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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이정후 3번 미스터리… 벌써 8경기 연속 안타 행진, 코리안리거 신기록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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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트레이닝이 시작될 당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중 하나이자 올해 샌프란시스코의 지휘봉을 잡은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개막전에 이정후가 선발 중견수 및 리드오프가 아니라면 그것도 충격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해 취재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아직 팀 타순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시점은 아니었는데 시작부터 이정후를 ‘1번 중견수’로 못을 박은 것이다.

지난해 팀 공격력이 리그 최하위 수준까지 처졌던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을 앞두고 공격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첫 타자가 바로 이정후(26)였다. 메이저리그 빅마켓 구단들의 치열한 영입 경쟁이 벌어진 가운데 샌프란시스코는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 포스팅 금액을 포함하면 6년 기준 1억30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이정후 하나에 투자했다. 당시 외야 최대어인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가 남아있는 상황에서도 이정후에 과감히 베팅했다. 이정후가 가진 장점이 팀 타율이 낮고 중견수 수비가 허약한 팀 사정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여기에 만 26세 선수였다. 전성기를 다 뽑아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의 6년 구상에서 ‘1번 리드오프’였다. 어차피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면, 차라리 계속 1번 중견수로 출전해 적응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하는 방법이 낫다고 판단했다. 실제 샌프란시스코는 개막 이후 이정후를 계속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이정후는 총 16경기 연속 샌프란시스코의 1번 타순을 지켰다. 그런데 17일(한국시간) 경기에서는 3번으로 출전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정후는 17일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경기에 선발 3번 중견수로 출전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 후 1번이 아닌 다른 타순에서 출전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정후는 이날 4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종전 0.258에서 0.257로 살짝 떨어졌지만, 그래도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 가며 감을 살렸다. 이정후는 지난 8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안타를 치고 있다. 8경기 중 멀티히트 경기가 세 경기, 나머지 다섯 경기에서는 안타 하나씩을 때렸다. 시즌 출루율은 0.308, 시즌 장타율은 0.329가 됐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대신해 오스틴 슬레이터가 선발 1번 우익수로 출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오스틴 슬레이터(우익수)-윌머 플로레스(1루수)-이정후(중견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톰 머피(포수)-맷 채프먼(3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닉 아메드(유격수)-타일러 피츠제럴드(2루수) 순으로 타순을 들고 나왔다. 노리는 바는 명확했다. 상대 선발인 좌완 라이언 웨더스 공략이었다. 최대한 우타자를 많이 쓰려고 했다.

팀의 백업 외야수인 슬레이터는 좌완 공략에 장점이 있는 선수다. 지난해 우완을 상대로는 타율 0.226, 출루율 0.317, 장타율 0.439, OPS(출루율+장타율) 0.619에 그쳤으나 좌완을 상대로는 성적이 확 달랐다. 좌완 상대로는 73경기에 나가 타율 0.288, 출루율 0.361, 장타율 0.439, OPS 0.800이라는 수준급 성적을 거뒀다. 일단 좌완 상대 강점이 있는 슬레이터를 1번으로 배치해 기대 출루율을 높이고, 대신 콘택트 능력이 있는 이정후를 3번으로 보내 해결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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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최근 7경기 모두 안타를 치고 있었고 주루에서도 활발한 몸놀림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문책성 1번 제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더 중요한 몫을 맡겼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정후는 올해 우완 상대 타율은 0.260, 좌완 상대 타율은 0.250으로 타율 자체에 큰 차이는 없다. 향후 이정후를 1번 혹은 3번에서 중용하겠다는 샌프란시스코의 구상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상대 선발 웨더스는 이정후는 몰라도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에게는 비교적 익숙한 선수였다. 2021년 샌디에이고에서 데뷔해 2023년 트레이드될 때까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뛰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통산 50경기(선발 35경기)에서 7승16패 평균자책점 5.52를 기록했다. 아마추어 시절의 기대치만큼은 성장하지 못했지만 아직 만 25세의 선수라 아직 더 긁어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였다.

이정후는 첫 타석에서 보기 드문 3구 삼진을 당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웨더스를 맞이한 이정후는 초구 96마일 한가운데 패스트볼을 바라봤다. 첫 상대 투수인 만큼 공을 보며 실마리를 찾는 듯했다. 2구째 몸쪽 스위퍼에 파울을 친 이정후는 3구째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스위퍼에 헛스윙을 해 삼진으로 물러났다. 좌완이 좌타자 바깥쪽으로 던지는 스위퍼는 KBO리그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구종이다. 이정후도 아쉬움 속에 타석에서 물러났다.

샌프란시스코는 2회 선취점을 뽑았다. 2사 후 맷 채프먼이 웨더스의 한가운데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채프먼의 올 시즌 4호 홈런이었다. 3회에는 추가점을 얻었다. 역시 2사 후 집중력이 좋았다. 2사 후 오스틴 슬레이터가 이날의 기용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안타를 치고 나갔다. 여기서 윌머 플로레스가 중견수 방면으로 2루타를 날렸고, 2사 후라 맞는 순간 스타트를 끊은 오스틴 슬레이터가 부지런히 베이스를 돌아 홈까지 들어왔다.

