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
사실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상장 회사에 대한 투자를 다소 예외적인 경우로 취급해왔다. 이를 ‘상장 지분에 대한 사모 투자’로 번역할 수 있는 ‘PIPE’(Private Investment in Public Equity)라고 별도로 분류해 부를 정도다. 비상장 기업의 주식에 투자해 재매각이나 상장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모펀드의 기본적인 투자 형태와는 분명히 다르다.
마켓 나우 |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연금기금이나 금융기관 등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직접 주식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는 상장 주식을 굳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할 이유가 없다. 수수료까지 지급하며 사모펀드에 투자할 때 기대하는 것은, 기업 가치를 높여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상장 기업의 발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모펀드 운용사가 상장회사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당연히 해당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여 재매각하여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투자의 경우, 회사의 경영진을 보강하고 다양한 전략을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장 회사에 투자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주가가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와 무관하게 혹은 과민하게 변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의 상황처럼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주식시장 전반에 큰 변동성이 발생하는 경우, 사모펀드들의 입장은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투자할 때 부채를 끌어다 쓴 경우라면, 주가가 예상을 넘는 수준으로 하락하여 담보가치가 훼손되면서 기한이익상실, 이른바 ‘디폴트’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사모펀드들의 상장사 인수 및 인수 이후 상장폐지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저평가된 상장사들이 많고, 상장폐지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의 변동에 신경을 안 써도 되는 비상장 회사에 역량 있는 경영진 후보들이 더 큰 관심을 보인다는 장점도 명확하다.
사모펀드들의 이러한 투자가 자본시장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PIPE와 상장폐지 그리고 재상장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사모펀드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미국 등 선진 자본 시장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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