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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여자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이 조 트린지 감독과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페퍼저축은행은 28일 "구단은 침체된 분위기 쇄신 및 다음 시즌에 대한 빠른 준비를 위해 고심 끝에 트린지 감독과 상호 합의 아래 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차기 감독 선임 전까지는 이경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 예정"이라며 "구단은 조속히 차기 감독 선임 절차에 착수해 팀을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구단은 트린지 감독과 함께 한 날들을 잊지 않을 것이며, 트린지와 그의 가족들의 앞날에 행운을 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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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2시즌에 이어 지난 시즌에도 최하위에 머무른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2월 2023-2024시즌 감독으로 아헨 킴 감독을 선임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학창 시절 배구 선수로서의 활동한 아헨 킴 감독은 2008년 지역 대학 프로그램 캠프의 코치를 시작으로 배구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으며, 2009년부터 미국카톨릭대학교, 조지워싱턴대학교, 휴스턴침례대학교 등에서 본격적으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특히 2013년에는 아메리칸 대학교 배구팀의 코치직을 수행하며, 2017년까지 역시 디비전I에 속한 패트리엇리그 우승과 NCAA 토너먼트 5년 연속 진출 및 NCAA 16강 진출을 일궈낸 바 있다.
지난 2018년부터 미국의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디비전I'에 속한 아이비리그의 브라운대학교 배구팀 감독을 맡았다. NCAA는 미국 내의 대학 스포츠를 관리하며 1천개 이상의 대학이 소속돼 프로 선수의 등용문으로 불린다. 트린지 감독은 유망주 영입, 선수 개인별 육성과 세밀한 전술 실행 등을 통해 부임한 지 3년 만인 2021년에 팀을 아이비리그 1위에 올리며 브라운대학교 역사상 최초 NCAA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고, '아이비리그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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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컵대회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25일 아헨 킴 감독이 가족 문제로 갑작스럽게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페퍼저축은행은 급하게 새 사령탑을 찾아야 했고, 조 트린지 감독과 6월 30일 계약을 맺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조 트린지 감독은 국제 무대에서 여러 국가대표팀의 승리에 기여한 경험이 있는 15년 경력의 베테랑"이라며 "조 트린지 감독이 풍부한 미국 리그 경험으로 다져진 코칭 스타일을 바탕으로 아헨 킴 전 감독의 훈련 체계에 익숙해진 선수들이 빠르게 새로운 체제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트린지 감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여자국가대표팀의 분석과 코치를 역임하며 대표팀의 2014년 세계배구선수권대회 첫 우승, 2015년 월드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금메달 및 랭킹 1위, 2016년 올림픽 동메달 쾌거를 이뤄냈고, 그 실력과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북중미카리브배구연맹(NORCECA) 여자선수권대회의 미국 대표팀 감독직을 맡아 경기를 지휘했다.
김동언 페퍼저축은행 단장은 "조 트린지 신임감독은 수많은 국제 경기 경험과 여러 배구팀의 코칭 및 감독 경력을 통해 높은 명성을 쌓아왔고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코칭 시스템으로 소속팀의 성과를 개선한 경험이 있는 지도자"라며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페퍼저축은행에 힘과 활력을 더하고 팀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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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즌을 임하는 사령탑과 선수들은 지난해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지난해 10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여자부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던 트린지 감독은 올 시즌 키워드에 대해 "베러 에브리 데이(Better Every Day)"라고 밝힌 뒤 "매일 배우고 발전하는 게 우리 목표다.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를 비교했을 때 가장 성장하고 나아진 팀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시즌 기간 동안 페퍼저축은행의 움직임만 놓고 본다면 구단의 기대가 높아진 건 당연한 일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 시장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아웃사이드 히터인 박정아를 영입했다.
이미 V-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아포짓 스파이커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와도 손을 잡았다. 많은 팀들이 페퍼저축은행에 대해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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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어보니 지난해와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페퍼저축은행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10일 GS칼텍스전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한 뒤 석 달 넘게 승전고를 울리지 못했다. 여자부 역대 단일시즌 최다 연패 신기록(23연패)을 썼다. 2012-2013시즌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의 20연패를 가볍게 뛰어넘고 불명예를 떠안았다.
올 시즌 페퍼저축은행의 23연패는 팀 창단 후 단일시즌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페퍼저축은행은 V-리그에 처음 입성한 2021-2022시즌과 지난 시즌 각각 17연패를 당한 적 있다. 18연패부터는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페퍼저축은행은 23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6라운드 한국도로공사와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2(23-25, 24-26, 25-22, 27-25, 15-9)로 역전승을 거뒀다. 무려 105일, 24경기 만에 승리를 맛본 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했고 일부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최하위를 확정했다. 28일 현재 성적은 3승28패(승점 10점)다. 페퍼저축은행보다 한 계단 위인 6위 한국도로공사(10승22패·승점 33점)와 거리는 턱없이 멀다. 페퍼저축은행이 남은 5경기에서 모두 승리해 승점 15점을 쌓더라도 총 25점으로 최하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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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선수단 내부의 내홍 사태까지 벌어졌다. '후배 선수 괴롭힘 의혹'을 받은 베테랑 리베로 오지영 27일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에서 자격 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KOVO 상벌위원회는 지난 23일 첫 번째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오지영 사안에 대해 이날 회의에서는 징계를 확정했다. 1년 자격 정지는 전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로 강도 높은 제재다. 구단 내 선후배 간의 괴롭힘 혐의로 상벌위원회가 철퇴를 내린 것도 오지영이 최초다.
이장호 KOVO 상벌위원장은 "오지영이 후배들에게 가한 직장 내 괴롭힘과 인권 침해 등을 인정해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며 "양측의 주장이 다르긴 하지만, 동료 선수들의 확인서 등을 종합하면 분명히 인권 침해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KOVO 상벌위는 이와 함께 "이 같은 행위는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이며 프로스포츠에서 척결해야 할 악습"이라며 "다시는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재하고자 선수인권보호위원회규정에 따라 징계 수위를 정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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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에게 내린 1년 자격정지는 처벌 근거 중 하나인 선수인권보호위원회 규정 제10조 1의 4항 '폭언, 그 밖에 폭력행위가 가벼운 경우 1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한 징계 중 최고 수위다.
오지영이 후배에게 직접적인 폭행을 가하거나, 얼차려를 위한 집합 등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KOVO 상벌위는 훈련 중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한 오지영의 말을 폭언으로 규정했다. 가볍게 넘어가거나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중징계를 부과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오지영이 후배 선수 A, B를 지속해 괴롭혔다는 의혹을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15일 관련 내용을 KOVO 선수고충처리센터에 신고를 마쳤다.
오지영 측은 KOVO의 1년 자격정지 징계에 반발하고 있다. KOVO 규정에 따라 재심을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페퍼저축은행은 오지영의 후속 대처와 무관하게 선수와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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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은 지난해 4월 페퍼저축은행과 3년 총액 10억원의 계약을 맺었지만 사실상 은퇴 위기에 몰렸다. 여론 악화와 1988년생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하면 1년의 자격정지 징계가 끝나더라도 새 소속팀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새 사령탑 선임 때만 하더라도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던 페퍼저축은행이지만, 시즌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위기를 자초했고 선수들과 팬들 모두 최악의 결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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