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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헬멧도 바람에 날렸다” 美매체 ‘바람의 손자’ 이정후 헬멧에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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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첫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신고했다. 미국 현지 언론은 이정후의 일거수 일투족에 큰 관심을 보였고, 헬멧이 벗겨지는 모습까지 주목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스코츠데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애틀 매리너스전을 치렀다. 이날 이정후는 리드오프 겸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공식경기 첫 출전에서 이정후는 3타수 1안타 1득점 1삼진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은 10-10으로 경기를 마쳤다.

그동안 허리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이정후다. 큰 부상은 아니었다. 근육 뭉침 증상이었다. 이정후는 “옆구리에 알이 배겼다. 한국이었으면 뛰었을 것이다”며 큰 부상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몸 상태를 극진히 살폈다. 밥 멜빈 감독도 이정후를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정후는 “한국이었다면 뛰어도 되는 상태였는데, 메이저리그는 시스템이 다르다. 아픈 거라면 취재진에게도 말했을 것이다. 나는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단에서는 관리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출전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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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의 극진한 관리 속에 컨디션을 완벽하게 회복한 이정후. 그리고 첫 시범경기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려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0-2로 뒤진 1회 선두타자로 타석에 섰다. 이정후는 상대 선발 저지 커비를 상대로 우전 안타를 뽑았다. 타구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1루수 타일러 락클리어가 몸을 날려도 잡을 수 없었다.

현지 중계진은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리드오프이자 중견수다. 시범경기 데뷔가 조금 늦어졌는데, 가벼운 옆구리 통증이 있었다”며 이정후를 소개했고, 안타가 나오자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안타를 때려낸 순간이다. 헬멧이 날아가는 장면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이정후는 커리어 내내 콘택트 능력을 자랑해왔다. 멜빈 감독은 이미 정규시즌에서도 1번 타자 중견수로 이정후를 기용할 것이라 말했다”며 이정후의 타격 능력을 극찬했다.

누상에 나간 이정후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이정후는 왼쪽 발목 수술을 받았고, 성공적으로 재활을 마쳤다. 비시즌 동안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도 “발목은 완전히 다 나았다”며 몸 상태를 자신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상대 실책을 틈타 2루에 선 이정후는 후속타자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이정후는 타격할 때와 베이스러닝을 할 때 헬멧이 벗겨지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헬멧이 미국에서 제작된 탓에 동양인의 두상에는 맞지 않는다. 이정후도 헬멧이 머리에 딱 들어맞지 않아 스윙을 하거나 전력 질주를 했을 때 벗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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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체 ‘이스트베이 타임즈’는 “이정후는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라운드를 날아다닌 건 이정후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의 헬멧도 바람에 날렸다”며 이정후의 헬멧이 벗겨지는 모습에도 주목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김하성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정후는 김하성의 헬멧을 만든 회사에 제작 주문을 요청한 상태다”며 조만간 이정후도 두상에 딱 맞는 헬멧을 쓰게 될 것이라 전했다.

첫 타석에서 우전 안타를 때려낸 이정후는 이후 두 타석에서 출루하지 못했다. 2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두 번째 타석을 맞은 이정후는 1루 땅볼로 잡혔다. 4회 2사 1루 상황에서 들어선 세 번째 타석에서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정후는 5회 교체돼 이날 경기 출전을 마쳤다.

사령탑도 이정후의 활약에 만족스러워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오랜 기다림 끝에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냈다. 득점까지 올리는 모습이 꽤 좋아보였다”며 이정후의 활약에 흡족해 했다. 그러면서 “이정후가 어떤 혼란을 일으킬지 모를 것이다. 나는 이정후가 더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발목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더 조심하길 바랐다. 하지만 이정후의 주력은 빠르다.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계속 지켜보겠다”며 이정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실 미국 현지에서는 이정후에 대한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었다. KBO리그가 메이저리그보다 수준이 낮은 탓에, 이정후의 활약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의 제이슨 스타크 기자는 올해 스프링트레이닝 주요 이슈에 대해 메이저리그 구단 전현직 임직원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스카우트 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오프시즌 최악의 계약 사례로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맺은 6년 1300만 달러 계약이 꼽혔다.

