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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3 (토)

리그 최고 3루 수비수, 이정후 동료된다… 결국 백기투항에 SF와 계약, 보라스 또 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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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3-2024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 내야수 최대어로 뽑혔던 맷 채프먼(31)이 예상보다 낮은 액수에 지각 계약했다. 못해도 총액 1억 달러 이상은 무난한 것으로 보였지만, 시장의 싸늘한 반응에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했다.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의 3년 계약에 이어 메이저리그를 대표한다는 슈퍼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의 자존심이 다시 구겨졌다. 구단들이 지갑을 열지 않은 상황에서 보라스의 수완 또한 빛이 바랬다. 채프먼은 벨린저와 마찬가지로 1년 뒤 FA 시장을 기약하게 됐고, 샌프란시스코는 리그 최고의 3루 수비수이자 20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채프먼을 영입해 타격 보강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등 현지 언론들은 ‘샌프란시스코와 맷 채프먼이 3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2일(한국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2023년 토론토 소속으로 뛰었던 채프먼은 2023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었으며, 2023-2024 FA 시장에서 내야수 최대어로 뽑히며 자신의 첫 FA 자격 행사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금액은 3년 총액 5400만 달러 수준으로 예상보다 크게 낮은 금액이다.

‘뉴욕 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 중 하나인 존 헤이먼에 따르면 채프먼은 올해 연봉 2000만 달러를 받는다. 2025년은 1800만 달러, 2026년은 16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다. 다만 2025년과 2026년 연봉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헤이먼에 따르면 채프먼은 첫 2년간 매년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 조항을 넣었다. 2024년 시즌 뒤 채프먼이 원하면 바로 다시 시장에 나갈 수 있다. 사실상의 재수라고 풀이할 만하다.

채프먼은 일단 내년을 기약하며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성적 추락으로 자존심이 구겨진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오프시즌 들어 타격 정확도가 뛰어난 좌타 외야수 이정후(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 포스팅 금액 별도), 우완 파이어볼러 조던 힉스(4년 총액 4400만 달러), 우타 거포 자원인 호르헤 솔레어(3년 총액 4200만 달러)를 FA 시장에서 차례로 영입했다. 여기에 올스타 투수이자 사이영상 경력자인 로비 레이도 시애틀과 트레이드로 확보하는 등 전력 보강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예산은 다 소진되지 않았다. 이번 오프시즌 전력 보강을 벼르고 예산을 꽤 많이 확보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다 LA 다저스에 뺏긴 샌프란시스코는 결국 채프먼까지 영입해 취약점 중 하나인 핫코너를 채웠다. 비록 이적시장에서 고전하기는 했지만 채프먼은 올스타급 3루수로 샌프란시스코의 장타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리그 최강 수비력 갖춘 3루수, 이정후 홈으로 불러들일까

2014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오클랜드의 1라운드(전체 25순위) 지명을 받은 채프먼은 201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2017년 데뷔 시즌 84경기에서 14개의 홈런을 치며 가능성을 드러낸 채프먼은 이듬해인 2018년 145경기에서 타율 0.278, 출루율 0.356, 장타율 0.508, 24홈런, 6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4를 기록하며 대활약했다. 2018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7위에 올랐다. 그리고 생애 첫 골드글러브도 수상했다. 채프먼의 수비는 이후 한 번도 의심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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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그 흐름이 이어졌다. 2019년 156경기에 나가 타율 0.249, 출루율 0.342, 장타율 0.506, 36홈런, 91타점, OPS 0.848의 활약을 펼치며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 6위에 오른 것이다.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3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차지하며 일약 리그 최강의 3루 수비수인 놀란 아레나도와 수비력을 놓고 경쟁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2019년에는 첫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채프먼은 2021년에도 다시 골드글러브를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도 경력 네 번째 골드글러브를 따내는 등 수비에서는 아레나도, 키브라이언 헤이즈(피츠버그) 등과 더불어 최고를 달리고 있다. 다만 타격에서는 다소간 약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채프먼은 2021년 27홈런, 그리고 토론토로 이적한 뒤인 2022년에도 27개의 홈런을 때렸다. 언제든지 20홈런 이상이 가능한 타자로 각광받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7시즌 동안 때린 홈런의 개수만 155개다. 하지만 그에 비해 타율은 0.240으로 낮았고, 그렇다고 출루율이 높은 유형의 선수도 아니었다. 채프먼의 메이저리그 통산 출루율은 0.329로 낮은 편이다. 낮은 타율과 출루율을 장타로 만회하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채프먼의 뛰어난 수비력과 20홈런 이상 기대가 가능한 장타력에 초점을 맞추느냐,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타율과 출루율에 주목하느냐는 이번 FA 시장의 관심사였다. 내야 최대어라는 데 많은 언론들이 공감하면서도 채프먼의 예상 금액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시장의 반응이 생각보다는 뜨겁지 않았다. 보라스는 기다리면 결국 굴복하는 팀들이 나올 것이라 여겼으나, 시범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채프먼에 화끈한 제안을 하는 팀은 없었고 끝내 2025년 시장을 기약하는 방향으로 회군했다.

