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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상암벌, '잔디 훼손' 우려 딛고 콘서트 성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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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임영웅·아이유, 상암 월드컵경기장서 단독 콘서트 개최 예고
축구 팬들, "잔디 훼손 우려" 반발...잼버리 콘서트 후폭풍 언급도
'그라운드석 없앤' 임영웅→'매뉴얼 준수 약속' 세븐틴...결과가 관건
한국일보

가수 임영웅(왼쪽)과 그룹 세븐틴은 각각 다음 달과 이달 말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물고기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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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벌이 뜨겁다. 그룹 세븐틴부터 임영웅과 아이유까지 내로라하는 대형 가수들이 단독 콘서트를 통해 '상암벌'로 불리는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이하 월드컵경기장)에 입성을 앞둔 탓이다. 서울 내 대관이 가능한 대형 공연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속 월드컵경기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가수들의 상암 콘서트 개최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잔디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축구 팬들의 민원이다. 쏟아지는 우려 속 과연 상암벌은 K팝 콘서트의 새로운 성지가 될 수 있을까.

세븐틴은 이달 27~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이하 월드컵경기장)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어 다음 달에는 임영웅이, 오는 9월에는 아이유가 각각 같은 장소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높은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인기 가수들의 월드컵경기장 입성은 사뭇 낯선 광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국내에서 대규모 관객을 동원하는 K팝 가수들의 콘서트가 다수 개최됐지만, 월드컵경기장에서 가수의 단독 콘서트가 개최되는 것은 약 7년여 만이다. 그 사이 개최된 대규모 콘서트는 주로 잠실 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고척돔 등에서 개최돼 왔던 탓에 월드컵경기장이 콘서트장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올림픽주경기장이 지난해 리모델링을 시작하면서 국내 대형 공연장 선택의 폭은 급격하게 좁아졌다. 그나마 2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척돔이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KBO 시즌을 비롯해 스포츠 경기가 있는 기간에는 대관이 불가한 만큼 대형 공연장의 기근은 더욱 심화됐다. 이 가운데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월드컵경기장이었다. 6만6,000석 규모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스테이지 설치 등을 고려하더라도 4만5,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어 고척돔을 2배 이상 뛰어 넘는 좌석을 확보할 수 있다. 대규모 관객을 동원 가능한 가수들이 월드컵경기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이유다.

하지만 가수들의 상암벌 입성에는 큰 숙제가 있었다. '잔디 훼손'에 대한 우려였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세 번의 대형 콘서트가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많은 축구팬들은 경기장 잔디 훼손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에도 콘서트 개최에 반발하는 민원이 빗발쳤다. 이들의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월드컵경기장에서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가 개최된 이후 경기장 잔디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경기장 원상회복을 위한 예산까지 편성하며 긴급 복구에 나섰으나 축구 팬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게다가 이달 초에는 축구 선수 기성용이 직접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선수들이 뛰는 것이 너무 힘들다"라는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던 만큼, 축구 팬들의 우려는 당연한 결과였다.

쏟아지는 우려 속 월드컵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가수와 기획사들은 '잔디 훼손 최소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임영웅의 경우 다음 달 개최되는 공연에서 그라운드 객석을 없애는 방식으로 잔디 훼손 우려에 대한 대안을 마련했다. 이달 말 공연을 앞둔 세븐틴의 경우 서울시설공단의 매뉴얼에 따라 공연을 준비해 잔디 훼손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잔디 훼손을 예방하기 위한 그라운드 사용 매뉴얼에는 어떤 조항이 포함돼 있을까. 이에 대해 서울시설공단 측 관계자는 본지에 "기본적으로 잔디에 대한 현황이 기재되며 경기장 사용 계획서 제출, 잔디 훼손 시 복구 지침, 객석 등의 설치 및 철거 단계에서 지켜야 할 사항, 잔디 보호판 설치 고지, 그라운드 사용에 대한 필수 회의 진행 횟수 등이 포함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해당 관계자는 "축구 경기 일정이 잡히면 잔디 관리에 관련한 일정을 함께 잡는다. 잔디 피해가 있더라도 충분한 복구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방침"이라며 "공연 이후 별도의 피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경기 전 최소 2~3일 정도는 보수나 관리를 위한 기간을 비워두고 있다"라며 공연으로 인한 잔디 훼손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음을 덧붙였다.

현재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를 앞두고 있는 콘서트들은 향후 월드컵경기장이 K팝 가수들의 대형 공연장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지표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도 가수들의 콘서트 개최를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서울시설공단 측은 "내년부터 어떻게 할지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계획 수립 단계"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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