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더 그레이' 연출…대한민국 브라질 멕시코 등 1위
"대중성과 투쟁하는 건 내게 숙제"
연상호 감독이 9일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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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연상호 감독은 스스로를 '마이너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생수: 더 그레이'로 대중성을 입증했다. '최애' 작품에 최고의 연출력이 합쳐져 또 하나의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 세계관을 탄생시켰다.
연상호 감독은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극본·연출 연상호)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 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 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전소니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지난 5일 모든 회차가 공개됐다. OTT 순위 집계 플랫폼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콘텐츠 공개 직후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에서 대한민국 브라질 멕시코 태국 등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연상호 감독은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 초반에 공개되고 나서는 반응을 볼 수 있는 게 없어서 X(구 트위터) 이런 곳에 검색했는데 게시글 올라오는 양 자체가 이전 작품과 달랐다. 좋은 성적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 정도 했는데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다. 연상호 감독은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도 원작의 오랜 팬이라며 작품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당시 "'만화 '기생수'가 작품관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줬다. 원작을 보고 '기생 생물이 한국에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하는 상상력을 늘 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작을 향한 연상호 감독의 애정은 '기생수: 더 그레이'에 그대로 담겼다. 그는 "상업적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원작 자체를 워낙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대상이 있으면 팬픽을 쓰는 것처럼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연상호 감독이 "수인과 하이디의 서사를 가장 중점으로 두고 연출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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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원작 내용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기생 생물이 한국에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연상호 감독만의 세계관을 입혔다. 시청자들은 오히려 원작 내용 그대로 옮기지 않아서 신선했다고 호평했다.
"기생 생물 설정을 제가 만든 게 아니니까 원작에 있는 요소들만으로 만들었어요. 원작 만화가 인간과 다른 생물들의 공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기본적으로는 '인간이 어떻게 공존하는가'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했죠. 인간이나 다른 생물들 모두 기생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그게 결국에는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간다는 거니까 그 내용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연상호 감독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부분은 수인과 하이디의 서사였다. 수인은 자신의 몸을 노린 기생 생물 하이디와 기묘한 공생을 시작한 인물이다. 처음에는 그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했지만 소통하면서 하이디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하이디는 점차 수인의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연상호 감독은 이 서사를 가장 중점으로 두고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수인과 하이디는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것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힘든 상황이잖아요. 그럼에도 둘이 이해하는 게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둘이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하다 보니까 강우(구교환 분)와 준경(이정현 분)의 역할이 중요했죠. 이 둘이 등장해서 자연스럽게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구조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원작을 좋아하는 팬들은 '기생수: 더 그레이' 마지막 회 엔딩장면을 본 뒤 호평을 보냈다. 원작 주인공인 이즈미 신이치가 등장해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알렸기 때문이다. 연상호 감독은 이즈미 신이치 역에 일본 배우 스다 마사키를 캐스팅했다. 이즈미 신이치는 자신을 르포 기자라고 소개하며 '더 그레이' 팀과 인사를 한다. 이때 카메라 앵글은 손을 클로즈업하면서 끝난다. 연상호 감독은 "원작 팬 분들이 분명 좋아하실 것 같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스다 마사키가 목소리가 굉장히 굵어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이즈미 신이치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지 않나 싶어요. 사건이 일어난 뒤 약 8년 뒤에 '더 그레이' 팀원들과 만나게 된 상황인데 스다 마사키가 상황을 잘 이해하고 연기 해줬다고 생각해요. 시즌2에서는 뭔가를 계속 파헤쳐가겠죠? 제작되는 건 결재가 떨어져야 해요. 저는 상상만 할 뿐이죠.(웃음)"
'기생수: 더 그레이'가 지난 5일 전편 공개됐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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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이 작품으로 얘기하고 싶던 건 다양한 의미의 '공존'이었다. 작품 안에는 다양한 조직의 형태가 나온다. 조직 폭력배부터 '더 그레이', 기생 생물이 만든 사이비 종교도 있다. 연상호 감독은 이 조직 안에서 함께 '공존해 나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이라는 사회 구조 안에서 살아가잖아요. 그게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겠지만요. 수인은 나쁜 쪽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죠.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의지를 하면서 살아가는 과정 같은 것들이 극적으로 그려지길 바랐어요. 작품 안 조직들은 모두 부정적으로 그려져요. 하지만 수인은 '의지하면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해요.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음에도 사람을 그리워하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연상호 감독은 그간 '부산행' '반도' '지옥' '선산'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매번 새롭고 독특한 세계관을 시도한 연상호 감독이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불호의 연속이었다. 그도 이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저는 상업 영화 감독으로 데뷔를 못할 줄 알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서브컬처 장르예요. 저는 그런 마이너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고요.(웃음) 얼마 전에 제가 만들었던 작품을 다 봤는데 키치한(질 낮은 예술)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아마 이 부분이 대중분들께 불호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키치함과 대중성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가 늘 숙제예요."
그럼에도 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세계관인 '연니버스' 구축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갈 예정이다.
"'지옥2' 공개도 앞두고 있고 하반기에 또 새로운 프로젝트가 나올 예정이에요. 넷플릭스 내 아시아 시리즈 영화가 서부권에서도 당연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또 넷플릭스처럼 한국의 영화가 글로벌에 동시 개봉할 수 있는 구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 두 개를 목표로 삼고 앞으로 더 열심히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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