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 설정하며 실패 확률 낮춰"
SSG 랜더스 추신수 |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아시안 선수 최다 홈런 기록(218개)을 보유한 추신수(41·SSG랜더스)는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활약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추신수는 "이정후는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에서 단계를 밟아 완성형 타자가 된 선수"라며 "이정후의 MLB 첫 시즌 활약이 전혀 놀랍지 않다"고 운을 뗐다.
7년 동안 KBO리그에서 뛰며 개인 통산 타율 0.340을 찍은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천300만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하며 MLB에 진출했다.
이정후는 '적응기'도 거치지 않고, 빅리그에 연착륙했다. 2일까지 5경기에서 타율 0.316(19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 출루율 0.375, 장타율 0.474를 기록 중이다.
3월 29일 빅리그 데뷔전에서 안타(3타수 1안타)를 신고하더니, 30일에는 첫 멀티히트(5타수 2안타)를 쳤고, 31일에는 첫 홈런(4타수 1안타)까지 작렬했다.
4월 1일에는 안타는 치지 못했지만, 특유의 뛰어난 선구안을 과시하며 볼넷 3개(2타수 무안타)를 얻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 4연전을 잘 치른 이정후는 2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상대로도 멀티 히트(5타수 2안타)를 쳤다.
추신수는 "이정후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을 확실히 설정하고 타격한다. 실패 확률을 그만큼 낮추고 타석에 선다는 의미"라며 "실제 MLB 경기에서도 이정후가 자신의 장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또한 MLB 공인구가 KBO 공보다 반발력이 좋아 더 빠르고 멀리 날아간다는 걸 이정후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후가 MLB 진출을 시도할 때부터 추신수는 "이정후는 우리가 봤던 어떤 한국 선수보다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낼 확률이 높다"며 "3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본 이정후는 정말 뛰어난 타자였다. 타석에서 매우 침착하고, 스타성이 있고, 좋은 인성을 갖췄다"고 전망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
추신수의 예상처럼 이정후는 침착하게 MLB 경기를 치르며, 스타성을 뽐내고 있다.
애초 '장타력'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않았던 이정후는 MLB 3경기 만에 첫 홈런을 신고하며, '힘'도 과시했다.
추신수는 "사실 이정후 같은 스타일의 타자에게 '힘'은 가장 뒷순위다. 이미 출루 능력, 콘택트 능력을 갖춘 타자여서, 마지막에 힘만 키우면 홈런은 언젠가는 나온다"며 "홈런이 더 늦게 나왔어도 이정후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일찌감치 나온 홈런이 이정후에게 부담감을 줄여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단 이정후에게 좋은 추억이 쌓였다는 건 분명히 좋은 점"이라고 밝혔다.
추신수에게도 MLB 첫 홈런은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추신수는 15경기 만인 2006년 7월 29일에 MLB 첫 홈런을 쳤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로 이적한 첫날, 시애틀을 상대로 친 홈런이어서 더 화제가 됐다.
추신수는 "워낙 특별한 상황에서 첫 홈런이 나왔다.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웃었다.
이어 "이정후에게는 더 좋은 추억이 많이 쌓일 것"이라고 덕담했다.
손가락 부상 탓에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짧은 재활을 하는 추신수도 '은퇴 시즌'에 더 많은 추억을 쌓고자, 복귀 시계를 빠르게 돌리고 있다.
추신수는 "(손가락을 다친 3월 23일에) 의료진은 복귀까지 3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고 떠올리며 "나는 의료진의 판단보다 더 빨리 그라운드로 돌아오고 싶다. 꼭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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