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냅이 26일 열린 PGA 투어 멕시코 오픈에서 정상을 밟고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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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유지를 위해 나이트클럽 문지기 아르바이트까지 했던 늦깎이 신인이 마침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을 밟았다. 주인공은 무명 루키 제이크 냅(30·미국). 냅은 26일(한국시간) 멕시코 바야르타의 비단타 바야르타 골프장에서 열린 멕시코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이븐파를 쳐 나흘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PGA 투어 정식 데뷔 후 5번째 출전 대회에서 맛본 정상 공기다.
이번 우승을 두고 미국 언론은 ‘bouncer(바운서)’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바운서는 나이트클럽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를 뜻하는 용어로 국내에선 ‘기도’라는 단어로 자주 쓰인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출신인 냅은 PGA 투어 진출을 꿈꾸며 2부 투어(콘페리 투어)와 캐나다 투어에서 배고픈 세월을 참고 견뎠다. 상금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특히 2년 전에는 나이트클럽 바운서로 일하며 투어 경비를 충당했다. 손님이 많은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저녁에는 나이트클럽으로 출근해 입구를 지켰고, 낮에는 연습장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가끔은 결혼식 같은 크고 작은 행사에서도 경비원 아르바이트를 했던 냅은 지난해 콘페리 투어 포인트 13위를 기록해 PGA 투어 시드를 따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우승의 꿈을 이뤘다. 상금은 145만8000달러(약 19억4000만원). 또, 2년치 PGA 투어 시드와 올 시즌 남은 특급대회 출전권도 함께 얻었다. 여기에는 4월 마스터스 티켓도 포함된다.
4타차 단독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냅은 전반까지 플레이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 1번 홀(파4)과 3번 홀(파4)에서 연달아 보기가 나왔다. 파4 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사미 발리마키(26·핀란드)가 공동선두까지 따라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파3 13번 홀에서 냅이 파를 지킨 반면, 발리마키는 티샷이 벙커로 빠져 보기를 기록해 희비가 엇갈렸다. 냅은 14번 홀(파5)에서 3번째 샷을 컵 옆으로 붙이면서 버디를 추가해 쐐기를 박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의 이니셜을 문신으로 새긴 채 우승을 맛본 냅은 “외할아버지께선 늘 나를 격려해주셨다. 만약 오늘 함께 계셨다면 ‘잘했다 손자야. 이제 축하 치킨을 먹자’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2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나이트클럽에서 일했다. 지금은 전혀 다른 시나리오가 내 인생에서 쓰이고 있다”고 감격을 표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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