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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iN]'천치전능' 송래현 작가 "자극 과잉시대, 웹툰도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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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장르 편중? 시대마다 결핍이 있기 때문"

"AI 두고 갑론을박 혼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

"가족을 주제로 한 자전적 이야기 만들고 싶어"

노컷뉴스

웹툰 '천치전능' 송래현 작가.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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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이버 웹툰 '천치전능' 연재를 완결한 송래현 작가는 요즘 밀린 웹툰과 영화를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웹툰 '천치전능'은 학창 시절 매일 폭력 사건을 일으키던 문제아 김전지(별명 김천치)의 개과천선 드라마를 다룬다.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를 다쳐 현역(?)에서 은퇴하고 사회부적응자로 살아가던 김전지는, 어느 날 육교 위에서 동냥하던 거지 노인과 시비가 붙어 행패를 부린다. 하필이면 신(神)이었던 노인이 전지를 괴롭히고자 수호천사를 보내 다리 장애를 고쳐준 뒤 협박해 본인 잘못을 선행으로 갚게 하는 내용이다.

웹툰 '스위트홈'의 김칸비 글 작가와 함께 손발을 맞춰 연재했다.

"그동안 50회 내외의 중단편 작품을 그렸었는데, '천치전능'을 2021년 7월부터 장기 연재하다 보니 제 안에 있던 모든 에너지를 소모한 것처럼 힘이 들었어요. 지금은 재충전이 필요해 아무 생각 없이 그동안 미뤄두고 보지 못한 웹툰과 영화를 보며 지내고 있어요."

풍경화 스케치와 수필을 취미로 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일찌감치 그림에 눈을 뜬 송 작가는 곧잘 미술대회 수상을 하며 만화가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했다. 만화가 여전히 터부시 되던 시절이었지만 부모님은 그의 재능을 응원했다. 부산을 떠나 2005년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현 만화콘텐츠스쿨)에 진학한 뒤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송 작가는 출판만화에서 튀어나온 웹툰이 새롭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2008년 다음온라인만화공모전(카카오웹툰)에서 '머머린'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웹툰 '12월'로 데뷔한 이후 'My Sweet Road'(2010), '리턴'(2011)을 비롯해 '꽃처럼 산다'(2013)를 연재해온 그는 다양한 작품 프로듀싱에도 참여하고 현재는 서울웹툰아카데미 협업멘토로 활동하며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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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래현 작가.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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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 간 웹툰 작가로 활동하며 출판만화에서 웹툰으로의 포맷 이동, 웹툰 산업의 성장기를 지켜본 그는 AI(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만화·웹툰 생태계가 커다란 변곡점으로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송 작가는 "기술의 진보가 생산성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고, 소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이 양질의 다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이동할 것"이라면서도 "결국 산업이 커지고 독자 풀, 시장 파이가 커지는 것은 좋지만, 그만큼 작가들에게 생존경쟁 압박도 커지고 있다"라고 우려 했다.

매주 쏟아지는 수천 편의 작품들, 웹툰 스튜디오, 에이전시, 플랫폼, AI의 범람 속에서 개별 작가들의 생존을 위한 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노컷뉴스 [만화인]이 송래현 작가를 만나 웹툰계가 가야할 방향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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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래현 작가 웹툰. 김칸비 글작가와 함께한 '천치전능'과 HUN 글작가와 함께한 '꽃처럼 산다'. 카카오웹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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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 과잉시대 '도파민 디톡스'가 필요해


- 웹툰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에 데뷔했다. 그동안 웹툰 생태계의 변화를 지켜봤을텐데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 우선 작업 방식이 크게 변했다. 내가 데뷔한 때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서 막 디지털로 넘어가던 때였다. 가장 디지털 친화적인 사람이 포토샵으로 만화를 그리던 정도였다. 클립스튜디오, 블렌더, 스케치업, 마야 등 소프트웨어 툴이 쏟아지면서 인력만으로 가능했던 영역을 점점 대체했다. 지금 웹툰의 배경 작업은 대부분 3D로 이루어진다. 머지 않아 좀 더 손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인물(캐릭터)이나 데생의 영역까지 기술이 대체하는 상황이 올 것 같다. 그림작가 입장에선 조금 무섭다.

- 작업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최근에는 웹툰 스튜디오처럼 개인 작가들 간 협업 방식이 늘고 있지 않나?