2사 2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아쉽게도 우익수 뜬공에 그쳤다. 초구 스위퍼가 높게 들어오자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는 듯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 속도는 100마일로 빨랐고, 307피트를 날아갔다. 발사각도 17도로 좋았다. 다만 코스가 너무 정직했고, 결국 우익수 헤수스 산체스가 처리했다. 아쉬운 타석이었다.

마이애미는 0-2로 뒤진 4회 동점을 만들었다. 선두 루이스 아라에스가 2루타를 치고 나갔고, 1사 후 브라이언 데라크루스가 좌전 적시타를 날려 아라에스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데라크루스는 도루로 2루에 갔고, 조시 벨이 볼넷으로 얻어 이어진 1사 1,2루에서는 유격수 닉 아메드의 아쉬운 야수 선택과 2루수 타일러 피츠제럴드의 실책이 겹치며 허무하게 동점을 허용했다. 다만 나머지 위기는 샌프란시스코 선발 조던 힉스가 잘 정리하며 경기는 팽팽하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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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2-2로 맞선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마이애미의 ‘선택’을 받았으나 응징하지는 못했다. 샌프란시스코는 5회 1사 1루에서 슬레이터의 삼진 때 피츠제럴드의 2루 도루로 2사 2루 기회를 이어 갔다. 여기서 마이애미 벤치는 윌머 플로레스를 고의4구로 걸렀다. 좌타자인 이정후와 상대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한 듯했다. 이정후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양상이었고, KBO리그에서는 좀처럼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보여주지는 못했다. 초구와 2구 볼을 잘 본 이정후는 3구째 포심이 한가운데 들어오자 이를 받아쳤지만 역시 안타가 되기에는 조금 역부족인 중견수 뜬공에 그쳤다. 샌프란시스코의 기회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마이애미가 6회 3점을 뽑아내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샌프란시스코는 두 번째 투수 라이언 워커를 상대로 기세를 올렸다. 선두 조시 벨의 2루타에 이어 헤수스 산체스가 좌전 안타를 쳐 무사 1,3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팀 앤더슨의 땅볼 때 1점을 뽑아 역전했고, 닉 고든의 타석 때 포수 패스트볼이 나왔다. 결국 워커가 이후 볼넷을 연거푸 허용하며 만루에 몰렸고, 루이스 아라에스가 두 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2타점 적시타를 쳐 5-2로 앞서 나갔다.

샌프란시스코는 2-5로 뒤진 7회 선두 마이클 콘포토의 안타, 닉 아메드의 인정 2루타로 무사 2,3루 추격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후속타가 확실하게 나오지 않았다.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적시타 때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치며 패배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그러자 마이애미는 7회 닉 고든의 적시타로 다시 1점을 도망가며 샌프란시스코를 주저앉혔다.

이정후는 3-6으로 뒤진 8회 선두타자로 나서 기어이 안타를 때렸다. 파우처를 상대로 2S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이정후는 3구째 커브가 바깥쪽에 떨어지는 것을 놓치지 않고 받아쳐 좌전 안타를 쳐 냈다.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다만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만든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호르헤 솔레어가 삼진으로 물러났고, 패트릭 베일리는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이어 맷 채프먼까지 삼진을 당하며 무사 1루 기회가 날아갔다. 샌프란시스코는 9회에도 1사 후 닉 아메드의 볼넷, 타일러 피츠제럴드의 볼넷으로 마지막 기회를 잡았으나 적시타가 나오지 않으며 3-6으로 패했다. 시즌 전적은 7승11패로 승률이 더 떨어졌다.

비록 팀이 패하기는 했고, 이정후도 안타 하나에 그쳤으나 그래도 8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 간 건 다행이었다. 이정후의 감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하나의 계기는 됐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시즌 첫 17경기에서 타율 0.257, 출루율 0.308, 장타율 0.329, OPS 0.637을 기록 중이다. 사실 타율이나 기타 성적은 기대치에는 아직 못 미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첫 시즌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아직은 새로운 투수들에 대한 적응 시기다. 적응 과정에서 타율이 1할대로 처지거나 삼진이 많은 경우도 있는데 이정후는 그런 최악이 시나리오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정후는 17일까지 삼진 8개를 당했지만 볼넷도 6개를 고르며 삼진 대비 볼넷은 많은 편이다. 콘택트 능력은 분명히 장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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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경기 안타 행진도 주목할 만하다. 김하성(16경기), 추신수(16경기), 최지만(13경기), 김현수(10경기), 강정호(10경기) 등 이정후보다 더 오랜 기간 연속 안타를 친 코리안리거 선배들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김하성의 경우는 메이저리그 3년 차인 지난해 달성한 것이고,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한 추신수나 최지만도 첫 시즌부터 저런 성적을 달성한 건 아니다. 이정후의 8경기 연속 안타는 매번 다른 투수들을 상대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대목이 있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만 놓고 보면 김현수가 2016년 7월 27일부터 8월 9일까지 이어 간 10경기 연속 안타가 가장 큰 코리안리거 기록이다. 그런데 김현수도 메이저리그 무대에 어느 정도 적응한 여름에야 그런 안타 행진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이정후는 시즌 극초반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적응을 무난하게 하고 있다는 결론에도 이를 수 있다.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대목이 많은 만큼 이정후의 시즌 초반을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고, 샌프란시스코의 타순 기용에서도 그런 감이 묻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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