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조치 요구에 대통령실 선긋기…당정 갈등 재점화
대통령실은 여당 지도부가 요구한 이종섭 주호주대사 즉각 귀국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자진 사퇴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 공백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지만 흔들림 없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숙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 내에서 대통령실을 향한 쓴소리가 커졌다. 의사 집단이탈 장기화에 따른 우려부터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실언 논란 등 인사 문제까지 '용산발 리스크'가 수도권 위기론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당은 이 대사의 즉각 귀국과 황 수석 자진 사퇴를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이 이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지난 1월 때처럼 당정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이 40.8%, 국민의힘은 37.9%를 기록했다. 두 정당 격차는 1주 전 1.2%p에서 2.9%p로 소폭 벌어졌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8.6%로 4주 만에 다시 30%대로 내려간 반면, 부정 평가는 58.4%를 기록해 3주 연속 상승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이 대사 인사 논란, 의료 공백 장기화 우려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3월 14일~15일간, 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 정당 지지도 조사와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 표본 오차는 각각 ±3.1%p, ±2%p. 무선 97%·유선3% 자동응답 전화(ARS) 조사 방식으로 진행.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정부 의대증원 여론은 여전히 찬성이 우세하지만 의료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커진 모양새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서 '정부안대로 2000명 정원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47%)는 응답률과 '규모와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41%)는 응답률이 비슷했다. 특히 의사 반발과 의료 공백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49%,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38%였다. 의료 대란이 한 달째 접어들면서 국민 피로도가 높아진 만큼 정부가 타협점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전국 20개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 사직서 제출을 예고했고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간부 2명에게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번 조사는 3월 13일~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전화 조사원 방식으로 진행.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하지만 대통령실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2000명 증원' 계획을 고수했다. 윤 대통령은 18일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의료계의 '단계적 의대 증원' 요청에 대해 "오랜 시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졌다면 좋겠지만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역대 정부들이 엄두를 내지 못해 너무 늦어버렸다. 매번 이런 진통을 겪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증원 수를 조정하지 않으면 대화에 응할 수 없다고 고수하지 말고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후배들을 설득해 달라"며 대화에 나와 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시작된 의료 공백 현실화 이후 윤 대통령이 직접 병원을 찾아 현장 복귀와 대화 참여를 호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대 증원 계획에 대한 확고한 뜻을 강조한 행보로 풀이된다. 장상윤 대통령실 수석은 이날 CBS 라디오 방송에서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저희는 오픈이 돼 있다"며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을 열고 그 주제에 상관없이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규모 조정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지만 장 수석은 <더팩트>에 "2000명 증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며 변함 없다"고 강조했다.
여당에서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 안철수,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등 수도권 후보들이 이종섭 주호주대사(오른쪽)즉각 귀국과 황상무 수석(왼쪽) 사퇴 의견을 냈다. /뉴시스·남용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런데도 여당 내에선 이날도 이 대사 즉각 귀국 조치와 황 수석 거취 결단 요구가 이어졌다.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사는 빨리 귀국해 수사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본다. 황상무 수석에 대해서는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분명히 말했다"고 거듭 말했다. 또 다른 공동선대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실의 잘못이 없었다고 해도 당연히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도피성 대사 임명'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라며 "본인이 들어와서 조사받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게 맞다"고 했고, 황 수석에 대해선 "본인이 알아서 정리할 거는 정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전 수석과, 친윤계 핵심 인사로 꼽히는 이용 의원도 이 대사 즉시 귀국과 항 수석 자진 사퇴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상황이다. 전날(17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요구와 맥을 같이 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같은 요청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에 대해선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이 대사는 한·미·일·호주와의 안보협력과 호주에 대한 대규모 방산수출에 비추어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며, 이 대사가 공수처의 소환 요청에 언제든 즉각 응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유 없이 귀국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사 출국금지 해제를 두고는 공수처와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의 출국을 허락했다고 밝혔지만 공수처는 언론 공지로 허락한 적 없다고 정면 반박했는데,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가 공수처 입장문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재반박했다.
또 대통령실은 황 수석이 자진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특히 대통령실은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황 수석은 일부 언론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1980년대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등을 언급해 여론 질타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1월 23일 오후 충남 서천 서천특화시장을 방문해 화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른바 '디올백 사태'로 촉발했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정면충돌이 재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헌우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한 비대위원장이 밝힌 입장에 대해 "당을 이끌고 가는 비대위원장으로서 그런 민심을 반영해서 하신 말씀"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대통령실의 조치가 없을 경우 추가 입장을 낼지 여부에 대해선 "일단 당의 입장을 밝힌 만큼 저희도 상황을 보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부터 기자들과의 출근길 문답을 돌연 중단했다.
대통령실이 현재는 여당 요구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총선 영향을 고려해 결국 수용하면서 용산발 논란을 매듭지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방송에서 "총선 와중에 당이 중심이 돼야 되는데 당이 아니라 대통령실이 목소리를 낸다. 강서구청장 선거 이전에 이랬다"라며 "이 대사의 귀국과 시민사회수석 문제는 본인이 스스로 그만두지 않고 대통령한테 넘기면 방법이 없지 않나. 그런데 이 총선을 한 위원장한테 힘을 실어줘야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있다면 그 두 가지 문제를 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통령실이 거부하면) 당쪽에서 그대로 대통령실 얘기를 수용하겠나. 받아칠 것"이라며 "한동훈 카드를 꺼낼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대통령실이 한동훈 위원장한테 져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unon8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