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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한국축구, 40년 만에 충격의 올림픽 본선 진출 좌절 [이종세의 스포츠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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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8강전 인도네시아에 무릎
2020 도쿄올림픽까지 9회 연속 참가했는데…
정몽규 축구협회회장, 황선홍 감독 퇴진론 고개 들어
“2012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가 예선 탈락이라니”


파리올림픽을 향한 황선홍호가 26일 202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선수권대회 8강전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좌초하면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퇴진론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 대회 3위까지는 오는 7월의 파리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8강전에서 탈락했으니 기사회생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필자에겐 40년 전인 1984년 LA 올림픽 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태국 방콕)에서 한국이 이라크에 0대1로 져 탈락했던 당시의 느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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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FC U-23 8강 인도네시아전 승부차기 실축이 나오자 한국 선수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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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타계한 박종환 감독이 지휘했던 대표팀은 최순호, 정용환 등을 앞세워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고도 이라크의 기습공격 한방에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허탈해하던 박종환 감독의 현장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한국축구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 자동 출전해 2020 도쿄올림픽까지 9회 연속 올림픽에 참가했으며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동메달도 따냈다. 홍명보 감독의 한국팀은 런던올림픽 B조 예선에서 스위스를 2대1로 꺾었으며 멕시코, 가봉과는 득점 없이 비겨 1승 2무로 8강전에 올랐다.

한국은 8강전에서 홈팀 영국과 접전을 벌였으나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 5대4로 승리했다. 그러나 4강전에서 브라질에 0대3으로 완패했고 3, 4위전에서 일본을 2대0으로 제쳤다.

지구상에서 9회 연속 올림픽 축구에 참가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며 그 뒤를 일본 이탈리아(이상 7회 연속 출전)가 잇고 있고 독일 등 4개국이 6회 연속 참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웃 일본은 25일 개최국 카타르를 4대2로 꺾고 4강에 올라 파리올림픽 참가에 한발 다가섰다. 이제 일본은 8회 연속 올림픽 참가가 유력해졌으며 그 어떤 나라도 이루지 못했던 10회 연속 올림픽 참가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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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 “정몽규회장, 그만 망치고 나가라”
하지만 한국축구계는 이번 탈락으로 작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국가대표 A팀과 태국팀 평가전을 계기로 일었던 정몽규 회장 퇴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FIFA 랭킹 23위인 한국이 134위인 인도네시아에 수모를 당했으니 비난 여론이 거셀 수밖에 없다.

정몽규 회장은 작년 3월 ‘실업자’였던 독일의 클린스만을 한국 대표 A팀 감독으로 영입하는 데 앞장섰다가 지도력에 문제가 드러나자 1년 만인 지난 2월 해임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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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024년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국가대표팀 감독 해임을 골자로 하는 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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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몽준 전 축구협회 회장의 인맥인 황선홍을 23세 이하 팀 감독으로 선임하고 한국 대표 A팀의 임시 감독직도 맡겨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치르도록 주도했다.

이와 관련, 프로축구 K리그1의 대구FC 구단주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숱한 국민 감독 놔두고 또 끈 떨어진 외국 감독 데려온다고 부산떠니 한국축구 그만 망치고 나가거라. ‘먹튀’ 클린스만 배상금은 당신이 부담하고…”라며 정몽규 회장을 겨냥했다.

홍 시장은 “이강인의 탁구 게이트 파동 때 미온적 대처를 보이더니 사람이 없어서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겸임시켜 이 꼴이 되었나?”라고 덧붙였다.

황선홍 감독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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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이 2024 AFC U-23 8강 인도네시아전 시작에 앞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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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상대는 일본, 카타르, 사우디도 아닌 인도네시아였다. 한국은 FIFA 랭킹에서 100계단 이상 앞서있지만, 역대 전적에서도 30승4무2패(23세라 팀은 5전 전승)로 인도네시아에 절대 우위를 지키고 있는데 슈팅 8대 21, 점유율 47대 53으로 시종 끌려다니는 경기를 벌이다 승부차기 10대11로 무너진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축구계의 반응이다.

축구계는 “인도네시아가 2019년부터 한국의 신태용 감독, 최인철 수석코치, 김봉수 GK 코치 등 8명의 한국인을 코칭스태프로 기용, 한국축구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파악해 이번 경기에 대비했는데 과연 한국은 인도네시아대표팀의 전력을 얼마나 파악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으며 황 감독의 경륜이 아직 국가대표팀을 이끌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도네시아 “신 감독과 2027년까지 계약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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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사진=인도네시아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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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호주 멜버른 올림픽 이후 68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인도네시아의 에릭 토히르 축구협회 회장은 한국과의 경기가 열리기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태용 감독과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고 “우리는 신 감독과 2027년까지의 대표팀 프로그램을 논의했고, 함께 일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신 감독은 2019년 부임 후 팀을 정비해 아세안축구연맹(AFF)컵 준우승, 아시안컵 본선 진출 등을 이끌었고 FIFA 랭킹도 173위에서 134위까지 끌어올리는 등 인도네시아가 아시아 축구의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종세(대한언론인회 총괄 부회장·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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