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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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자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에서 제기된 구단 내 괴롭힘 논란도 ‘라쇼몽 효과’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피해를 주장하는 선수들과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의 입장이 완전히 상반되는 상황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7일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페퍼저축은행 선수 간 괴롭힘과 관련해 2차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지난 23일 열린 1차 상벌위원회에 출석했던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 오지영과 피해자 2명 중 1명(B)가 출석했고, 이날도 두 선수가 출석해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소명했다. 페퍼저축은행 구단 관계자도 출석해 구단에서 파악한 내용과 구단의 의견을 소명했다.
◆ 명백하게 갈리는 양측의 입장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오지영의 A,B 선수에 대한 괴롭힘을 인지한 것은 지난해 11월 쯤으로, 구단 내 자체 조사를 통해 괴롭힘이 있었다는 것을 확정지었다. 이후 한국배구연맹 고충처리센터에 신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지영은 괴롭힘 사례로 지적된 대부분을 부인했다. 상벌위가 끝난 뒤 오지영이 선임한 법률 대리인 정모 변호사는 “오지영 선수의 진술에 기반해 소명할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해 소명하는 시간을 가졌다”면서 “B선수가 피해 사실로 제기한 16가지, C선수가 피해 사실로 제기한 6가지에 대해 사실관계 자체를 대부분 부인하는 내용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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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오지영의 주장은 구단은 물론 피해를 주장하는 선수들과는 정면 배치됐다. 정 변호사는 “오지영 선수에 따르면 구단 내 자체 조사 때 오지영 선수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오지영 선수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연맹 고충처리센터에 신고 됐다는 것만 15일 통보받았다”라고 덧붙였다. 오지영의 말이 사실이라면, 구단이 피해를 주장하는 선수들의 주장만 듣고 고충처리센터에 신고한 게 된다.
이에 대해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11월쯤 인지해서 지난 15일 고충처리센터에 신고하기까지 약 3개월여의 기간 동안 자체 조사하는 과정에서 분명 오지영에게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오지영과 피해 주장 선수 A는 A가 팀을 나가기 전까지는 절친한 사이를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피해자 A의 진술 증거들을 탄핵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는 둘 사이에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나 인스타그램 DM 등을 소명 자료로 제출했다. 여기에 오지영 선수가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A에게 선물한 팔찌나 의류, 향수, 에어팟 등 약 200만원에 달하는 선물에 대한 영수증 내역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장호 상벌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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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측의 의견이 이렇게 갈리는데도 징계는 최고수준인 ‘자격정지 1년’
오지영과 피해 주장 선수들의 의견이 이렇게 상반되는 데도 연맹 상벌위는 오지영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는 최고수준인 자격정지 1년을 내렸다. 사실상 피해 선수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징계의 근거는 선수인권보호위원회규정 제 10조(징계·제재금) 1항의 4호 ‘폭언, 그밖에 폭력행위가 가벼운 경우 : 1개월 이상 1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1백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다. 1년은 상벌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다. 1988년생으로 어느덧 30대 중반인 오지영에게는 사실상 선수생활이 끝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는 중징계다.
이에 대해 이장호 상벌위원장은 “양측의 입장을 다 소명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오지영 선수의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침해 행위가 인정되어 1년의 징계를 결정했다. 양측의 소명뿐만 아니라 구단 사무국장이나 동료 선수들의 확인서도 제출이 되어 있다. 이를 종합해볼 때 인권침해가 맞다는 게 상벌위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오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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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의 법률 대리인 정 변호사는 징계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다는 입장이다. 재심 청구는 27일 기준으로 열흘 이내에 할 수 있다. 정 변호사는 “괴롭힘에 대한 진술 증거를 탄핵할 만한 물적 증거를 다 갖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암동=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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