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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25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서터 헬스 파크에서 열린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새크라멘토 리버 캣츠와 경기에 선발 1번 중견수로 출전해 2타수 1안타 1볼넷 1삼진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결과는 시범경기 성적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최근 시범경기 성적과 결부하면 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3월 14일 신시내티전 경기 도중 좌측 햄스트링 쪽에 약간의 통증을 느껴 휴식과 치료를 병행했던 이정후는 복귀전이었던 3월 21일 LA 에인절스전에서 2타수 2안타 1볼넷, 그리고 23일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서도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부상도 막을 수 없는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매년 애리조나 캠프를 마친 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기 전 리버 캣츠와 경기를 한다. 돌아오는 길목이기도 하고, 리버 캣츠 팬들에 대한 서비스 개념도 있다. 이날도 트리플A 구단과 경기이기는 했지만 주축 선수들 상당수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팬들과 만남과 동시에 컨디션을 점검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중견수)-오스틴 슬레이터(지명타자)-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맷 채프먼(3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패트릭 베일리(포수)-닉 아메드(유격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부상이 있었던 슬레이터가 라인업에 복귀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올해 주전으로 거론되는 선수들이라 라인업의 중량감이 꽤 묵직했다.
이날 리버 캣츠의 선발은 팀이 꽤 기대하고 있는 선발 자원인 메이슨 블랙(23)이었다. 202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샌프란시스코의 3라운드(전체 85순위) 지명을 받았다. 2022년 싱글A에 이어 상위 싱글A에 올라갔고, 2023년에는 더블A를 거쳐 트리플A까지 올라왔을 정도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트리플A 13경기에서는 3승4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리버 캣츠의 소속 리그가 극단적인 타고투저의 환경인 퍼시픽 코스트 리그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 스프링트레이닝 기간 중에는 메이저리그 팀에서 뛰며 이정후와는 이미 안면이 튼 뒤였다.
이정후는 첫 타석에서 블랙과 상대했는데 삼진에 그쳤다. 3구까지는 2B-1S로 비교적 카운트 싸움을 잘 가져갔지만 4구째 높은 쪽 패스트볼은 파울, 5구째 비슷한 코스의 패스트볼 역시 파울이었다. 결국 6구째 떨어지는 87.2마일짜리 슬라이더에 헛스윙하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경기 후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이날 블랙이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3⅔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면서 ‘삼진 하나를 잡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 삼진 하나를 잡았다는 문구에 괄호를 치고 이정후의 이름을 넣었다. 북미 언론에서 이런 표기는 잘 찾아보기 어렵다. 즉, 삼진을 잘 당하지 않기로 소문난 이정후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을 정도로 블랙이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돌려서 칭찬한 것이다. 이정후가 어느덧 투수의 경쟁력을 측정하는 ‘판독기’가 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현지 언론에서도 이정후를 인정하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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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후속 타자 오스틴 슬레이터의 타석 때 폭투로 2루를 밟았다. 슬레이터의 땅볼 때 3루까지 갔고,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투수 땅볼 때는 아쉽게도 런다운에 걸려 아웃됐다. 1사 3루에서 뛰어야 할 상황이었고, 수비 팀의 대처가 좋았다.
그런 이정후는 0-5로 뒤진 5회에도 다시 선두 타자로 들어서 볼넷을 골라 이날 두 번의 출루를 완성했다. 리버 캣츠 투수인 베르트랑이 변화구 위주로 투구했으나 존에서 조금씩 벗어났고, 이정후는 굳이 무리하게 치려고 하지 않고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은 끝에 볼넷을 골랐다. 이정후는 이 타석 이후 대주자인 그랜트 맥클레이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세 타석만 소화하게 되어 있었고, 이날 경기를 일찍 끝내고 26일 오클랜드와 경기에 대비했다. 경기는 리버 캣츠가 홈팬들 앞에서 8-1로 이겼다.
