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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독일 '분데스리가'

축구팬 '자본 유입 반대'에 분데스리가 중계권 지분 매각안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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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경기 중 테니스공 던져 항의…골대에 자물쇠 걸어놓기도

연합뉴스

걸개 들고 항의하는 도르트문트 팬들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외부 자본 유입을 반대하는 팬들의 격렬한 항의로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가 중계권 지분 일부 매각안을 결국 포기했다.

분데스리가를 운영하는 독일축구리그(DFL)는 2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중계권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기존 계획을 더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DFL의 한스요아힘 바츠케 대변인은 "사업상 전략적 파트너십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견이 다수라고 해도 독일프로축구는 지금 심각한 논쟁이 펼쳐지는 중대한 시험의 장에 들어선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리그의 클럽들뿐만이 아니라 구단 내부적으로 선수, 코치 직원, 감독기구 등 사이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팬 커뮤니티는 심각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운영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11일 DFL은 클럽들끼리 투표를 통해 외부 투자 자본에 중계권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36개 클럽 가운데 ⅔가 찬성표를 던졌다.

매각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 자본을 구단에 나눠줘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클럽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등 리그의 양적·질적 성장을 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분데스리가의 '상업화' 흐름을 가속하겠다는 리그 차원의 결단으로 해석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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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문트-프라이부르크 경기장 그라운드에 떨어진 동전 모양 초콜릿
[AFP=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결정은 전통적으로 리그와 축구를 '팬들의 것'으로 여겨 온 독일 축구 팬들의 격렬한 반발을 야기했다.

특히 팬들 사이에서는 외부 자본 유입 시 관중 입장료 상승 등 축구의 대중성을 해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난 19일 보훔의 보노비아 루르슈타디온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보훔의 2023-2024 분데스리가 22라운드 경기는 관중석에서 테니스공이 날아드는 소란이 벌어져 15분 정도 중단됐다.

지난 10일 도르트문트와 프라이부르크의 21라운드 경기가 열린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를 찾은 팬들도 테니스공과 금빛 동전 모양 초콜릿을 그라운드에 투척했다.

도르트문트 팬들은 'DFL에 투자자 반대'를 비롯해 항의 걸개도 들어 올렸다. 투척 행위가 이어지자 도르트문트 주장 엠레 잔이 팬들에게 다가가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같은 날 함부르크와 하노버의 2부 분데스리가 경기가 개최된 독일 함부르크의 폴크스파크슈타디온에는 함부르크 팬들이 골대에 자물쇠를 채워놔 관계자들이 전기톱으로 제거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바츠케 대변인은 "변호사들에 자문해보니 (12월의) 투표는 법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하노버를 둘러싼 상황을 보면, 이 결정이 폭넓게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 점도 간과돼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이어 '50+1' 규정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이 원칙과 어긋나는 계획은 섣불리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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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 던져진 테니스 공 차는 도르트문트의 그레고르 코벨 골키퍼
[AP=연합뉴스]


'50+1'은 구단 지분의 51%를 비상업적·비영리 단체가 소유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개인 자본이 구단이 기업을 소유하는 일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 규정은 유럽에서도 특히 오랜 팬들과 구단이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는 분데스리가의 제도적 원천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최근 유럽 프로리그에 불고 있는 대규모 자본 유입 바람 속에서 분데스리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켜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에 '오일머니' 중동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분데스리가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그 골자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전 세계 주요 축구단의 2022-2023시즌 매출액을 토대로 발표한 '풋볼 머니리그' 보고서에서 상위 30개 구단 가운데 분데스리가는 소속은 바이에른 뮌헨(6위), 도르트문트(12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16위)뿐이었다.

반면 맨체스터 시티(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5위) 등을 비롯해 프리미어리그 클럽은 14곳이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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