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무력충돌에 따른 고유가 시황, 1400원에 육박한 원·달러 환율이 해운, 철강, 석유화학 전반의 생산·운영비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소비재 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상폭은 철강제품의 경우 최대 50%,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제품은 최대 2배까지도 뛸 수 있다는 관측이다.
17일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25분(한국시간) 기준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89.4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는 전날 이스라엘 군사령관이 이란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으나, 관망세로 돌입하면서 80달러 선으로 내려갔다.
전날 장중 1400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25분 기준 1385.6원을 기록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본격적인 군사 조처를 할 경우 상반기 중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찍을 수 있다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고환율과 겹친 유가 상승은 국내 소비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올해 내수침체, 수출악화와 고환율·고유가가 겹친 상황이라는 점을 집중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3.47달러에서 113.27달러로 오른 2022년 1~6월 석유제품 가격을 보면, 휘발유(95RON) 가격이 98.08달러에서 155.2달러로 58.24% 증가했다. 경유는 97.85달러에서 168.54달러로 72.24%가, 등유(항공유)는 95.69달러에서 164.32달러로 71.72%가 뛰었다.
당시 경유 가격 인상으로 물류, 건설장비 업계는 파업까지 불사했으며, 항공권 가격도 치솟았다. 그나마 2022년은 코로나19 대유행 종료시점으로 내수소비가 뒷받침됐으며,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로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부담이 올해 수준에 미치지 않았다.
고유가·고환율에 따라 석유화학 업계의 나프타 매입 가격도 증가하면서 비닐봉지부터 시작해 의류, 모든 플라스틱 제품의 가격 상승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소비부진에 따라 원자재 인상분을 제품가에 100% 반영할 수 없어 석유제품 수준의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철광석 매입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분양가, 자동차 가격 인상 전망도 나온다.
2022년 초 t(톤)당 112만5000원이던 포스코의 열연 유통가는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함께 당해 5월 t당 134만원 수준까지 뛰었다. 같은 기간 냉연 가격은 t당 123만원에서 136만원으로 증가했다.
열연은 건설 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강종이며, 냉연은 자동차 강판 등에 사용된다. 특히 자동차 강판 가격은 내연기관 자동차 기준으로 차 가격의 20~30%를 차지하는데, 철강제품 가격 인상으로 자동차 출고가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관망세지만 현재의 분위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원자재 가격 부담에 따른 철강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해운 업계의 운임 상승도 수출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중동 지정학적 위험요소로 인해 이란과 인접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상태가 되면서 해운사들의 운임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추가적인 유가와 환율 상승이 발생하면 운임은 지금 수준보다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선박 운영비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유가 상승은 스폿(SPOT)계약을 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의 운임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주경제=김성현 기자 minus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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