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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슈 트로트와 연예계

반란일까 광풍일까…10대가 점령한 트로트[MK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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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가왕’ 1위 전유진, ‘미스트롯3’ 1위 정서주. 사진 ㅣMBN,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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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로트 대전으로 불린 MBN ‘현역가왕’과 TV조선 ‘미스트롯3’의 최종 승자는 10대였다. 고등학교 1학년인 17세 전유진과 올해 16세 중학생인 정서주였다. 날고 긴다는 쟁쟁한 현역가수도 제치고 영예의 왕관을 썼다.

고수들의 대전으로 매 무대가 명불허전이었던 ‘현역가왕’에서는 전유진이 1억원의 주인공이 됐고, 막내 김다현(15)이 3위를 차지했다. ‘트롯트계 뉴진스’로 불리는 전유진은 실력은 기본, 막강한 팬덤과 스타성까지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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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트계 뉴진스’로 불리는 전유진은 실력은 기본, 막강한 팬덤과 스타성까지 갖고 있다. 사진 ㅣ스타투데이DB


2009년생인 전유진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트로트로 태교를 했다”며 “저에겐 트로트가 인생”이라고 했다. 우승 후 열린 TOP7 기자간담회에서 10대 트로트 가수의 장점을 어필하기도 했다. “Z세대가 트로트를 부르면 더 신선하게 느끼더라”며 “10대만의 패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생 경험은 부족하지만 심금을 울리는 자신만의 창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평소 힘들었던 순간, 감정을 기억해뒀다가 노래할 때 꺼내어 몰입하는 편”이라며 “아이돌 노래도 좋지만 옛날 노래를 들었을 때 오는 감정이 분명히 있다. 가사도 요즘 노래와 달리 서정적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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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은 “20년 후에는 전 세계적으로 나아가 국악과 트로트를 알리는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사진 ㅣ스타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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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을 배우다 트로트 요정이 된 김다현 판소리는 4살 때부터, 트로트는 7살 때부터 했다. 청학동 김봉곤 훈장의 4남매 중 막내딸로 이제는 아버지보다 더 유명한 스타가 됐다.

“국악은 슬픈 대목이 많지만 들썩들썩 신나는 곡은 없는데 트로트는 신나는 곡도 많고 좋은 매력이 많아 푹 빠졌다”는 그는 “20년 후 35살에는 전 세계적으로 나아가 국악과 트로트를 알리는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미스트롯3’의 경우 10대 파워는 더 거세다. 이전 시즌과 확 달라진 판도였다. TOP7 중 10대는 무려 4명이었다. 진 정서주 15세, 미 오유진 15세, 5위 나영 19세, 김소연 19세이다. 2위에 오른 1996년생인 배아현을 제외하고 모두 2000년대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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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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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인, 양지은에 이어 ‘미스트롯’ 진에 오른 정서주는 경연 내내 유력한 ‘진’ 후보로 꼽혔다. ‘리틀 이미자’로 불렸던 정서주는 1라운드 당시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선곡, 담백하고 청아한 목소리로 마스터들과 대중을 사로잡았다. 이후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 심수봉의 ‘겨울장미’ 등 명곡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 ‘정서주’라는 장르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마지막 무대였던 ‘인생곡’ 미션에서 외할머니를 떠올리며 선곡한 이효정의 ‘우리 어머니’는 회자되는 무대로 꼽힌다. 노래를 통해 한 편의 인생사를 그려냈다. 준결승 신곡 미션에서 부른 ‘바람 바람아’는 100만 조회수를 넘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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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은 다양한 색을 보여주며 “스타성만큼은 단연 1위”라는 극찬도 받았다. 사진 ㅣ스타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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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트롯전국체전’(2020) 동메달에 이어 아이돌 발굴 프로그램인 MBC 방과후 설렘(2021)에서 얼굴을 알린 오유진은 가창력은 기본, 무대 장악력과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스타성만큼은 단연 1위”라는 극찬도 받았다.

깜찍한 외모에 수준 높은 가창력까지 겸비해 ‘트로트 아이돌’이란 애칭이 가장 잘 어울리는 참가자로 꼽혀왔다

지난해부터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10대 카드라는 외연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10대 트로트 가수들은 오디션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주류’로 무대에 올랐고, 수십년 베테랑 가수들과는 다른 신선함과 에너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대중은 ‘뉴페이스’에 열광했다.

