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의 여파로 코스피가 하락세를 보인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조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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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까지 더 긴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도 기대했던 5월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시장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금리인사 시점을 7월 이후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14일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대비 3.1%, 전월대비 0.3% 상승했다. 시장이 기대했던 전년동월 대비 물가상승률 2.9%를 웃도는 결과다. 2%대 진입을 기대했던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9% 올라 예상치 3.7%를 상회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기조적 물가 흐름이 불안하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물가의 세부 내용을 보면 상품 물가는 떨어진 반면 서비스 물가는 올라 서비스 물가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상품 중에서도 중고차가 전월대비 3.4% 하락해 큰폭 떨어졌고, 의류도 0.7% 하락했다. 에너지 가격도 전월보다 0.9%, 전년 동월대비로는 4.6%나 떨어져 둔화 흐름을 유지했다. 반면 서비스 부문에서 주거비는 전월대비 0.6% 올라 전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에 3분의 2 가량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서비스(0.7%), 운송(1.0%) 등의 서비스 물가도 올랐다. 주거비 및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도 전월대비 0.7% 올라 202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결국 서비스 물가의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사실이 1월 물가 지표에서 확인된 셈이다. 서비스 부문의 물가는 상품과 달리 한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끈끈한’ 성질을 갖고 있다. 또 앞서 발표된 고용지표에서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도 지난달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시차를 두고 서비스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물가 둔화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도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3월 금리인하설에 선을 긋고 물가가 좀 더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특히 물가가 2%대 위에서 고착화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물가오름세가 둔화하는 추세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지만, 서비스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연준이 더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이 반영하는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는 5월(26.8%)에서 6월(59.6%)로 급속히 변경되는 분위기다. 아예 7월 하반기로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와 노무라 등은 “1월 전반적 상품 물가가 둔화되었지만 중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며, 홍해 해운 차질 등 공급망 영향 등이 상방 위험으로 잠재해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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