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총선, 달라지는 평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를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3.12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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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공천 과정의 갈등을 상대적으로 잘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은 국민의힘에 4·10 총선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고 각종 악재가 고개를 들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로 호주로 출국하는 정권발 악재에다 조국혁신당의 부상으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층 결집에 성공했지만, 민주당을 상대로 이념 문제만 강조해 중도층 확장에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이미 공천을 받은 지역구 후보들의 문제적 언행이 거듭 불거져 당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있다. 수도권에 지명도 높은 외부 인사를 공천했지만 지역에 녹아들지 못해 당 지지율만큼 지지를 받지 못하는 문제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야당들은 12일에도 이 대사의 호주 출국을 ‘도피성 출국’으로 몰아세우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정부가 조직적으로 이 대사의 출국금지를 풀어주고 해외 도피를 도왔다며 ‘이종섭 특검법’을 제출했다. 조국혁신당은 전날 이 대사 임명과 출국금지 해제의 책임을 물어 윤 석열 대통령과 외교부·법무부 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전날 “런종섭”이라고 비판하는 등 다른 야당들도 이 대사 이슈에선 한 목소리를 냈다. 공수처는 이날 이 대사 추가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당 입장에서는 이 대사 이슈가 커질수록 ‘윤석열 대 반윤석열’ 전선이 선명해지고, ‘윤·한 갈등’ 이후 애써 억제해 온 정권심판 프레임이 되살아나 총선에 불리할 수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현 주호주대사).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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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 상승을 견인했고, 여당 총선에도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정부 2000명 대 의사들 0명’의 평행선 대치가 장기화하고, 이날 서울대의대 교수 전원이 사직하기로 하는 등 갈등이 격화일로로 치닫자 국민들의 불안함이 커지는 양상이다. 여당 내에서도 “(의사 등) 특정 집단을 악마화해서 좋을 일은 없다”(김웅 의원, 사회관계망서비스)고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위원장 취임 효과가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말 취임 후 여권의 미래 주자로서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를 만들고, 민주당을 ‘운동권 특권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윤 대통령에 실망한 보수층을 여당으로 결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천에서 사천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 당 지지율도 끌어올렸다.
하지만 총선 본선을 앞두고도 ‘이재명 때리기’와 ‘종북 청산’ 등 이념적 구호에 머물면서 중도층 확대에 제약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나경원·안철수 후보 등 수도권 유력 인사들을 넣은 것도 중도층 확대로 모드를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판세가 여당에 상당히 좋은 상태였는데 윤 대통령이 이 대사 건을 무리하게 처리하면서 최대 위험 요소가 됐다”라며 “검찰에 핍박받은 서사를 가진 조국의 시간이 도래하면서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가 약해지고 ‘조국 대 윤 대통령’ 구도가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총선 출마자들의 언행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리스크다.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지난달 27일 지역구 소방공무원 등과 함께 ‘축 당선’이라고 적힌 케이크를 놓고 사실상 당선 축하파티를 벌인 데 이어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무료 마술쇼를 제공한 혐의로 충북선관위에서 고발을 당했다.
도태우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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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우 후보(대구 중·남)는 2019년 유튜브 방송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북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알려진 데 이어,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글 다수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성민 의원(울산 중)은 지난 1월 의정보고회에서 “(지난해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에) 내가 사양 했는데 (대통령이) 몇 번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갔다” 등 윤 대통령과 친분을 강조한 녹취록이 이날 공개됐다.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은 지난 3일 이토 히로부미를 “인재”라고 언급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한 위원장이 문제적 언행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문제가 연달아 터지면서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수도권에서 연고가 별로 없던 지역에 유력 인사나 영입 인사를 단수·전략 공천한 사례가 많아 해당 지역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는 과제도 안고 있다. 박진 의원(서울 서대문을), 함운경 후보(서울 마포을) 등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낮게 나오는 것을 두고 지역에 밀착할 시간이 짧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다 좌절된 인사들이 당의 낙하산 공천에 반발해 적극적으로 후보를 돕지 않으면서 결집력이 낮다는 문제도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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