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강남 신한아트홀에서 중대재해법 주제로 강연 진행
올해 국내 중소기업들이 지난달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으로 맞닥뜨릴 수 있는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JB미래포럼은 22일 서울 강남구 신한아트홀에서 ‘중대재해처벌에 관한 법률(중처법)’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주제로 ‘제39회 조찬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지난달 50인 미만 사업장으로까지 확대 시행된 중처법과 관련해 사업주의 주요 관심사를 정리해 설명하고 대응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연사로는 노무법인 '코리아인(KOREAIN)'의 이기섭 대표노무사가 나섰다. 코리아인을 이끌고 있는 이기섭 대표는 노동법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노동 관련 사건에서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억울한 일이 없도록 2013년부터 2022년까지 9년 간 서울 남부·관악 고용노동지청,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등에서 국선노무사로 활동해 왔다. 또 삼성인재개발원,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에서도 노동 이슈 관련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기섭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중처법 관련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중처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중소기업 사업주들이 상당히 불안해 하고 있다"면서 "정보 홍수 속에서 더욱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처법만 놓고 보면 그리 내용이 많지 않다. 불안감을 갖지 말고 일단 사업주들이 법 준수 의지를 보여야 한다.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 근거로 자동차 부품 제조사 대흥알앤티 사례를 제시했다.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독성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해 근로자 13명에게 독성 감염 등 상해를 입힌 대흥알앤티 대표는 성능 미달 판정을 받긴 했지만 의무사항인 '국소배기장치(환기시설)'를 설치했다는 이유로 중처법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대흥알앤티와 다르게 두성산업은 같은 세척제를 사용했음에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법적 안전장치인 국소배기장치 등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중처법으로 기소됐다"면서 "중처법시행 후 검찰이 처음으로 기소한 사례다. 중처법을 준수하려는 사업주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국소배기장치 설치로 두 기업의 운명이 갈린 것이다. 대흥알앤티는 중처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 데 그쳤다. 중처법과 산안법 처벌 수위가 현격하게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산안법이 기업의 안전관리 의무를 정하고 감독하는 행정법이라면, 중처법은 산업재해 발생 시 처벌하는 형사법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처법 6조는 재해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1명 이상 사망자가 생긴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한 산안법과 비교하면 처벌이 한층 강화된 것이다. 게다가 중대 재해가 발생한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과 손해액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도 져야 한다.
이 대표는 "산안법 벌금은 일반적으로 400만원 수준에 그친다"면서 "그러나 중처법은 법인의 경우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의 벌금이 나온다. 대기업의 경우엔 1억~1억5000만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처법 처벌을 피하려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고용노동부도 지난달 28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다고 무조건 사업주가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면서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가 중대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보건과 안전 확보를 위한 제반 의무를 이행했다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처법 처벌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안전보건에 관한 경영방침을 설정하고 전담조직을 설치해야 한다"면서 "또 안전보건 관련 매뉴얼을 만들고 업무 현장에서 발생할 위험요소를 파악해 체크하도록 안전 관리자(CSO)를 1명이라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안전보건 담당자에게 예산 등의 권한을 부여해 실질적인 안전 관련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만약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즉시 작업 중단 등의 내용이 담긴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7년 출범한 JB미래포럼은 전북 출신 강소기업과 사회 각계각층 주요 인사들로 구성된 협의체로, 국내 주요 석학들을 초청해 개최하는 조찬 세미나와 전북지역 발전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고 있다.
아주경제=남라다 기자 nld8120@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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