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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애들 정신 상태가 썩었어" 한국 야구엔 '사람'이 없다 [박연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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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정신 상태가 썩었어. 그래서 한국 야구엔 오타니가 탄생 할 수 없는 거야"

고교야구, 즉 아마야구가 한국 야구의 뿌리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은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매년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어떤 선수가 내가 응원하는 구단에 올 수 있을지, 또 장점을 무엇인지 어느 스카우트 못지않게 상세 분석하는 일부 팬들도 존재한다.

다만 한국 야구와 아마추어 야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일명 뎁스, '두께'가 얇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일부 팬을 비롯해 전문가들에게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야구의 정점으로 불리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 선수를 살펴보면 이웃 나라인 일본, 대만과 비교해 한국인 진출 선수가 2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를 보이고 있다.

또한 국제 대회 경쟁력에서 밀림과 동시에 프로에 지명 받은 젊은 선수들이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당 내용들은 모두 한국 야구의 뿌리인 '아마야구'에서부터 문제점이 비롯되었다고 여러 야구계 인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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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본 기자는 '한국 야구의 근본적인 문제점, 한국 야구의 국제 경기 활약을 위해선 어떠한 변화가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여러 야구계 관계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때 야구계 관계자 및 원로들은 하나같이 '아마추어 야구의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유는 다양했다. 아마야구 선수들의 학습권 문제를 시작으로 야구장 인프라, 정부의 아쉬운 행정을 논했다. 해당 내용들 역시 해결되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부분은 '아마야구 선수들의 정신 상태'였다. 한 야구계 원로는 "가장 아쉬운 건 요즘 선수들의 정신 상태다. 인성이 부족한 선수들이 여럿 보인다. 이러한 선수들이 프로에 지명을 받는다고 해도, 인성이 좋지 못해서 커서 여러 사고를 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왜 오타니 같은 선수가 없는지 아는가. 자신이 야구를 왜 하는지, 왜 성공해야 하는지 보다 '어떻게 하면 더 멋있어 보일 수 있을까, 강해 보일 수 있을까'라는 안일한 생각을 해서 그렇다"고 강한 어조로 쓴소리했다.

해당 원로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예년과 비교해 아마 야구 선수들이 '절박함'에 포커스를 둔 것이 아닌 오히려 전국 대회 중계 화면에 잘 나오기 위해 멋에 치장하는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지도자들의 원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개인 레슨장' 활성화와 대학입시 제도가 '개인 성적'의 중요성을 나타내면서 단체 스포츠임에도 개인 기량이 우선시 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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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선수들, 왜 '싸가지' 없다는 소리 듣나요

야구를 비롯한 단체 스포츠의 중요성은 당연히 팀의 화합이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한반도에 뿌리내린 아래 한국 야구는 그간 '합숙'이라는 카드로 선수들의 화합을 도모했다. 다만 이는 여러 문제를 초래했다. 대한민국 군대의 문제점으로 불린 '내리 갈굼' 현상 즉 학교 폭력의 문제와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안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지난 2018년부터 정부는 운동부 숙소 폐지를 외치며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넘어 여러 고등학교에서도 '야구부 합숙'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당시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이를 두고 운동부 기숙사 운영을 금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학생 선수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이들이 아침저녁으로 숙소 생활을 하면서 선후배 간 위계질서 문제, 과도한 훈련 등으로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기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학생의 목표가 '운동'한 가지로만 설정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기숙사 운영 금지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육성하는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더 많은 학생이 자신의 재능과 진로를 탐색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다만 제도적 장치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가장 중요하고도 깊이 있는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바로 선수들의 두발 자유화와 휴대전화 사용 문제다.

정부는 1982년 1월 중 학생들의 두발 자율화 정책을 발표, 남녀 학생 모두 지나친 장발이나 파마가 아닌 이상 자유로운 스타일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어 휴대전화의 경우에도 최근 학교 내 휴대전화 소지·사용 전면 제한은 기본권이 침해된다면 의견과 함께 여러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 규정을 완화하고 있다.

다만 해당 내용들은 야구부를 비롯한 운동부 학생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내용들이다. 여전히 수도권 고등학교를 비롯해 여러 고교야구에선 선수들의 두발을 짧은 머리로 요구하고 있고, 휴대전화 사용 역시 평일 압수, 주말 사용으로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인권 탄압이자 야구선수이기 전에 학생인 선수들에게 일반 학생과의 차이를 두는 행동이다.

