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 [연합뉴스TV 제공] |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공천이 잡음을 낳고 있다. 반미(反美) 단체에 몸담거나 활동한 인사들이 비례 당선권에 배치되면서 이념 편향 시비를 낳은 것이다. 지역구 공천에서 비주류 후보들이 무더기로 낙천하면서 '친명횡재·비명횡사' 논란을 겪는 민주당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여권은 '종북횡재' 주장을 펼치고 나섰고, 야권은 철 지난 색깔론으로 맞서고 있지만 상황 인식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지난 10일 '시민사회' 몫으로 배정된 4명의 후보 중 여성 몫으로 서울과기대 총학생회 부회장을 지낸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과 정영이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국여농) 부회장을 선출했다. 전 위원은 '비례 1번'을 예약했지만, 이후 '겨레하나'에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친북 시비에 휘말렸다. 겨레하나는 한미연합훈련 반대 등 반미 활동과 '자주평화통일' 운동을 벌이는 단체로, 지난해 11월 "유엔사의 다국적군 재결성은 제2의 한국전쟁 준비"라며 우리 정부와 미국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 회견에는 전 위원이 청년겨레하나 대표로 참석해 '유엔사 해체'가 적힌 피켓을 들고 규탄 시위를 벌였다. 정 전 부회장은 전국여농의 '통일선봉대장'으로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반대 시위를 주도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이런 전력이 비례대표 후보 심사와 선출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것은 각각 청년 및 농민운동가임을 부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전 위원은 12일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이 낡은 색깔론을 꺼내 들어 청년의 도전을 왜곡했다"면서도 정권 심판을 위해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자진사퇴로 논란을 봉합하려 하지만,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이재명 대표가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큰 데다 재발 방지 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 대표는 통합진보당의 후예 등 급진 과격 세력에 국회 재입성의 길을 깔아줄 수 있다는 우려에도 준연동형 비례제를 밀어붙인 데 대해 책임을 느끼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 민주당이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며 중도개혁을 지향하는 정당임을 주장하려면 최소한 국민 정서와 상식에 어긋나는 사람들을 솎아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여당에서는 대구 중·남구 공천을 받은 도태우 변호사가 5·18 민주화 운동 때 북한군 개입 의혹을 거론하고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 게시글을 수차례 공유한 사실이 알려져 거취 논란이 일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천 재검토를 공관위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단순한 부실 검증 사례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여야를 떠나 공천장을 받은 후보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중도로 외연을 넓히는 노력을 펼치는 쪽에 총선 승리의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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