이제 이정후는 앞으로 자신이 살게 될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바다를 건너기 전 오클랜드에 잠시 먼저 들린다. 26일 오전 10시 40분(한국시간)부터는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와 시범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오클랜드의 홈구장인 콜리세움에서 열린다. 27일 오전 9시 5분부터는 장소를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로 옮겨 다시 오클랜드와 경기한다.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는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둔 인접 구단이다. 매년 정규시즌에 돌입하기 전 각자 홈구장에서 한 경기씩을 치른다. 이제 양쪽 모두 개막이 코앞인 만큼 애리조나 연습경기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기다리고 있다. 오클랜드는 극적인 메이저리그 승선을 노리는 선배 박효준이 기다리고 있다. 이정후와 박효준의 매치업이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그리고 하루를 쉰 뒤, 29일 김하성이 기다리고 있는 샌디에이고에서 대망의 2024년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치른다. 키움 시절 팀 선후배 사이인 김하성(샌디에이고)과 이정후가 맞붙는 4연전이다. 이정후 자체도 큰 화제를 모을 것으로 예상되나 오프시즌 많은 전력 보강을 했던 샌프란시스코 팀 자체에도 큰 관심이 쏟아질 전망이다.
시범경기 성적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정후는 KBO리그에서는 최고의 타자였고 MVP 출신이기는 하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다. 아무래도 낯선 환경이고 낯선 투수이며, 낯선 문화다. 모두가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이번 시범경기가 성적과 별개로 이정후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성적까지 좋다. 이정후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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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생각보다 더 강력한 타구 속도, 그에 상응하는 장타율, 그리고 빠른 발과 안정적인 수비까지 보여주며 ‘5툴 가이’로서의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그런 이정후에 대한 기대치를 엿볼 수 있는 지표가 또 하나 있으니 바로 2024년 메이저리그 판타지리그 외야수 순위다. 판타지리그는 선수들의 성적이라는 객관적인 지표로 점수를 매겨 유저들끼리 경쟁하며, 북미 스포츠에서는 이미 거대 산업으로 발전한 흥미 요소다. 당연히 안타를 많이 치고, 득점을 많이 하고, 홈런이나 타점을 더 많이 뽑아낼수록 성적이 좋고, 좋은 선수들을 자신의 로스터에 추가하려면 더 많은 가상 머니를 지불해야 한다.
ESPN이 24일(한국시간) 발표한 판타지리그 외야수 순위에서 이정후는 34위에 올랐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꽤 높은 순위다. 메이저리그 30개 팀에 주전 외야수가 90명 있다고 가정할 때 상위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당초 이 순위가 다소 낮았으나 시범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하며 기대치를 높이자 이 순위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외야수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이정후가 외야수 전체 34위, 그리고 이정후와 FA 영입 동기인 30홈런 강타자 호르헤 솔레어가 35위다. 그 뒤로는 샌프란시스코의 외야수가 잘 보이지 않다가 외야수 74위에 루이스 마토스가 위치하고 있다. 이정후가 꽤 큰 신뢰를 주고 있다는 것, 이정후가 어느덧 샌프란시스코의 간판 외야수로 컸다는 것, 그리고 영입생인 두 선수가 12위라는 점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지난해 외야가 얼마나 허약했는지를 동시다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포지션을 다 종합한 랭킹 TOP 300에서는 전체 161위에 올랐다. 샌프란시스코 선수 전체를 따져도 에이스인 로건 웹(전체 13위), 마무리인 카밀로 도발(전체 44위),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로 최근 2년 계약한 블레이크 스넬(전체 124위)에 이은 4위다. 즉, 샌프란시스코 야수 중에서는 단연 1위라고 볼 수 있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의 귀한 몸 대우를 받는 건 여러 지표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 랭킹은 시즌이 지나면서 선수의 기록과 연계돼 계속 바뀐다. 아시아 외야수로는 보스턴의 요시다 마사타카가 23위, 그리고 시카고 컵스의 스즈키 세이야가 30위로 이정후보다 조금 높은 순위에 있다. 두 선수는 이정후의 선배격으로 많은 비교가 될 선수들이기도 하다. 다만 스즈키는 2년, 요시다는 1년간 메이저리그를 먼저 경험했고 이정후의 시즌 초반 활약에 따라 이 순위가 역전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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