야구선수의 두발 자유와 휴대전화 사용이 선수들의 인성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생각하는 지도자들도 많았다. 지난달 29일 MHN스포츠와 연락이 닿은 수도권 지도자는 '선수 인성과 두발 자유, 휴대전화 사용이 관계가 있다고 보느냐'는 본 기자의 질문에 "관련 없다고 본다. 오히려 해당 내용들을 풀어주면 지도자로서 관리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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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달랐다. A 대학교 심리학 교수를 역임 중인 한 전문가는 "이는 명백한 탄압 행위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을 지도자도 알고 법조인들도 알 것"이라며 "외적으로 심리적인 요소로 살펴보면, 탄압과 제한은 어린 선수들에게 일종의 스트레스가 될 수 있고, 계속해서 억압된 상황에 놓이다 보니, 두발 자유 및 휴대전화를 다시 맞닥뜨렸을 때, 짧은 시간을 극대화하여 즐기다 보니 오히려 더 엇나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억압의 행동은 오히려 선수들의 엇나감을 키우게 되었고, 이것들이 쌓이고 쌓여 일종의 스트레스로 변종, 다시 억압되었을 때 해당 스트레스를 학교 폭력인 내리 갈굼 혹은 훈련 시간에 집중력을 흐리게 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 전문가의 말이다. 또 전문가는 "어린 나이에 억압받는다는 것은 뒤틀린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악조건에 놓였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정신 상태가 빠진 것이 아닌 오히려 지도자들이 그러한 상황을 아이들에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내용을 떠나, 학습권 보장으로 인해 선수들이 일반 학생과 똑같이 공부해야 한다는 사회 현상 속에서 정작 중요한 '인권' 부분에서는 일반 학생과 아마야구 선수들이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특히 법적으로도 선수들의 평일 휴대전화 압수는 과잉 금지 원칙에 해당했다. 2020년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 제한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학생들은 수업 시간을 제외한 모든 휴식 시간에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 이는 학생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어 '학생의 휴대전화 전면 제한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덧붙여있다. 학생 신분임에도 선수들이 오로지 운동선수라는 특수성 하나로 차별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내용을 지도자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 때는 핸드폰도, 머리 기르는 것을 상상도 못 했다. 오히려 '선수 인권'으로 내용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다 보니 선수들이 야구에 집중을 안 하고 나쁜 길로, 혹은 다른 길로 정신이 팔리고 있다"는 의견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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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나이키 광고, 해당 문제들을 지적했었다

지난 2021년 나이키 코리아는 '새로운 미래'라는 주제로 광고를 내밀었다. 해당 내용에서 비판한 것은 현재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받는 억압과 폭력, 그리고 선수들의 모든 행동이 제한받는 것이었다. 나이키는 광고를 통해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 좀 다르면 어때"라는 메시지와 함께 아마추어 선수들이 억압에서 벗어나 자신의 기량과 자기 생각을 마음껏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럼에도 해당 광고가 전한 메시지는 한국 야구를 비롯해 모든 스포츠에서 여전히 변화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는 광고의 문제가 아닌, 지도자 더 넓게 보면 정치권에서 아이들을 위해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여전히 한국 아마 스포츠 선수들에겐 '기본적인 인권'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 있지 않은 것이 슬픈 현실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39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선 시즌이 다가오다 보니, 여러 후보를 포함해 예비 국회의원 후보들은 지역구 스포츠 관련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세부 공약 내용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내용은 있다. 바로 지역구 내 아마추어 엘리트 선수들이 '행복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 선거에서도 지지난 선거에서도 나왔던 내용. 당선 직후마다 대부분 의원은 '금전적 지원'에만 몰두할 뿐, 직접적인 선수들의 '행복'을 위한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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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발전, 선수들의 '정신 상태' 가 문제 안 되려면

모든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억압의 문제다. 전 세계 야구를 통틀어서 '인성'을 두고 존경받는 선수는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다. 국내 야구 관계자들은 "한국에서도 오타니 같이 인성을 겸비한 선수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오타니가 학창 시절 현재 국내 아마추어 선수들처럼 모든 것들을 통제받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율 야구 속에서 자신이 자신을 통제하며 노력했을 뿐, 지도자의 억압을 받지 않았다. 지도자 내지 위에서 억압하는 것과 자신이 자신을 컨트롤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심리 전문가는 "오히려 오타니가 일본에서 지도자로부터 억압을 받았다면, 자신의 생각을 키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한국 야구가 오타니와 같은 선수를 발굴하려면, 야구 이전에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 억압을 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바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려면, 억압이 아닌 선택을 제공, 휴대전화와 두발 문제가 더 중요한 게 아닌 본인의 훈련 투자 시간이 더 중요한지를 깨달을 수 있도록 지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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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는 고교 시절까지 야구선수로 지냈다. 고교 시절 두발을 1학년 3mm, 2학년 6mm, 3학년 당시 9mm를 유지했다. 또 휴대전화 역시 합숙 기간 내 압수, 귀가 시 받는 행태로 지냈다. 저학년 시절엔 억압받은 선배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폭력으로 받는 등 불합리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해당 야구부 자체 규정을 받으면서 세상과 단절된 시간을 보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억압에서 벗어나 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인 '전국대회 중계가 잡힌 날'에는 경기 전부터 선크림 치장을 시작으로 선글라스 색깔 고르기, 보호대 스타일 고르기 등 '오늘 경기의 성적'이 우선이 아닌 '오늘 나의 멋'에 한눈팔려 있었다. 해당 야구 원로가 "요즘 선수들의 정신이 멋에만 팔려있다"고 지적한 선수가 본 기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직접 겪어봤기에 자부할 수 있다. 고교야구, 한국 아마야구계에서 더 이상 억압 받는 행태가 이어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억압에 짓눌린 자유가 선수들에게 더 악영향으러 돌아온 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선수 인성을 논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또 야구계 지도자들이 선수 인권을 탄압하는 것이 아닌지, 그러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 아닌지를 짚어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행복이다. 휴대전화 할 시간에, 두발 상태를 신경 쓸 시간에, 야구에 집중하라는 말도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그 이전에 우리 선수들이 '사람'으로서 기본권를 갖춰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들의 행복한 야구는 곧 좋은 실력이 된다. 또 이 좋은 실력은 한국 야구의 발전, 국제 경쟁력을 높이게 된다. 결국 선수의 기본적인 인권 보호가 한국 야구 발전의 첫걸음이 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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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HN스포츠 DB, 나이키 코리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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