= 최근의 협업은 주간 연재 특성상 작업 효율을 위해 1~2명의 색이나 선 작업을 하는 스태프(서브 작가)를 두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배경 작업은 최근 3D 마켓이 워낙 활성화 되어 있어 이를 구입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매출이 높은 작가의 경우 많게는 5명까지 세분화해 구성하는데, 웹툰 스튜디오 수준에 가깝다. 컬러, 배경, 편집, 마스크 펜, 임팩트를 위한 3D, 애니메이션 효과 스태프를 두는 경우도 있는데, 심지어는 아예 포즈 모델까지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옛날이나 지금의 협업 방식은 큰 차이는 없지만 기술적으로 더 고도화되면서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려는 시도들이 있다. 다만 세월이 지나도 히트작은 제한되어 있다. 히트작 매출에 기대 팀 규모를 구성하게 되니 개인 작가 단위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크다 보니 보통 1~2명의 보조 작가를 스태프로 두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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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래현 작가.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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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 차원에서는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의 협업이 많아졌다. 글·그림을 모두 하던 과거 웹툰 형태에서 작가의 범위가 더 다양해지는 것 같다.

= 시장 규모가 커지면 생산 속도와 품질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웹툰의 컷 수도 과거에 비해 더 늘었다. 대량 생산 환경으로 이동하면서 작가들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폭발적인 생산을 할 수 있게 됐다. 모든 작가가 전문 웹툰 스튜디오에 속해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이들의 높은 품질, 분량과 경쟁하려면 개인 작가들 역시 그에 맞는 기술이나 생존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할 수 밖에 없다. 시장이 커지고 독자가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경쟁 압력이 너무 높아진다. 1~2년 일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기에 결국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자기 비용을 투자해 작업 방식을 효율화하고 좋은 품질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AI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개인 작가들에게 저비용 고효율을 위한 흥미로운 분야이기도 하다.

- AI가 작가들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와 혼란스러움이 있지 않나?

= 그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해야 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 빠른 변화 속에서 뭔가를 정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혼란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빠른 변화 때문이다. 일례로 AI가 스토리부터 콘티까지 다 짜고 그림 작가만 있거나, 스토리 작가가 콘티와 스토리를 다 짜고 AI가 그림을 그리는 상황이 오면 이 문제를 재정의할 때라고 본다. 지금처럼 계속 토론하고 논쟁하고 의문을 갖는 다소 혼란한 상황이 지금 AI가 웹툰 생태계에 들어서는 시점에서는 당연하다는 거다. 그것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열려 있는 상태에서 유연하게 생각하고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학원 일진물, 판타지 등 웹툰 장르 편중에 대해 피로감을 지적하는 독자들도 많은데?

= 장르는 식성과 비슷하다. 식성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호불호가 있을 뿐이다. 만화는 자극이 강한 매체다. 요식업도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나. 옛날에는 피자나 햄버거, 어느 때는 타이 음식, 양식, 일식 등 유행하는 입맛이 시대에 따라 변한다. 다만 강한 밀도의 자극은 그 사람들에게 엄청 큰 만족을 주지면 역치에 이르면 더 이상 만족을 주기 어렵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3~5년 주기로 웹툰 장르 선호도가 바뀌는 것 같다. 초기의 웹툰 그림체도 지금과 많이 달랐다. 지금은 인기 장르인 판타지나 무협물도 없었다. 2010년 이전만 해도 고순도의 만화는 출판만화에 있었고 온라인 기반의 웹툰은 생활툰이나 병맛툰처럼 캐주얼하고 웃긴 콘텐츠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산업 규모와 인력 자원의 규모가 커지면서 다양한 장르나 형식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시장이 커지면서 자본이 유입되면서 블록버스터 작품이 가능해졌다. 유행은 바뀐다. 스케일이 큰 작품이 인기를 끌다가도 최근 생활툰이나 로맨스처럼 소프트하고 가벼운 스토리가 다시 유행할 수도 있다.

학원 일진물이나 판타지가 여전히 인기인 이유는 단순하지 않을까. 힘에 대한 욕구, 그게 인간의 본능 아닌가. 어떤 환경과 배경, 스토리에 따라 어떻게 싸우냐만 다를 뿐 욕망과 본능의 장르 선호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우리 뇌가 그런 자극을 원하니까. 생존 본능의 욕구, 욕망에 대한 결핍은 누구에게 있다. 우리는 획일화된 학교와 군대 문화를 경험해오지 않았나. 거기서 오는 무력감과 공포, 두려움을 마주한 경험이 있다. 그럴수록 힘에 대한 갈구는 더 커진다. 그것을 건강한 방향으로 풀 수 있다면 좋은데 누구나 모든 결핍을 채울 순 없으니 캐릭터와 스토리를 통해 대리 만족이 큰 효능감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본성이다. 이것의 소프트 버전이 해리포터 시리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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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래현 작가.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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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가 유행을 타는 이유는 무엇인가?

