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직전 아내 SNS서 공개하고 동반 입국…선남선녀 커플로 스포트라이트 독점
개막전서 쐐기타로 성공적인 다저스 데뷔전…떠나는 날 통역 해고 돌발 상황 직면
더그아웃에서 숨 돌리는 오타니 쇼헤이 |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한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엿새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얼굴이 하필 서울을 떠나는 마지막 날 어둡게 변했다.
20일에서 21일로 넘어가는 우리 시간으로 새벽, 기가 막힌 소식이 미국 언론에서 터져 나온 탓이다.
다저스 구단은 보도가 나오자 오타니가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에서 뛰던 시절부터 7년 넘게 믿고 지낸 동반자이자 통역인 미즈하라 잇페이를 불법 도박과 절도 의혹으로 서울에서 즉각 해고했다.
불법 도박을 일삼은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돈에 부적절하게 손댄 정황이 드러나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오타니 통역사 잇페이, 불법도박·절도 의혹…다저스 해고 조치 |
다저스는 물론 미국과 일본 야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가장 당혹스러운 사람은 오타니였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정규리그 개막전인 2024 서울시리즈는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를 통틀어 유일한 코리안 빅리거인 김하성(샌디에이고)을 중심에 내세운 '김하성 시리즈'이자 10년간 7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고 다저스에 입단한 오타니를 위한 '오타니 시리즈'이기도 했다.
MLB 다저스 오타니, '한국행 비행기' 앞에서 아내 최초 공개 |
오타니는 서울행을 앞두고 결혼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깜짝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14일 한국으로 가는 전세기를 타기 직전에는 베일에 싸여 있던 일본여자프로농구 선수 출신 아내 다나카 마미코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역시 SNS에서 전격 공개해 서울시리즈 축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아내와 함께 입국하는 LA다저스 오타니 |
15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엄청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은 오타니-다나카 부부는 한국과 미국, 일본 언론에서 서울시리즈의 아이콘이었다. 세기의 선남선녀 커플에게 축하의 인사가 쏟아졌다.
오타니는 17∼18일 키움 히어로즈, 한국 야구대표팀과 치른 평가전에서 5타수 무안타, 삼진 2개에 그쳤어도 웃음은 잃지 않았다.
서울시리즈 앞둔 오타니 쇼헤이 |
까까머리를 했던 2012년 하나마키 히가시 고등학교 재학 시절 일본 대표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서울을 찾았던 오타니는 12년 만에 다시 서울에 온 뒤 "한국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라면서 "한국에서 다시 뛰게 돼 정말 기쁘다. 야구를 통해 한국에 돌아와서 무척 특별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정말 그 말대로 좋아하는 나라에서 열리는 새 팀 다저스 데뷔전을 앞두고 오타니는 모두의 관심사였던 아내를 천하에 공개하고 하늘을 찌를듯한 인기를 체감하며 특별한 나날을 보냈다.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서울시리즈 1차전까지는 오타니의 바람대로 일이 풀렸다.
오타니, 첫 안타 |
오타니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첫 경기에서 5타수 2안타를 치고 타점 1개와 도루 1개를 남겼다.
특히 다저스가 4-2로 경기를 뒤집은 8회 마지막 타석에서 좌전 적시타를 터뜨려 다저스에서의 첫 번째 타점과 함께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가서는 더그아웃을 향해 귀여운 제스처도 선보였고, 주루 중 베이스를 밟지 않아 '누의 공과'로 주루사하는 보기 드문 실수도 했다.
또 누상에서 김하성에게 먼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경기 관전하는 오타니의 아내 |
오타니의 아내 다나카 씨는 다저스 유니폼 상의를 걸치고 고척돔 일반석 좌석에서 일본에서 건너온 시댁 식구들과 함께 밝은 미소로 남편을 응원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
미즈하라의 배신에도 오타니는 21일 2차전에서 5타수 1안타 1타점을 수확해 서울시리즈를 타율 0.300(120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마쳤다. 다만, 심란한 마음 탓인지 표정과 제스처는 전날과는 사뭇 달랐다.
오타니, 내야 땅볼로 아웃 |
국적을 떠나 지구 최고의 야구 선수인 오타니가 타석에 등장할 때마다, 그가 큼지막한 타구를 띄울 때마다 탄성이 고척돔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큰 포물선이 펜스를 넘기지 못하고 하강 곡선을 그릴 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국 팬들은 오타니와 동료 빅리거의 수준 높은 실력을 직접 눈에 담아 행복했다. 축제의 주인공이자 지휘자였던 오타니는 어떤 추억을 안고 돌아갈까.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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