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값 1년 새 5분의 1 빠져… 판매량은 3분의 1 감소
성수기에도 임금하락이 가계 강타… "고기 못 먹는다"
돼지고기 사진/사진=머니투데이 사진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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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설을 앞두고도 중국 명절 음식에 필수인 돼지고기 가격이 빠지자 디플레이션 우려가 짙다. 돼지고기 가격이 1년 전보다 5분의 1이나 빠졌는데도 판매량은 3분의 1 줄어든 것. 성수기 외식시즌이지만 임금 하락이 가계를 강타하면서 중국 근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블루칼라층이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
4일 블룸버그통신은 설 명절을 앞둔 중국의 돼지고기 시황을 이 같이 전했다. 컨설팅회사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던컨 리글리는 "지난해 중국이 다시 외식을 재개한 후 돼지고기 소비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돼지 열병으로 인한 손실에 대응해 농부들이 생산량을 늘렸지만 수요는 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과 돼지 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매년 미국보다 5배 더 많은 고기를 소비한다. 그러나 컨설팅업체 상하이JCI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100만톤 감소해 5400만톤에 그쳤다. 엔데믹 이후 소비와 여가를 즐기고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야 할 시기에 되레 큰 폭 줄었다.
그만큼 디플레이션 우려가 가중된다. 식품은 소비자 물가지수의 5분의 1을 차지하며, 돼지고기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2월 소비자 물가는 3개월 연속 하락했고, 이 하락세는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디플레이션 여파가 저소득층 사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시토니아컨설팅 공동 설립자 다린 프리드리히스는 "상하이 은행원 같은 화이트칼라는 여전히 외출을 하고 돈을 쓴다. 하지만 경제의 큰 부문인 이주노동자, 블루칼러 노동자는 실적이 좋지 않아서 (소비가) 많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은 지난해 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중국 정부는 돼지고기 가격을 지탱하기 위해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전략 비축용 돼지고기를 사들이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 중추절과 10월 연휴에 돼지를 팔려다 가격 회복을 기다렸던 돼지농장들은 보다 오래 사육한 돼지를 더 싼 값에 팔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생산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돼지 사육업체 푸젠 아오농 생물학기술그룹은 지난주 돼지고기 가격 약세에 따른 손실로 몇 년 내 상장폐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생산자들은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매각에 나섰다. 업계에선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이 최소 오는 9월까지는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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