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 홍경 인터뷰 / 사진=매니지먼트mm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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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홍경이 '댓글부대'로 이 시대의 초상을, 그리고 자신의 20대의 한 페이지를 채웠다.
'댓글부대'(연출 안국진·제작 영화적순간)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홍경은 지난 2021년 영화 '보이스'에 이어 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홍경은 "개인적으로 모든 작품에 애정을 품고 제가 가진 전력을 다해 치열하고, 집요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이번 작품 역시 안국진 감독님이랑 같이 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안국진 감독님이 가지신 영화적인 미학과 선 위에 펼쳐지는 내러티브(narrative, 서사) 역시 굉장히 좋았다. 그래서 이걸로 관객분들과 만날 생각에 너무 설렌다. 분명 새롭고 세련된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홍경은 "저희가 다루는 주제가 이 시기에 굉장히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이 시기를 살면서, 이 시기에 필요한 이야기를 만나는 건 굉장히 드문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런 서사를 상업 영화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건 드문 기회다. 뿐만 아니라 영제가 오랜 기간 영화를 좋아한 사람으로서, 대화 중심의 영화도 좋지만 제가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은 이미지적인 게 강했다. 단순히 미학이라는 것이 예쁜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를 만드는 모든 요소들을 얘기한다. 자질구레한 아주 작은 요소들까지 모든 것이 합쳐져서 미학이 되는데 '댓글부대'는 촬영, 조명, 의상, 미술, 분장 모든 것들이 아주 잘 가공된 영화 같다. 이런 요소들이 한 번에 합쳐진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저희 영화의 장점이고 자부심이라 느낀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캐스팅 당시 직접 안국진 감독을 찾아가 몇 시간가량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는 홍경은 "제가 유년기 때 영화에 둘러싸여서 삶을 보냈다고 자부한다. 그 한국 영화 리스트 중에 손꼽는 영화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감독님이 '댓글부대'를 준비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를 떠올려주셨다는 이야기에 너무 좋고 행복했다"며 "시나리오를 읽고 첫 만남 때 4~5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뿐만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해 여감 없이 드러내고 싶었다. 감독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고, 얼마나 큰 애정을 갖고 있었는지도 알고 계셨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몇 차례 만났다. 그때 '같이 걸어봐요'하면서 손을 잡았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댓글부대' 안에서 홍경이 호흡을 맞춘 '팀 알렙'은 각기 개성이 강한 세 인물 찡뻤킹(김성철), 찻탓캇(김동휘), 팹택(홍경)이 등장한다. 그 안에서 튀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인물을 구축한다는 건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홍경 역시 "영화 안에서 이끄는 인물이 있지만, 동시에 모든 인물이 주체적으로 살아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영화 자체가 탄탄해지고, 모든 기둥이 올바르게 서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제 캐릭터 역시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살릴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며 "다른 캐릭터에 비해 제 캐릭터는 외부에 나가는 장면이 적다. 캐릭터라는 건 '나'라는 사람이 보일 땐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다양한 모습을 비추지 않냐. 근데 제 캐릭터는 그런게 조금 결여돼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해진 포맷 안에서 어떻게 다채롭게 그려볼까에 대해 감독님과 구체화시켰다"고 설명했다.
홍경이 그려낸 팹택은 팀 알렙에서 열정적으로 여론 조작에 가담하는 키보드 워리어다. 유일한 친구인 찡뻤킹, 찻탓캇에게 의지하며, 천진난만하게 여론 조작에 빠져들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위태로운 어린아이 같은 인물이다.
