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인프라 개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후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되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전략으로, 국제자본시장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은 전형적인 거래전략의 일종이다.
그럼에도 유독 한국시장에서만 공매도 논란이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공매도 인프라 선진화와 관련해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국내주식시장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불법공매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와 유관기관들은 국제화돼 있는 자본시장에서 한국시장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한 실시간 공매도 감시시스템 구축은 불가능하다고 답한다. 고유한 특성이 무엇이기에 불법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없다는 것일까.
한국과 해외에서 대부분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무차입’의 기준을 공매도 주문시점(T)이 아닌 결제시점(T+2)에 차입이 이루어졌는지를 통해 판단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주문시점에 차입이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한다. ‘먼저 주식을 빌리고 매도’했는지, ‘매도를 먼저 하고 결제 전에 주식을 빌려 왔는지’의 차이다.
해외에서 불법공매도는 사실상 결제 불이행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존 자본시장 인프라를 통해서 실시간 감시가 가능하다. 반면, 국내에서 불법공매도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주문시점에서 차입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데 말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다.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면 제3자가 거래자의 공매도 여부와 차입현황을 확인하는 것을 의미하고, 곧 투자전략을 감시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내시장에서 3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의 반대와 이탈이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의 자본시장법은 분명히 주문시점을 기준으로 불법공매도를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공매도 제도가 국제표준과 괴리가 있더라도 한국시장의 모든 시장참여자는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은 두 가지 방향으로 논의될 수 있다.
첫 번째는 불법공매도 주문이 제출되면 곧바로 탐지해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실시간 감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공매도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투자자들의 주장과도 일치하고, 국제 금융시장의 관행이나 시스템 구축비용을 고려하지만 않는다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은 한국거래소의 거래주문시스템을 비롯한 금융시장 인프라 전체를 수정해야 하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또한,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국내 상장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투자자들이 변경된 제도에 맞춰 자체 주식 잔고 관리시스템을 변경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수많은 투자 대상 중 하나인 한국 주식의 매력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해외투자자들에게 한국시장의 매력도가 낮아지지 않는 제도를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이 방안을 채택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방안은 공매도 주문 법인에 엄격한 내부통제 의무를 부여해 불법공매도가 적발될 경우 기관 및 임직원에 대한 금전적·비금전적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다. 금전적 제재와 관련해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수준을 상향 조정한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 불법행위에 대한 과징금 강화는 형사처벌에 비해 불법 수익 환수에 효과적이다. 비금전적 제재로는 증권차입물량을 관리하는 내부통제책임자(임원)의 의무 부과를 고려하는 것이다. 해외금융회사나 비금융회사에 대해 내부통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이들의 거래상대방인 국내 금융회사에 이를 관리·확인토록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제안들은 공매도 제도 선진화를 위한 유일한 방안은 아니다. 확실한 것은 공매도가 재개되는 시점에 더 이상 추가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투자자에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도 더 이상의 논란이 지속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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