‘현역가왕’을 론칭한 서혜진 PD는 “이번 타임은 MZ세대의 반란이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어떻게 된 일일까.

트로트 하면 인생의 회로애락을 다 경험해본 이가 불러야 그 맛을 전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노래로 손꼽혔다. 흠잡을 데 없는 가창력을 갖고 있다고 함부로 흉내낼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그런데 그들이 부른 트로트는 심금을 울리고 가슴을 쳤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어떻게 볼까.

지승훈 스타투데이 가요 전문 기자는 “어른들의 장르라고 여겨졌던 ‘트롯’이 세대불문 대표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어린 세대의 관심이 현 대중가요 주류인 아이돌 음악에만 쏠리는 게 아닌 다양한 음악적 균형 성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긍정적으로 봤다.

또 “현실적으로 아이돌로서 성공하는 건 큰 도전이며 쉽지 않다. 그러나 트롯 가수로서 어느 정도의 네임벨류만 쌓는다면 전국 수많은 행사를 통해 기본적인 수익 생활은 이어갈 수 있다. 물론 숱한 트롯 가수 중 몇 안되는 일부에 해당하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10대가 부르는 트롯은 더욱 매력적이고 인기 요소이기 때문에 도전해볼 만한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한 중견 가요 기자는 트로트 세계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10대 트로트 스타들은 아이돌 스타 부럽지 않은 팬덤을 기반으로 글로벌 K-트롯의 본격 장을 여는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며 “트로트가 빌보드 차트를 장악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중소 규모 연예 기획사 대표도 “정동원이 부르는 노래가 중견 트로트 가수가 부르는 노래 보다 덜 와 닿느냐고 하면 아니다.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며 “맑은 감성과 순수함까지 갖고 있어 더 매력적”이라고 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가요 제작사 관계자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며 “아직 목소리도, 감성도 설익은 상태에서 소비된다는 우려가 있다. 어른들과 경쟁을 하면서 받게 될 상처 또한 감내하기 어려운 나이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스트롯3’에서 8위에 오른 빈예서(12)는 “아동가수에겐 너무 가혹한 일정”이라며 전국투어 콘서트 불참을 선언했다. 빈예서 측은 “아동으로서 누려야 할 정당한 기회의 제공과 균등한 조건이 보장된다 판단할 수 없으며 여러 논란이 다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과 편견을 고려해 빈예서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 대중문화 담당 기자는 “트로트 소비층은 아직 중년층이 절대적이다. 10대 중 불우한 환경을 딛고 성장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있는 출연자들에게 몰입하는 경향이 짙다. 세대교체라곤 하지만 거품이 큰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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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첫방송 되는 ‘한일가왕전’. 사진 ㅣMBN


트로트 10대 열풍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앞서 임영웅 송가인이 미국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고, 홍진영은 영어 가사로만 된 팝송에 트로트 색을 입혀 미국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영탁은 동남아 순회공연을 돌기도 했다. 트로트 가수들이 아이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해외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K-트롯의 스펙트럼도 한층 넓어지고 있다.

‘현역가왕’ 특별 심사위원으로 나선 일본 유명 가수 마츠시다 시게루는 전유진의 무대를 보고 “쩐유진 양은 이대로 일본에 가면 톱스타가 될 거다”고 감탄했다. 오는 4월 2일 첫방송 되는 ‘한일가왕전’은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한 시험 무대가 될 것이다.

‘한일 가왕전’은 한국과 일본의 트로트 국가대표 TOP7이 펼치는 국내 최초 ‘한일 음악 국가 대항전’이다. 일본 톱7에는 한국 걸그룹 연습생 출신부터 J팝 아이돌, 전국 가요제를 휩쓴 신동까지 실력파가 포진돼 있다.

츠츠미 ‘한일가왕전’ 일본 프로듀서는 “상대국의 노래를 부르는 무대를 상상하지 못했는데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며 “이런 무대가 한국과 일본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한 발짝 더 앞서 나가게 하는 시대를 열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10대 트로트 스타들이 K팝 붐을 타고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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