팹택에 대해 홍경은 "원작을 너무 오래전에 봐서 이 작품을 들어갈 때 다시 보진 않았다. 어쨌든 오리지널이 있지만, 저는 새로 펴낸 것을 읽고 받아내고, 해야 하지 않냐"며 "그 과정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팹택이 느끼는 게 무엇인지, 팹택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런 호기심부터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팹택이 어떤 사건과 마주하면서 친구들 앞에서 울음을 보이는 장면이 있다. 제가 해석한 바로는 이 친구는 여론 조작에 가담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혹은 죄책감을 느끼는데 숨겼다고 생각했다. 이 두 친구라는 존재 앞에서 나의 체면을 위해서"라며 "여러 가지 해석이 담길 수 있게 열어뒀다. 이 친구가 느끼는 게 무엇인가에 대해 무엇인가를 찾아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팹택은 찡뻤킹, 찻탓캇에 비해 서사가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다. 다른 두 인물이 외부에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며 사건을 키워간다면 팹택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사건들에 몰입해 간다.
이에 대해 홍경은 "팹택에 대한 상상의 타래를 좀 열어놨다. 서사가 분명하고, 행동 묘사가 분명할 땐 그걸 따라가는 것이 힘들겠지만, 재미와 걱정은 조금 덜 할 수 있다"며 "근데 '댓글부대'는 캐릭터 영화라기 보단 그 안에서 앙상블을 토대로 큰 사건을 보여주고 그 안에 숨 쉬는 인물들이 각양각색이다. 두려움을 내려놓고 감독님과 치열하게 얘기 나눴던 걸 토대로 감독님이 포인팅 하시는 대로 그냥 달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홍경은 "팹택에 대한 서사를 설명하는 것들이 없다. 그래서 다른 두 친구들에 대한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 팹택이 다른 두 친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중요한 키워드로 봤다"면서도 "이 친구의 선택에 대한 동기에 대해 답변할 땐 조심스럽다. 제가 영화를 보는 방식 중 하나는 그걸 탐미하는 것의 즐거움이다. 이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알아보려고 하는 것만큼 건강한 게 있나 싶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홍경이 표현한 '댓글부대'는 '이 시대의 초상'이다. 홍경은 "전 한 번도 작품을 선택할 때 '이번엔 이걸 했으니까 다음엔 이걸 해 봐야지' '스타일을 다르게 가져가야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라며 "제가 맹목적으로 좇는 건 저의 20대를 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걸 남겨야 한다는 두려움이다. 그걸 품고 나아가는 데 있어 '댓글부대'는 되게 감사한 작품이다. 제가 살아가는 세대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난다는 건 배우로서 정말 진귀한 순간이다. 제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 상황이 맞물려야 한다. 정말 용기 있고, 깊은 자부심이 있는 작품이다. 그런 작품을 만난 것에 대한 감사함이 있다. 우리 시대의 초상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제가 감히 뭐라고 이야기한다면 사회에 대한 초상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홍경은 "사실 제가 댓글을 많이 찾아보진 않는다. 작품 할 때만 본다. 작품 할 때 봐야 하는 이유는 제가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봐야 하는데 스스로를 자각하기란 쉽지 않다. 최선을 다해서 쏟아냈을 때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의견을 듣고 보완점을 채워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홍경은 "'댓글부대'는 시대의 초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과감한 생각을 해 본다. 제가 이 영화에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는 이제 저로서, 관객으로서 느끼는 거지만, 서사는 필히 갖춰야 하는 것이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결국 영화는 이미지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들이 조각조각 붙어있다"며 "그런 미학적인 부분들이 잘 구현된 영화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어떤 선 위를 타는 이야기고, 거기서 오는 묘한 긴장감과 여러 감정들이 있다. 그런 여러 가지 요소들이 부합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홍경은 "저한테도 그렇다. 제가 올해 28살인데 제 목표는 어떤 배역을 맡는 것보단, 제가 20대를 돌아봤을 때 절대 부끄럽지 않은 것들을 남기고 싶다"며 "그 기준은 오로지 저에게 있다. 제가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저만의 초상을 남기고 싶다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두렵다. 그랬을 때 '댓글부대'는 저에게 아주 소중하고 자부심 있고, 자신 있는 영화인 것 같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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