= 가장 큰 이유는 시대마다의 결핍이 다른 것 같다. 먹고 사는 생존이 문제일 때는 돈 버는 것이 중요했고, 사람의 기본권이 문제일 때는 민주화가 중요하지 않았나. 과거에 그룹 지오디(god)가 '재민이'를 키우는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때가 있었다. 지금은 결혼이나 육아에 관심 없고 출산율이 0.6%대까지 곤두박질 쳤다. 시대에 따라 육아 문제에 대한 결핍, '무한도전'이나 '1박2일'처럼 친구들과 우르르 놀러 다니는 것에 대한 결핍,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혼자서 '냉장고 파 먹는' 거에 대한 결핍이 있었고, 그 '끝판왕'이 '나 혼자 산다'라고 본다.

계속해서 요구되는 욕망이 달라지면서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 쾌락·자극·감동·재미의 방식도 계속 바뀌는 것 같다. 대표적인 작품이 윤태호 작가님의 '미생'이다. 현대인의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시대 정신에 맞게 잘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조직과 역할 안에서 잘 드러나지 않더라도 1인분을 하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공감'을 산 작품이다. 지금은 자존감을 갖기 어려운 시대 아닌가.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 그럼 향후 웹툰 트렌드는 어떻게 흘러갈까?

= 이 장르 유행이 짧은 시간 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좀 비관적이다. 10대 우울증에 관한 책을 봤는데, 아이폰(스마트폰)과 SNS(소셜 미디어)가 나타나면서 이 우울증을 키웠다고 한다. 최근 인기인 숏폼의 경우 10초 안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재미없으면 그냥 바로 넘겨버린다. 웹툰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연속적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보여주는데 큰 서사나 호흡이 긴 작품을 우리는 대작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이 같은 긴 호흡을 독자들이 쉽게 지루해 한다. 앞으로도 어떤 감동이나 큰 서사를 다루는 이야기보다는 숏폼 형태의 더 큰 자극을 추구하는 이야기들이 더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도파민 디톡스'가 유행이라고 하던데.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는 시대에 갈수록 강렬한 자극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여기에서 해방될 수 있는, 우리의 뇌를 안정화 시키는 콘텐츠나 장르가 함께 유행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자극의 과잉 시대 아닌가.

- '자극 과잉시대'라는 말에 공감한다. 해소할 수 있는 도파민 디톡스 콘텐츠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 수많은 미디어가 있다.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안에 웹툰도 주요 경쟁자가 되면서 우리가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도 길어졌고 자극도 높아졌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인스타그램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 작가님이 출연한 적이 있다. 이렇게 자극 과잉의 시대에도 이미지 10컷까지만 올릴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 키크니 작가님 본인이 느꼈던 경험 소재나 사연 제보를 통해 힐링 카툰을 그린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섹스나 폭력과 같은 원초적 본능 말고도 내면의 치유나 갈등, 고민에 대한 사연을 접하면서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사고 따뜻함을 얻는다. 서로 흩어져 있는 많은 작가가 이처럼 모이고 연결되는 공간에서 하나의 폭발적인 반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분의 용기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저와 많은 작가들에게도 용기가 됐다. 아주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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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래현 작가.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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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작가가 그러던데, 웹툰 작가에게 '완결과 휴재는 백수로 가는 관문'이라고 하더라. 신작 구상은 하고 있나?

= '천치전능'을 완결한 지 한 달 됐다. 요새는 완전히 텅 빈 상태로 지내고 있다. 그동안 보지 못한 밀리 만화·웹툰과 영화를 주로 보며 지낸다. 생산자 말고 독자로서 만화를 소비했던 시기로 돌아가는 게 어떤 아이템을 짜는 것보다 나에게 근본적인 에너지가 된다. 독자로서 작품을 보면 연재하며 무뎌졌던 초예민한 감각들을 되살릴 수 있는 것 같다. 무조건 쉬면 다시 백지에 그림을 그리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 생각까지 백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펜터치는 마치 운동을 꾸준히 하듯 반복적으로 해주면 그림을 그리는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차기작은 아니지만 만화가로서 내 인생 안에서 자전적 이야기를 한 번 그려보고 싶다. 가족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가족 안에 여러 가지 사랑과 연민, 증오, 분노, 실망과 좌절, 이를 극복하는 감동 등을 담아내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사람마다 건강하고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지만 누구나 마음에 하나씩 채워지지 않는 구멍들이 있는 것 같다. 인격이라는 것이 인체 장기처럼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함께 성장하는데, 어린시절 고장나서 9살, 10살 나이에 멈춰버린 경우도 있다.고장이 나서 구멍이 채워지지 않는 상처와 인격을 치유하고 해방되는 이야기를 해봤으면 한다. 누가 먼저 만들어줘도 좋고, 내가 해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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