.
데이트 폭력과 유사한 성격인 ‘스토킹’이 살인 사건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22년에는 신당역에 근무하던 서울교통공사 20대 여성 역무원이 직장 동료였던 전주환(32)에게 살해당했다. 전주환은 이 여성을 오랜 기간 스토킹해 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살인을 막으려면 처벌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트 폭력으로 구속 수사를 받는 피의자 비율은 수년째 1~2%대에 머물고 있다. 작년 데이트 폭력 가해자 1만3939명 중 구속 수사를 받은 인원은 310명이었다. 데이트 폭력이 ‘연인 사이’의 사적인 일로 취급돼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이다.
시민들은 이번 살인 사건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 점에도 충격받고 있다. 어린이날 연휴 첫날인 지난 4일에는 강남역 인근에서 40대 남성 장모씨가 흉기를 들고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위협하며 약 30분간 인질극을 벌이다 체포되기도 했다. 이번 살인 사건 현장에서 300m 떨어진 곳이다.
[고유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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