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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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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0억 투수'의 참혹한 MLB 데뷔전…"분하지만 시즌은 길다" [고척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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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고척, 김지수 기자)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비싼 투수 일본의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가 혹독한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타자를 전혀 압도하지 못하고 난타당하면서 다음 등판까지 여러 가지를 보완해야 한다는 숙제를 확인했다.

야마모토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 2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1이닝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다저스가 타격전 끝에 11-15로 무릎을 꿇으면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야마모토는 경기 종료 후 공식 인터뷰에 참석해 "1회초부터 게임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고 실점으로 이어지고 말았다"며 "확실하게 오늘 게임을 되돌아보겠다. 분위기를 바꿔서 다음 등판에 임하고자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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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는 이날 1회에만 43개의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50%에 그치면서 카운트 싸움을 어렵게 풀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샌디에이고 타선은 야마모토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야마모토는 1회초 선두타자 잰더 보가츠에 안타를 허용한 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 몸에 맞는 공을 내줬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야마모토는 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제이크 크로넨워스에 2타점 3루타를 맞았다. 143km짜리 스플리터가 스트라이크 존 한 가운데로 몰리면서 크로넨워스의 방망이에 여지없이 당했다.

야마모토는 장점인 강력한 구위와 안정된 제구력이 이날 게임에서는 완전히 실종됐다. 매니 마차도를 볼넷으로 1루에 내보내면서 상황이 무사 1·3루로 악화됐다. 김하성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3루 주자 크로넨워스가 홈 플레이트를 밟아 스코어는 0-3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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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는 일단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은 이후 주릭슨 프로파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추가 실점 없이 1회초를 끝내는 게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야마모토는 2사 1루에서 루이스 캄푸사노에게 1타점 2루타, 타일러 웨이드에 1타점 적시타를 얻어맞고 고개를 숙였다. 자책점은 5점까지 늘어났고 게임 초반 주도권을 샌디에이고 쪽으로 완전히 넘겨줬다. 잭슨 메릴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길고 길었던 1회초에 마침표를 찍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1회말 공격에서 타선이 1점을 만회하자 야마모토를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였다. 2회초 수비 시작과 함께 투수를 마이클 그로브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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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론이지만 야마모토의 1회 5실점 부진이 다저스의 발목을 잡았다. 다저스는 타선 폭발 속에 마지막까지 샌디에이고를 괴롭혔지만 결국 동점, 역전에 실패했다. 8회말 무키 베츠의 2타점 적시타로 12-11까지 따라붙었지만 9회초 매니 마차도에 3점 홈런을 얻어맞은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야마모토는 "오늘 게임은 세트 포지션에 들어간 뒤 내 투구가 흔들렸다. 수정해야 할 포인트를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다"며 "투수코치로부터 조언을 받으면서 다음 등판을 준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팀이 패하면서 굉장히 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감도 느낀다"며 "하지만 시즌은 길고 열심히 노력해서 다저스에 공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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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는 지난겨울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주인공이다.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하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고 수많은 빅마켓(Big market) 구단들이 구애를 보냈다.

야마모토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야마모토를 품기 위해 계약기간 12년, 총액 3억 2500만 달러(약 4272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했다..

야마모토의 3억 2500만 달러 계약은 게릿 콜이 뉴욕 양키스와 9년간 3억 2400만 달러에 사인한 것을 뛰어넘는 역대 메이저리그 투수 보장액 최고 기록이었다.

야마모토는 이와 함께 대선배 다나카 마사히로(현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2014년 1월 양키스로 이적하면서 받은 계약기간 7년, 총액 1억5500만 달러의 2배 이상을 손에 넣고 역대 포스팅 시스템 최대 계약 신기록까지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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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생인 야마모토는 2017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데뷔 2년차였던 2018년부터 팀의 주축 투수로 성장, 32홀드를 수확했다.

야마모토는 2019년부터 일본프로야구 톱클래스 선발투수로 정착했다. 20경기서 8승6패 평균자책점 1.95로 맹위를 떨쳤다. 2020년에도 18경기서 8승4패 평균자책점 2.20의 특급 성적을 찍었다.

야마모토의 성장의 한계는 없었다. 2021년 26경기 18승 5패 평균자책점 1.39로 언터쳐블의 면모를 뽐냈다. 2022년에도 26경기서 15승 5패 평균자책점 1.68을 자랑했다.

야마모토는 2023년에도 23경기서 16승6패 평균자책점 1.21로 더는 일본 내 적수가 없다는 걸 입증했다. 총 7시즌 동안 172경기서 70승29패 3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2, 탈삼진 922개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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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퍼시픽리그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3년 연속 수상은 스즈키 이치로 이후 역대 3번째였다. 일본프로야구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일본판 사이영상인 사와무라상도 3년 연속 손에 넣었다. 카네다 마사이치 이후 역대 2번째의 위업이었다.

일본 태생 선수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것은 야마모토가 역대 12번째. 앞서 데이브 로버츠 현 다저스 감독, 노모 히데오, 이시이 가즈히사, 구로다 히로키, 마에다 겐타, 다르빗슈 유 등 일본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다저스에 몸담았다.

야마모토는 신장 178cm로 크지 않은 체격에도 역동적이면서 유연한 투구폼을 바탕으로 빠르고 강력한 공을 뿌린다. 150km 중후반대 빠른 공은 물론 140km 중후반대 낙차 큰 스플리터, 140km 초반대 컷 패스트볼, 120km 중반대 커브 등 변화구 구사 능력, 제구력까지 모든 게 완벽한 투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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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야마모토의 메이저리그 적응은 예상보다 큰 난관에 부딪혔다. 시범경기 세 차례 등판에서 1패 9⅔이닝 평균자책점 8.38 14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97을 기록했다.

로버츠 감독은 서울시리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야마모토가 매우 생산적인 스프링캠프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았던 점은 건강하게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라며 "야마모토는 루틴을 비롯해 모든 것이 좋았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에 대해 몇 가지를 배운 것 같다. 내 관점에서는 훌륭했다"고 치켜세웠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야마모토의 데뷔전을 앞두고도 "야마모토를 기대하고 있다. 90구 정도 던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 시범경기에는 75구를 던졌는데, 여러 가지를 실험해 볼 예정이다. 어떻게 플레이를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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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야마모토의 부진이 장기화 될 경우 다저스의 2024 시즌 선발 로테이션 운영 계획은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로버츠 감독은 "야마모토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 등판이었고 당연히 긴장감도 느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신뢰를 보냈다.

사진=고척, 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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