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글로벌IB 불법 공매도 9개사 2112억 적발

글로벌 IB(투자은행)에 대한 불법 공매도 중간 조사 결과. 금융감독원 제공

지난해 글로벌 IB(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 적발을 계기로 전수조사에 나선 금융감독원이 총 9개사에서 2112억원에 달하는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IB에 대해 추가 조사가 마친 후 신속히 제재 절차를 밟고 공매도 전산화 등 제도 개선을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 14개사를 대상으로 2021년 5월 공매도 재개 이후 지난해 말까지 불법 공매도를 전수조사한 결과, 9개사가 164개 종목에서 총 2112억원에 달하는 불법 공매도를 한 혐의를 적발했다고 6일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IB인 BNP파리바·HSBC(556억원), 올해 1월 A·B사(540억원)에서 불법 공매도 혐의를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전수조사 결과에서 A·B사의 위반 규모가 1168억원으로 커졌고, 나머지 5개사도 388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벌인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글로벌 IB들은 잔고 관리 시스템상 실무적인 오류, 한국 공매도 법규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외부에 대여하거나 담보 제공된 처분 제한 주식에 대해 반환이 확정된 후에 매도 주문을 제출해야 하지만 확정 전 매도 주문을 제출하거나, 차입을 확정하기 전에 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발생시켰다.

내부 부서 간 주식 대차 과정에서 이미 대여된 주식을 다른 부서에 매도하는 등 소유 주식을 중복으로 계산하거나 보유잔고를 확인하지 않고 주문을 제출하는 등 수기 입력 과정에서 무차입 공매도가 일어난 사례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최초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BNP파리바와 HSBC를 대상으로 과징금 265억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 조치를 완료했다. 나머지 IB들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신속히 제재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금감원 측은 밝혔다.

나아가 금감원은 홍콩 등 해외 금융당국과 불법 공매도 조사와 관련한 협력 및 국제 공조를 강화한다고 전했다. 홍콩 감독당국과 조사 관련 이슈를 상시적으로 논의하는 실무 협력 채널을 마련했다. 또 반기별로 화상 회의를 실시해 공매도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국제증권감독기구 다자간 양해각서에 따라 필요 시 자료 청구와 조사 공조 등 협조도 요청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 홍콩 주요 글로벌 IB와의 현지 간담회를 개최해 국내 공매도 제도와 전산시스템 개선 추진 사항도 설명할 예정이다.

한편 금감원은 외국 투자자들이 직접전용주문(DMA)을 활용해 불법 공매도를 한다는 의혹에 대해선 “DMA는 일반주문 방식에 비해 주문의 적정성 확인을 간소화한 주문 제출 방식으로, 금감원 조사 및 거래소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된다”며 “위반 혐의 발견 시 조사 및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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