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자와 모리오 콘텐츠본부장 인터뷰
"만화는 '읽는다', 웹툰은 '본다'는 개념…만화 안 읽는 사람이 우리의 타깃"
구마자와 모리오(熊澤森郞) 카카오픽코마 콘텐츠본부장 |
구마자와 모리오(熊澤森郞) 카카오픽코마 콘텐츠본부장은 20일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카카오픽코마는 만화 전자책과 스마툰(웹툰)을 서비스하는 애플리케이션(앱) 픽코마의 운영사다.
이제 막 론칭 8주년을 맞은 픽코마는 현재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인앱결제로 1위(게임앱 제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총 16만개의 작품을 서비스 중이다.
2016년 카카오픽코마가 처음 디지털 만화 사업에 나섰을 때, 이 같은 성장을 점친 곳이 거의 없었다.
일본은 출판만화가 주류인 국가였고, 라인망가 등 디지털 만화 업계 선발주자들도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픽코마는 '기다리면 0엔'과 '화 분절'이라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두 가지 사업 모델을 고수했다. 하루에 한 편씩 무료로 제공하고, 기존 원고를 쪼개야 한다는 이야기에 출판사도, 작가도 탐탁지 않아 했다.
그렇기에 초반에는 작품을 제공해 준 곳은 니혼분게이샤(日本文芸社)와 다케슈보(竹書房) 단 두 곳뿐이었다.
픽코마는 이렇게 확보한 70개 작품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두달 정도 지난 시점에 한 출판 에이전트에서 처음으로 딱 한 작품에 대해 '기다리면 0엔'을 적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구마자와 본부장은 "이 작품에 '기다리면 0엔' 적용 후 우리 의도대로 열람자 수와 매출도 증가했다"며 "이 실적을 들고 다른 출판사에 가서 또 한 작품을 달라고 설득하고, 추가로 성과가 나면 그 옆의 출판사에 찾아가는 식으로 작품 수를 늘렸다"고 돌이켰다.
구마자와 모리오(熊澤森郞) 카카오픽코마 콘텐츠본부장 |
예전에 출판됐지만 지금은 주목받지 못한 구작들도 적극적으로 발굴했다. 2000년대 연재됐던 토리코(トリコ)가 대표적이다.
그는 "픽코마 이용자에게는 구작인지 신작인지의 의미가 크지 않다"며 "'0엔 플러스'라는 모델을 적용했는데, 당시 애니메이션 덕에 주목받았던 '귀멸의 칼날'만큼 좋은 매출을 거뒀다"고 언급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도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는 "2019년부터 한국의 웹툰을 달마다 10∼15편 정도 들여왔는데 굉장히 반응이 좋았다. 이 성과와 코로나19 팬데믹이 우연히 겹친 감도 있다"고 말했다.
픽코마가 주력해 온 것은 만화를 읽지 않는 이들을 포섭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사업 모델인 '화 분절'과 '기다리면 0엔'을 통해 만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그는 "우리는 만화와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잡고 있다"며 "만약에 '원피스'가 한 권에 500엔 정도라고 하면 이를 선뜻 돈 내고 사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10개 화로 나눠서 50엔이 되면 좀 더 시도하기가 쉽다"고 설명했다.
또 "만화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이 좀 더 가볍게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화 분절'과 '기다리면 0엔'이 굉장히 유효했다"고 했다.
픽코마 |
픽코마 콘텐츠의 한 축인 스마툰(웹툰)도 만화를 읽지 않는 이들을 끌어들이는 입구 역할을 한다.
구마자와 본부장은 "만화는 '읽는다'면, 스마툰은 '본다'에 가깝다"며 "스마툰은 스마트폰에 최적화돼 있고 굳이 집중해서 읽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에 만화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하나의 (만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된다"고 비유했다.
시간대별로 스마툰과 만화의 소비 패턴이 달라진다고도 소개했다.
상대적으로 바쁜 와중에 잠시 짬이 나는 아침이나 점심시간에는 스마툰이 더 많이 읽히고, 퇴근하고 나서 여유가 생기는 밤 9시 이후에는 만화를 많이 소비한다는 것이다.
스마툰 장르 가운데서는 '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판타지와 로맨스가 가장 인기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주목받는다며 현대 배경이나 현실적인 설정의 작품들을 찾으려고 한다고도 언급했다. 더 다양하고 많은 작품을 확보해 작품과 독자를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강조했다.
"이제 성장이 끝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자주 나오는데, 아직 확장할 여지는 분명히 있어요. 또 디지털 만화가 종이 만화를 멸종시킨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픽코마는 아직 만화를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만화를 새로 읽게 하고, 기성 독자에게는 더 많은 작품을 소개하면서 전체 만화시장 발전에 기여할 겁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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