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과 생산량 30% 급감…다른 과일로 '도미노 급등세'
정부, 600억 재정투입·수입3종 관세 인하 '총력전'
사과 안 그래도 비싼데 사과밭 사라진다 |
(세종=연합뉴스) 송정은 박재현 기자 = 지난 1월 2%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선 데는 과일값의 고공행진 탓이 컸다.
사과에 이어 귤까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신선과실 물가는 2월에 41.2% 올라 32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에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정부는 마트의 '과일 직수입'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당장의 체감물가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기후악재 겹친 사과 생산량 급감…'대체 과일'까지 영향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1월 2.8%의 상승률을 기록한 지 한 달 만에 3%대로 복귀한 것이다.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은 이번에도 신선식품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던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달 20.0% 올라 3년 5개월 만에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신선과실 상승률(41.2%)은 1991년 9월(43.9%) 이후 최고였다.
사과는 1월에 56.8% 오른 데 이어 2월에는 71.0% 급등했다. 사과 가격 상승의 원인은 이상기온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다. 봄철 저온 피해로 착과수가 줄었던데다가 여름철 집중 호우, 수확기 탄저병 발생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생산량이 30% 급감했다.
검역 문제로 수입이 원활하지 않은 사과의 특성상 다음 수확 철까지는 '사과가 금값'인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사과의 대체재 관계에 있는 다른 과일들의 가격까지 치솟았다. 특히 겨울철 수요가 늘어나는 귤은 1월에도 39.8% 올랐으며 노지 생산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지난달에는 78.1% 급등했다.
배(61.1%)와 딸기(23.3%) 등 다른 과일 가격 역시 큰 폭 올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농산물 가격은 하나가 올라가면 다른 것도 연달아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사과는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재배지역이 점점 줄어들어 중장기적으로 계속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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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인지원에 직수입 확대 추진…"국산 과일 대체상품 없어" 지적도
정부는 '재정지원' 카드를 다시 꺼냈다.
3∼4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600억원을 투입하고, 마트의 수입 과일 직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수입 과일 3종(만다린·두리안·파인애플주스)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도 적용한다.
또한 13개 과일·채소에 납품단가를 지원해 유통업체에 대한 판매가격을 인하하고, 봄 대파 출하 이전 대파 3천톤에 신규 관세 인하를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이 과일 물가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직수입 과일이 오렌지와 바나나 등으로 제한적인 데다, 수입과일이 국산 과일의 수요를 얼마나 분산시킬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사과 등의 국산 과일은 대체상품이 없다"며 "정부 대책이 수입산 과일 위주다 보니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농산물 물가 상승이 전체적인 물가 하락 흐름을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유혜미 한양대 금융공학과 교수는 "농산물은 2월 설 연휴 기간에 물가가 확 오르는 측면도 있다"며 "근원물가는 떨어지고 있는 만큼 전체적인 물가는 안정화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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