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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베츠 비켜’ 오타니 미친 타격감, 마구 받아쳐 홈런 치다니… 이래도 타자로는 절대 1등 못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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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현대 야구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투·타 겸업을 현실화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그 업적을 인정 받아 2021년과 2023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만장일치 MVP를 두 차례나 거머쥔 선수는 오타니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오타니를 혹평하는 자들은 두 방면 모두에서 최고는 아니라고 평가절하했다. 역사적인 투·타 겸업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과 그에 따라 양방향을 합친 팀 공헌도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투수든 타자든 NO.1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오타니는 투수로는 10승 이상을 할 수 있는 에이스, 타자로는 40홈런 이상을 할 수 있는 홈런왕 후보였다. 하지만 투수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오타니보다 더 나은 투수가 있고, 타자만 놓고 보면 또 오타니보다 나은 타자가 있다는 게 오타니를 보는 또 하나의 시각이었다.

그래서 올해가 관심을 모았다. 오타니는 지난해 시즌 막판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올해는 재활 기간이라 투수로는 나설 수 없다. 빨라야 내년에야 다시 투·타 겸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올해는 어쩔 수 없이 타자에만 전념해야 할 상황이다. 많은 이들은 “타격에만 전념하는 오타니가 어떤 성적을 낼까”, “타격에만 전념하면 리그 최고 타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명제에 흥미를 가졌다. 아무래도 투·타 겸업을 하면 한쪽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타니는 그 대답을 내놓고 있다. 오타니는 6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경기에 선발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4타수 4안타(2홈런) 3타점 2득점 대활약을 펼치며 팀의 5-1 승리에 크게 공헌했다. 이 경기는 ‘타격에만 전념하는 오타니가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최근 투·타 모두 호조를 보이며 치고 나간 다저스는 잠재적인 포스트시즌 맞상대인 애틀랜타를 홈으로 불러들어 2연승을 기록 중이었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은 애틀랜타로서는 이날 스윕을 면하기 위해 총력전을 예고한 상황이기도 했다. 당장 선발 투수가 팀의 좌완 에이스인 맥스 프리드였다. 프리드는 시속 90마일 중반대의 빠른 공에 커브와 체인지업, 스위퍼까지 자유자재로 던지는 리그 최정상급 좌완이었다. 다저스를 상대로도 강했다. 오타니가 좌완의 공을 어떻게 공략하는지도 키포인트였다.

그러나 물 오른 오타니 앞에 적수는 없었다. 전날 시즌 8호 홈런을 때린 오타니는 이날 첫 타석부터 홈런을 터뜨렸다. 선두 무키 베츠가 볼넷으로 출루하자 오타니는 프리드와 승부에서 5구째 커브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터뜨렸다. 타구 속도는 104.3마일(약 167.9㎞), 비거리는 412피트(125.6m)였다.

이 홈런이 놀라운 것은 구종에 있었다. 프리드는 리그에서 가장 커브를 잘 던지는 좌완 중 하나다. 70마일 중반대의 낙폭과 커맨드 모두 좋은 커브다. 이날 중계를 맡은 ‘스포츠넷 LA’의 해설가이자 전설적인 투수인 오렐 허샤이저 또한 역시 커브를 잘 던지는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와 비교하면서 “커쇼와 유사한 그림이 있다”고 설명할 정도였다. 특히 좌타자로서는 머리 쪽에서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마구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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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프리드는 2022년과 2023년 그 많은 커브를 던지면서도 홈런은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낙폭이 큰 커브를 잘 맞히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던질 정도로 커브 제구에 자신감이 있는 프리드이기에 더 그랬다. 커브를 노리고 있으면 패스트볼이나 체인지업과 같은 다른 구종을 치기 어려우니 노리고 있기도 쉽지 않은 구종이다. 그런데 오타니는 1B-2S에서 4구째 커브를 건드려 파울을 만들더니, 5구째 실투로 들어온 커브를 놓치지 않고 쳐 냈다. 타격 순간 타이밍을 살짝 죽여 커브를 칠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드는 타격 기술은 예술이었다. 프리드는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좌타자에게 커브를 던지다 홈런을 맞은 것이었다.

오타니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프리드의 약을 올렸다. 2-0으로 앞선 3회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첫 타석에서 커브를 던지다 홈런을 맞은 프리드는 이번에는 2B 상황에서 연거푸 90마일 중·후반대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4구째는 98마일까지 나올 정도였다. 3구는 오타니도 그 위력에 헛스윙을 했다. 하지만 4구를 건드려 파울을 만들어내며 타이밍을 잡아갔고, 5구째 비슷한 코스에 들어온 패스트볼을 가볍게 받아쳐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이번에도 프리드와 애틀랜타 배터리가 허탈할 수밖에 없는 오타니의 적응력이었다.

커브도 맞았고, 패스트볼도 맞은 프리드는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로케이션으로 승부를 걸었다. 오타니가 보기에 가장 먼쪽인 바깥쪽 낮은 코스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이다. 프리드 정도의 제구력을 가지고 있으니 가능한 승부였다. 낮은 쪽 코스 두 개로 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프리드는 3구째 회심의 하이패스트볼로 승부를 걸었으나 오타니가 파울로 걷어냈다. 4구째 낮은 싱커는 살짝 빠져 볼이 됐다. 결국 5구째 바깥쪽 낮은 쪽에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오타니가 긴 리치로 이를 맞혀 중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잘 맞은 타구는 아니지만 내야를 건너기는 충분했다. 이번에는 코스로 승부했는데 오타니가 또 이것을 이겨낸 셈이다. 프리드로서는 질릴 법한 오타니였다.

오타니는 4-1로 앞선 8회 바뀐 투수 좌완 A.J 민터의 초구 패스트볼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시즌 10호 홈런을 쳐 냈다. 타구 속도 110.6마일(약 178㎞), 비거리 464피트(141.4m)의 대형 홈런이었다. 올해 오타니의 최장 비거리 홈런이자 메이저리그에서는 올 시즌 두 번째로 긴 비거리의 홈런이기도 했다.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렸다. 수준급 좌완 불펜인 민터는 오타니가 초구부터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갔는데 오타니의 집중력은 이를 뛰어넘고도 남았다. 애틀랜타 배터리가 오타니에 농락당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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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분 좋은 4타수 4안타 경기를 한 오타니는 이날까지 35경기에서 타율 0.364, 출루율 0.426, 장타율 0.685, OPS(출루율+장타율) 1.111, 10홈런, 25타점, 52안타, 30득점, 7도루를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 상당수 타격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단 타율·최다 안타·득점·출루율·장타율·OPS에서 모두 1위고, 장타(25개)와 총 루타(98루타)에서도 역시 메이저리그 1위다. OPS에서도 전날까지 선두였던 팀 동료 무키 베츠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타격에만 전념하는 오타니는 이렇게 무서운 선수인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 더 무서울 수 있다는 점이다. 오타니는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선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재활 중에 있는 선수다. 지금도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을 정도다. 팔꿈치 수술 여파에서 상당 부분 자유로워질 5월 이후 성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제 막 5월이 시작됐는데도 대활약이다. 지명타자로 MVP를 수상한 선수는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지만, 오타니의 이런 성적이라면 역사상 첫 대업이 나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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