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악 시장 휩쓴 K-밴드, 대중성 갖춘 노래로 리스너 공략
(왼쪽) 밴드 데이식스와 루시는 최근 국내 가요계에서 밴드 열풍을 이끌고 있는 주역들 중 하나다. JYP엔터테인먼트, 미스틱스토리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근 K팝 시장에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간 아이돌 음악 중심의 성격이 강했던 K팝 시장에서 밴드 음악이 슬며시 입지를 넓히기 시작한 것이다. 밴드들의 인기에서 시작된 일명 '밴드 붐'은 K팝 시장의 다양성 확보에 새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최근 국내 음악 시장에서 밴드의 인기가 뜨겁다. 과거 FT아일랜드·씨엔블루로 대표되던 아이돌형 밴드들이 한 차례 인기를 구가했던 것을 제외하면 오랜 시간 국내 음악 시장에서 밴드 음악은 '마니아층이 탄탄한 비주류 장르' 쯤으로 여겨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일례로 최근 데이식스는 앞서 발매했던 곡들이 역주행을 기록한데 이어 최근 발매한 신곡 '웰컴 투 더 쇼'로 음원 차트 1위를 기록, 수록곡까지 멜론 '톱100' 차트인에 성공시키며 남다른 인기를 증명했다. 또 다음 달 개최되는 단독 콘서트는 예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열기 속 총 3만3,000석이 전석 매진되며 이들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이같은 인기는 비단 데이식스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JTBC '슈퍼밴드'를 통해 결성된 루시 역시 아이돌 못지 않은 팬덤을 자랑한다. 첫 월드투어 서울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인기를 실감케 한 루시는 올해 데뷔 첫 월드 투어를 개최하며 글로벌 팬들도 만난다. 올해 초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 부문을 수상, 3관왕에 오르는 등 일찌감치 음악성을 인정 받은 실리카겔 역시 두터운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인기 밴드다. 이 밖에도 쏜애플·웨이브 투 어스·더 로즈 등 최근 국내외 음악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는 밴드들이 미처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밴드들의 인기가 비단 '마니아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대중성까지 갖춘 음악들로 리스너들을 사로잡으며 자신들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국내에서 밴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로 바로 이 점을 꼽았다. 정 평론가는 "최근 활동 중인 밴드들을 K-밴드라고 하는데,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대중성이다. 너무 딥하지도, 마니아틱하지도 않게 중간 경계 지점을 잘 밟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주얼 역시 훨씬 아이돌에 가깝고, 음악적으로도 대중적인 음악과 가까운 음악을 선보이는데 이러한 K-밴드들의 변화가 밴드의 인기 부상에 일조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밴드들의 변화가 이들을 향한 대중적 관심을 도모했다면, 이를 뒷받침 한 것은 밴드들의 실력이었다. 보컬부터 다양한 악기까지 스스로 소화해야 하는 만큼 밴드에 있어 멤버들의 실력은 필수적인 요소다. 실제로 최근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밴드들 역시 상당한 실력을 갖춘 멤버들로 구성, 각종 무대에서 풍성한 사운드와 특색 있는 음악색으로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탄탄한 실력과 대중성까지 갖춘 밴드들의 향연 속 앞으로 '밴드 붐'은 계속 될 전망이다. 정 평론가는 "국내에서 밴드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기 위해서는 국내의 저변이 어떻게 만들어지냐가 중요하다. 해외에서의 인기와 별개로 국내에서 팬들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최근 밴드들의 콘서트 현장을 보면 팬덤이 엄청난 것을 볼 수 있다. 지금처럼 팬덤이 꾸준히 생성되면서, 그 팬덤이 다양한 밴드 음악을 찾고 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밴드의 저변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한 반가움은 결국 K팝 시장의 다양성 확보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아이돌 그룹 중심의 K팝 시장에서 오래 전부터 K팝의 다양화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졌던 바, 최근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할 만한 인기를 끌고 있는 K-밴드들은 K팝 시장의 저변 확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정 평론가 역시 "역수입이라 불릴 정도의 K-밴드의 해외 인기는 글로벌 시장에 'K팝에는 아이돌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려준 사례"라며 상대적으로 스펙트럼이 넓은 밴드 음악의 특성상, 앞으로 더욱 다양한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K팝의 다양성 확보에 있어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라고 바라봤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