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에서도 “해석 필요... 국민 누가 알아듣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광주광역시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한 뒤 선거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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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추진하겠습니다.”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비례를 채택하되, 민주당의 오랜 당론인 권역별 비례에 이중등록을 허용하고, 여기서 생길 수 있는 소수정당 배제 문제 해결 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밝힌 선거제 구상은 21대 총선 당시 전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던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방식의 현행 선거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국민의힘·민주당 양당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어 총선을 치르게 됐다. 이 대표는 약 7분간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내려갔는데 “병립형 비례” “이중등록” “준(準)위성정당” 등 암호문 같은 말들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도 “해석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대표는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 유지냐, 20대 총선까지 적용됐던 병립형 방식으로 회귀냐의 선택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지난 2일 당 최고위가 이 대표에게 결정을 위임했고, 주말을 거쳐 내린 결론은 현행 방식을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연동형 선거제는 지난 대선때 그의 약속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위성정당’이라는 괴물을 낳았다는 비판이 컸고, 이에 여야 정당은 21대 국회 내내 적어도 위성정당은 만들지 말자면서 거듭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럼에도 다시 위성정당을 만들게 된 정치 환경에 대한 설명과 변명이 장황하게 이어지다보니 암호문 같은 원고가 나왔다는 해석이 나왔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다름없이 위성정당을 만들게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먼저 위성정당을 만들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준연동제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이 악순환을 피하려면 위성정당을 금지시켜야 하지만 여당이 반대한다. 그렇다고 병립형 회귀를 민주당이 수용할 수도 없다”고 했다. 또 병립형 선거제로 돌아가되, 전국을 여러 권역으로 나눠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비례대표를 뽑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했지만 여당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안타깝지만 여당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은 없다”면서 “정권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하겠다며, “준(準)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위성정당을 만든다는 본질은 여야가 같지만, ‘통합형 비례정당’ ‘준위성정당’ ‘선거대연합’ 같은 다른 모자를 씌운 것이다. 이 대표는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불가피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달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기자회견을 지켜봤는데 계속 ‘저게 무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사자들도 어려운데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알아듣겠나”라고 말했다. 제3신당 관계자는 “여당 탓을 하면서 마치 자기네는 다른 것처럼 하는데 결국 똑같이 ‘프랑켄슈타인’을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희한하고 복잡한 말로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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