하지만 이정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악평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다. 좋은 기사에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기사라고 안 좋은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내가 잘하면 된다.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내가 구단에 거액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사람들도 자신들의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 앞으로도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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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혹평에 이정후는 실력으로 응수했다. 이정후가 안타를 때려낸 상대는 지난해 올스타에 선정된 커비다. 커비는 2023년 정규시즌에서 31경기에 출전해 190⅔이닝을 소화했고 13승 10패 평균자책점 3.35를 기록했다. 평균 구속 96마일(약 154km) 최고구속 99마일(약 159km)에 이르는 패스트볼을 뿌리는 강속구 유형의 투수다. 메이저리그 수준급 투수를 상대로 이정후가 안타를 때려낸 것.

‘이스트베이 타임즈’는 “이정후에 대한 가장 큰 의문점은 적응이었다. KBO리그는 메이저리그보다 두 단계 정도 낮은 것으로 간주된다. 더 빠르고 움직임이 많은 공을 던지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이정후가 적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그리고 이정후는 커비를 상대로 첫 번째 테스트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이정후는 커비를 상대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커비는 매우 유명한 투수다. 패스트볼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더 큰 차이는 변화구 구속이다. KBO리그와 비교하면 메이저리그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이정후에 대한 호평은 끊이질 않았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com은 “이정후가 지난주 옆구리 통증을 겪은 뒤 캑터스리그에 데뷔하기까지 며칠을 더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부상은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뛰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이정후는 리드오프 안타를 때려내면서 테이블 세팅 능력을 뽐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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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에 적응한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도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할 것이라 내다봤다. 성적 예측 시스템 중 하나인 ‘스티머 프로젝션’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성적으로 타율 0.291 wRC+(조정가중득점생산력, 평균은 100) 116, 삼진 비율 9.1%를 예상했다. 헛스윙이 거의 없고,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이정후의 타격 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라 예측했다.

팀에도 빠르게 녹아들고 있는 이정후다. 이미 샌프란시스코 동료들과 꽤 가까운 사이가 됐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과 친화력이 한몫했다. 외야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는 “이정후는 환상적이다. 팬이 됐다. 나는 매일 이정후에게 한국어 한 단어씩 배우려 노력 중이다. 이정후에게 ‘침착해’ 혹은 ‘편하게 해’와 같은 말을 하고 싶었다. 이정후에게 물었더니 ‘쉽다’라고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미국 매체 ‘NCB 스포츠베이에어리아’도 “이정후는 야스트렘스키를 포함해 샌프란시스코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했다. 이정후는 새로운 팀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을 환영해야 하는 새로운 팀 동료들이 동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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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도 이정후가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야스트렘스키는 “파르한 자이디 사장이 우리에게 이정후가 편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멜빈 감독도 같은 말을 했다. 자이디 사장과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적응할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미 이정후는 클럽하우스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이정후는 우리 팀 일원이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의 신뢰도 듬뿍 받고 있는 이정후다. 팻 버렐 타격 코치는 이정후의 타격 훈련을 지켜본 후 “사실 이정후에 대한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훈련 첫날 배팅 게이지에서 이정후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문제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적응해야 하긴 하지만, 콘택트 위주의 타격을 하는 선수라 인플레이타구를 만들어내는 건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빠른공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정후는 잘 적응할 것이다”며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 확신했다.

첫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낸 이정후는 계속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MLB.com은 이정후의 말을 인용해 “내가 아직 메이저리그 경기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최대한 빨리 리그에 적응해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스프링캠프에서는 시범경기에 많이 출전하는 게 목표다”며 빨리 적응해 샌프란시스코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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