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줄어 정유사에는 오히려 악영향
중동 무력 충돌에 국제 유가가 급등했는데 함께 오르는 듯했던 국내 정유 업종 지수와 대형사 주가는 이달 들어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주 본토 공격을 주고 받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확대될 경우 유가가 더욱 치솟고 업계 수혜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증권가는 지정학적 긴장이 정유 업종에 복합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대형 정유사 종목을 포함하는 'KRX 에너지화학' 업종 지수는 이날 종가 기준 2795.46포인트를 기록해,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3월 29일) 3083.21포인트에서 9%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LG화학(-14%), SK이노베이션(-5%), 에쓰오일(-3%), 롯데케미칼(-16%), 금호석유(-9%), GS(-7%) 등 대형 정유 업체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과 무력 충돌하며 확전 위기가 불거지는 동안 유가가 치솟았다. 4월 5일부터 12일까지 브렌트유와 중동산 유가가 90달러 선을 웃돌았다. WTI도 이 기간 고점인 85~86달러 선을 나타냈다. 이후 19일 기준 두바이유, 브렌트유, WTI, 오만유는 배럴당 87.72달러, 87.29달러, 83.14달러, 87.70달러로 보합세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 업종 주가도 함께 오르는 게 일반적인데, 최근 유가가 오른 사이 대형 정유 업체들의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업계에서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송비 등 비용을 뺀 '정제마진'이 감소하고 있고 중동 리스크 장기화로 유가 상승 부담이 악재로 작용할 우려도 지속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다음 석유 제품을 판매해 이익을 낸다.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정제마진이 감소하면 수익성이 약해진다. 정제마진은 유가가 안정돼 있고 석유제품 수요가 몰릴 때 오른다. 최근 정제마진은 감소세다.
한화증권은 정유화학 업종 주간 시황 보고서를 통해 "정제마진은 경유 수요 부진과 중국 수출량 증가로 등유·경유 마진이 크게 하락하며 감소세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정제마진 감소뿐 아니라 유가 자체가 높게 형성된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정유 업종 실적에 부정적일 수 있다. 유가 상승 초기에는 '원유를 저렴하게 사서 제품을 오른 시세에 파는 것'에 따른 이익 확대(래깅)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고유가가 지속되면 시장에서 석유 제품 수요 자체가 둔화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당장 중동 지역 전쟁 확산 우려가 완화됐지만, 유가 부담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투자증권은 에쓰오일의 1분기 실적 전망 보고서를 통해 "에쓰오일 주가는 올해 유가를 따라 반등한 뒤 4월 들어 조정받았다"며 "유가가 더 오르지 않을 뿐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상상인증권은 유가 전망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의 강경한 태도가 이란을 지속해서 자극한다면 전면 충돌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의 재보복에 대한 이란의 반응이 원유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이며 당분간 유가의 프리미엄 요인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주경제=임민철 기자 imc@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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