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민주당 후보 vs 박진 국민의힘 후보
대단지 아파트 '뉴타운' 민심, 변수 가능성
"서대문구를 더불어민주당 텃밭이라고 보는 것은 이제 안일한 시각이죠."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거주 40대 남성
서울 서대문구 주민들의 반응이 이처럼 엇갈리는 이유는 김영호 민주당 의원(재선)의 지역구인 서대문을에 박진 국민의힘 의원(4선·서울 강남을)이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중량감 있는 박 의원의 등장으로 서대문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박 의원은 종로에서만 3선을 지냈고, 4년 전 총선에서 강남으로 출마해 4선 배지를 달았다.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박 의원은 당으로부터 '험지 출마'를 요청받고 지역구를 옮겼다.
박 의원이 유리한 위치에 있지는 않다. 서대문을은 야당 색이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제외하면 보수계열 정당 후보가 총선에서 승리한 적이 없었다. 서대문을은 동쪽으로는 종로, 서쪽으로는 마포, 북쪽과 남쪽으로는 은평과 서대문갑 지역에 맞닿아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인왕시장. 이곳에서 만난 60대 한 남성은 이번 총선 전망에 대해 "뚜껑은 열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현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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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절대 안 뽑을 것" 기본적으로 野 강세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만난 이모씨(52)는 "국민의힘은 절대로 안 뽑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씨는 "여당에서 어떤 사람이 나와도 여당은 절대로 안 뽑겠다"면서 "민주당이 좋지도 않지만, 국민의힘이 이기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하는 정책들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장기적인 계획은 없고 이슈가 터지면 막으려고만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왕시장에서 4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해온 약사 유웅희씨(76)는 "박 의원이 3번이나 왔다 갔다"면서도 "박 의원한테 어려운 지역인 점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유씨는 "김 의원이 워낙 잘 닦아 놓은 곳"이라면서 "아직은 판세를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홍제3동에 사는 70대 한 여성은 "한 번 먹은 마음이 잘 바뀌겠나"라며 "김 의원이 성당에도 자주 오고 동네 사람들과도 잘 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최모씨(69)도 "결국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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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온 돌'이 아닌 지역구 현역 김 의원을 지지하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북가좌동에 사는 백모씨(39)는 "박 의원이 이름값 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박빙을 예상한다"면서도 "서대문에서 오랜 기간 현역으로 활동한 김 의원이 이번 후보로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가좌동에서 3년째 사는 신모씨(43)는 "이사 와서 지금까지 크게 불편한 점이 없었다"면서 "굳이 현역 의원을 바꿔야 하는 이유를 크게는 못 느낀다"고 했다.
지방선거부터 與 바람…"박진, 경쟁력 있다" 평가도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서대문을 주민들의 기류가 다소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 득표가 높게 나온 데 이어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1만표 차이로 당선됐다. 특히 남가좌동과 북가좌동에 들어선 빽빽한 아파트 단지 '가재울 뉴타운' 민심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새로 유입된 인구가 많은 이곳은 비교적 정치색이 옅은 40대 이하 연령층이 포진하고 있다. 서울가재울초등학교 인근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은 "이사 온 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지역구) 의원이 누군지 모른다"고 말했다.
남가좌동에 사는 김모씨(43)는 "박 의원이 쉽지는 않겠지만 당선 가능성이 꽤 있다"면서 "어느 당이든 '여당'의 후보가 되는 것이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딱히 지역 현안이 없다 보니까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서울지역 판세가 여당 우세로 간다면 서대문도 그럴 것 같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60대 한 남성도 "박 의원과 요즘 자주 마주친다"면서 "(박 의원이) 살이 빠질 정도로 더 열심히 2~3배, 죽기 살기로 하면 솔직히 결과는 모를 수도 있다"고 했다. 4선의 중진 여당 의원이기에 지역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엿보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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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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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관리가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가좌동에서 20년 넘게 산 심모씨(55)는 "가재울도서관을 지어준다고 한 지 벌써 오랜 기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짓지 못했다"면서 "당 보고 찍는 시절은 이제 지났다"고 했다. 심씨는 "민주당은 공천이 시끄럽고, 또 조국 전 장관이랑 손을 잡는다면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겠냐"라며 "고위층 자녀 입시 비리가 조 전 장관 일만은 아닐 테니 조 전 장관이 억울하겠다 싶으면서도 그러면 영부인이 명품가방 하나 드는 일이 뭐가 그렇게 잘못된 것이냐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진상가에서 장사하는 최모씨(60)는 "매번 국회의원 (후보로) 나와서 잘하겠다고 공약을 세워도 개선되는 것이 없다"면서 "도대체 누굴 뽑아야 하느냐. 다 거짓말만 하는데 유능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 간 매칭이 성사된 서대문을 지역은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후보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일 선거사무소를 개소한 박 의원은 본격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박 의원은 "4선 중진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희생과 헌신을 할 각오"를 밝혔다. 공약으로는 ▲서부경전철·강북횡단선 신속 추진 ▲유진상가·인왕시장 통합 개발 ▲선진 교육 인프라 확충을 내세웠다. 김 의원은 직접 자전거를 타고 지역을 누비며 구민들을 만나는 중이다. 김 의원은 현역 지역구 의원이라는 장점을 살려 앞서 교부금을 통해 건립한 가재울청소년센터, 키즈헬스케어센터 설립한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증산역과 증산2교 사이 신호등 설치 등 지역 맞춤형 세부 공약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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