채프먼은 익숙한 환경으로 돌아온다. 채프먼은 오클랜드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2022년 시즌을 앞두고 팀 사정 탓에 토론토로 트레이드됐다. 오클랜드는 샌프란시스코와 다리 하나 건넌 라이벌 구단이다. 이 지역 생활이 낯설지 않다. 여기에 오클랜드 시절 채프먼을 스타로 키웠던 밥 멜빈 감독이 올해 샌프란시스코 감독으로 부임했다. 멜빈 감독 밑에서 코치로 있던 맷 윌리엄스 또한 올해 샌프란시스코 코치로 왔다. 지역과 환경, 코칭스태프 모두 굉장히 익숙하다. 채프먼이 안정된 환경에서 올해 좋은 활약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샌프란시스코로서는 나름대로 알짜 영입이라고 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지난해 팀 타율은 0.235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28위에 머물렀고, 장타율 또한 0.383로 메이저리그 27위였다. 장타율만 따지고 보면 샌프란시스코보다 못한 팀이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오클랜드까지 3개 팀이었다. 그런데 이 팀들은 모두 아메리칸리그 팀들이다. 즉, 내셔널리그에서는 꼴찌였다. 홈구장인 오라클파크가 타자 친화적인 구장은 아닐지라도 장타력이 너무 떨어졌다.

3루수 포지션도 문제가 많았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지난해 3루수들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합계는 1.4로 리그 30개 팀 중 21위에 불과했다. 특히 공격 지표에서는 무려 -24.8을 찍어 최악 수준이었다. 올해 J.D 데이비스가 주전 3루수가 될 가능성이 높았는데 공격력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채프먼 영입에 관심을 계속 보였고, 끝내 영입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채프먼의 WAR을 고려할 때 올해 전력 보강의 효과는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타선에서 세 명의 FA를 영입해 보강 효과를 노리고 있다. 우선 팀의 약점이었던 리드오프의 정확성과 출루율을 보강하기 위해 이정후에 거액을 들였다. 이어 30홈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홈런왕 출신 타자 호르헤 솔레어를 지명타자 포지션에 넣었다. 여기에 역시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채프먼까지 보강해 타선 구색은 확실히 지난해보다 좋아졌다. LA 다저스에 대항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샌프란시스코의 FA 시장 움직임은 다저스에 비해 떨어졌을 뿐 리그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상위권 전력 보강이다. 즉, 출루할 수 있는 선수에 이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중심타자 두 명을 보강한 셈이다. 이정후가 나가고, 솔레어와 채프먼이 이정후를 불러들이는 그림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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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부담도 크지 않았다. 채프먼은 2024년 시즌 뒤 다시 FA 시장에 나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계약 규모가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잘해서 시장 가치를 끌어올린 뒤, 중계권 등 문제가 다소 풀릴 내년 FA 시장에서 생애 마지막 대박을 노린다는 심산이다. 설사 채프먼이 옵트아웃을 선언하지 않고 팀에 남더라도 점차적으로 연봉이 줄어드는 계약 조건이라 심각한 악성 계약이 될 가능성도 그렇게 높지 않다.

◆ 벨린저 이어 채프먼까지… 보라스 매직은 없었다, 스넬은 어떻게 되나

이런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전력 보강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샌프란시스코가 채프먼 영입에서 그치지 않고 선발 로테이션 보강을 위해 2023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블레이크 스넬까지 노리고 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스넬은 현재 샌프란시스코 외에도 뉴욕 양키스와 연계되어 있다. 샌프란시스코도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는 심산이지만, 현시점에서 스넬만큼 확실한 전력 보강 요소도 없다.

레이를 영입하기는 했지만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중이라 올해 중반에나 복귀가 가능하고, 본격적인 발진은 내년부터라고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현재 샌프란시스코는 에이스인 로건 웹을 비롯, 카일 해리슨, 키튼 윈, 알렉스 콥, 조던 힉스 등을 선발 로테이션에 보유하고 있으나 양과 질 모두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 쓸 수 있는 스넬에 욕심을 낼 법하다. 문제는 스넬의 에이전트 또한 보라스다. 보라스는 이번 오프시즌에서 이정후와 같이 성공적인 계약을 만들어내기도 했으나 끝까지 버틴 이른바 ‘보라스 포’(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코디 벨린저, 맷 채프먼) 계약에 고전하며 자존심을 구긴 상태다. 그나마 경쟁이 붙은 스넬은 최대한의 금액을 당기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채프먼의 계약도 근래 원 소속팀 시카고 컵스로 돌아간 코디 벨린저 계약과 닮았다. 2023-2024 메이저리그 FA 시장의 야수 최대어로 뽑혔던 벨린저는 당초 2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서도 2억 달러까지는 몰라도 6년 기준 1억 달러대 중반의 계약은 가능할 것이라 여겼다. 벨린저의 에이전트인 보라스는 끝까지 이 금액을 관철하려 했다. 시범경기가 개막된 이후까지도 협상이 완료되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부진했다가 2023년 겨우 반등에 성공한 벨린저에 대한 관심은 생각보다 뜨겁지 않았다. 보라스와 벨린저의 생각과는 달리, 지난 1년 성적보다는 그 전 3년 부진에 더 방점이 찍혀져 있었던 것이다. 원 소속팀 컵스는 벨린저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다른 팀들이 벨린저 영입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을 것으로 봤다. 컵스의 계산은 적중했다. 결국 올해 연봉 3000만 달러를 포함해 3년 8000만 달러를 받는 대신, 매년 옵트아웃 조항을 넣어 FA 재수를 가능케 했다. 금액만 다를 뿐 전체적인 계약 방식은 벨린저와 채프먼이 같다. 스넬이나 몽고메리 또한 그런 계약의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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