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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6시 내 고향’ 국민 안내양 김정연, “고향버스안은 인생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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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버스, ‘6시 내 고향’ 정체성에 가장 잘 맞는 코너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33년 역사를 자랑하며 방송 8000회를 앞두고 있는 KBS-1TV ‘생방송 6시 내 고향’에서 국민 안내양인 가수 김정연(55) 씨가 고향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어르신들과 정을 나누는 ‘시골길 따라 인생길 따라’는 ‘6시 내 고향’의 정체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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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씨는 2009년 처음 시골버스 안내양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다 2013년 9월 출산 준비로 하차했다가 이듬해인 2014년 컴백했고, 2020년 코로나로 사라졌다가, 2023년 8월 부활해 고향버스를 다시 탑승하고 있다.

진행자가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이런 식으로 나갔다 들어오는 경우는 무척 이례적이다. 김정연 씨 외에는 대체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시즌3가 시작됐는데, 어르신들이 국민 안내양 김정연을 다시 불러주신 거다. 시골버스를 고향버스로 바꿔 전국을 다니고 있다. 경기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국을 다 다녀본 것 같다."

김정연 씨가 매주 수요일 탑승하는 시골버스는 현재 고향버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코너는 대본이 없다. 100% 리얼 상황이다. 김정연은 "분량이 나오면 찍고, 안 나올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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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출신 가수다. 언니의 권유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노찾사' 공연을 찾아 가수 안치환이 '지리산 너 지리산이여'를 부르는 모습에 끌려 노찾사 활동을 했고, 이어 13년간 라디오 방송의 리포터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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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버스에서 할머니들과 소통하는 순발력은 이때 터득됐다. 김정연은 "삶의 원칙을 정해, 정직하고 진실되게 살겠다는 생각을 실천하고 있다. 고향버스에서 할머니들을 만나 경청해준 게 14년간 이어져 올 수 있는 롱런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고향버스를 타고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는 건 쉽지 않다. 옆자리가 비어있지 않으면, 의자에 앉아있는 어르신과 눈높이를 맞추는 일부터가 난감했다. 선 자세로 대화를 나누면 위에서 내려다 보기 때문에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췄다. 달리는 버스안이라 덜컹 하면 무릎 관절에 통증이 오기도 했다.

"시즌2 까지는 무릎을 꿇고 했다. 지금은 무릎 큐션을 가지고 다닌다. 연골연화증이 있어 무릎의 중요성을 알게됐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제대로 소통하려면 그분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관건이다. 다행히 저도 50대라 20~30대보다는 그분들과 대화하기가 쉽다. 저도 엄마 마음,아빠 마음을 이해하게 돼 인터뷰가 조금 더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는 것 같다."

시골 어르신들과 가장 대화를 잘하는(?) 김정연 씨에게 노인들의 행복한 삶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은 저에게 여행을 많이 하니 좋겠다고 한다. 저는 경치 여행이 아니라 사람 여행을 하는 거다. 경치만큼이나 버스에서 사람 구경도 재밌다. 암에 걸렸지만 동해안 해파랑길을 걷는 60대 초반, 사업이 망해 우울증까지 걸리신 어르신을 만났다. 5년만에 다시 버스에서 만난 할아버지에게 '바뀐 게 없네요'라고 했더니 '아냐. 내 친구들 다 죽었잖아'라고 하셨다. 한 할아버지는 '내가 조강지처한테 잘못했지. 여보 미안해'하며 영상편지를 남긴다. 슬프면서도 뭉클해지기도 한다. 그런 울림이 있어 질리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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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면 버스가 제 시간에 못갈 때도 있다. 어르신들이 자신의 집 주변을 찍어 SNS에 올리면 기사들이 상황을 알게된다. 눈이 많이 오면 못갈 수도 있고 연착해도 아무도 화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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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노인들의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이 나왔다. "노년의 삶은 그분들이 하고싶은 것을 하게 내버려둬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텃밭에 심은 작물을 5일장에 팔러 나오면 자식들 대다수는 이를 못하게 한다. 하지만 어르신에게 소일거리를 줘야 한다. 사람도 만나고, 텃밭 작물을 팔아 손자 용돈도 주고. 그래야 어르신도 스스로 쓸모 있는 사람,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자각하게 된다."

김정연 씨는 노인문제 전문가가 됐다. "노인도 뭔가 하는 게 좋다. 집에만 갇혀 지내면 죽는 날만 기다리는 것이다. 제가 만난 어르신중 빨간 옷만 입는 사람이 있다. 젊은 시절 그게 소원이었지만 창피했단다. 그런데 막상 입어보니 행복하다고 했다. 노인정에 나가서 밥 먹고 복지관에서 서예하고, 집 밖에서 뭔가 하면서 움직이는 게 좋다. 늙어도 자기 삶을 즐겨야 한다."

김정연 씨는 고향버스안이 인생극장이라고 했다. 버스로 지구를 몇바퀴 돌아봤을 정도로 장시간 다니다 보니, 고향버스안을 보면 느낌이 온다고 했다.

"박스를 열면 닭이 후다닥 하고 나오기도 한다. 닭의 상태를 보면, 초복 중복 말복 어떤 장과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있고, 시장 바구니를 보면 제사용인지 등등을 알 수 있다. 파도파도 끝도 없다. 내용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다. 결국 휴머니즘이다. 질리지 않는 묵은 김치 같다. 그래서 그만 두기가 힘들다. 짜여진 구성이라면 계속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의외성이 고향버스의 매력이다. 저를 만나면 어르신들이 마구 털어놓는다. 한달전 자식이 백혈병으로 죽었다면서 우신다. 삶에서 주는 여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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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씨는 KBS 전주방송총 네트워크 특선 ‘우리 집 금 송아지’에도 MC로 정범균과 함께 출연하고 있다. 각 가정에서 소중하게 보관해 오고 있는 물품을 찾아서 그 물품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소장자에게 들어보고, 전문 감정위원이 그 가치를 감정해 봄으로써 우리 것의 소중함과 아름다운 사연, 전통 물품의 가치를 재조명해보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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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내고향' 고향버스가 첫째 아이라면, 금송아지는 둘째 아이다. 집안의 사라진 보물을 찾는다. 엄마에게 물려받은 놋그릇과 서화, 고서, 도자기, 유기방자, LP판, 깨끼옷, 김구 선생님 친필도 나왔다. 고미술협회 회원이 직접 감정해준다.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휴먼 스토리를 들어볼 수 있다."

김정연 씨는 "과거시험 답안지와 암행어사 마패, 수력으로만 움직이는, 못 하나 박지 않은 물레방아등 상상할 수 없는 물건들이 나온다"면서 "하지만 가치를 모르니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아버지가 우체국장을 지내 창고에 있던 교환기가 2천만~3천만원 가치의 감정을 받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김정연 씨는 '생방송 6시 내 고향'과 '우리 집 금송아지'는 시청자들이 있는 한 평생 함께 하고 싶은 동반자다. 5년후면 환갑인데 고향버스에서 환갑을 맞고 어르신들과 함께 나이들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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