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은 호주전 승리가 9년 전의 복수가 아닌 축구의 일부라고 했다. 또한 현재 클린스만호가 하나로 뭉쳐 있다고도 덧붙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에 위치한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현장 혈투 끝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16강전을 호주보다 이틀이나 늦게 치러 체력적인 불리함을 안고 있었으나 한 수 위 공격력과 엄청난 투혼으로 이를 극복했다. 호주는 연장 전반 막판 에이든 오닐이 퇴장을 당하면서 자멸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백3를 가동했던 것과 달리 이번 경기에서는 백4로 돌아왔다. 4-2-3-1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조규성, 황희찬, 손흥민, 이강인, 황인범, 박용우, 설영우, 김영권, 김민재, 김태환이 선발 출전했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고 호주를 압박했지만 득점을 터트리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전 들어 황인범의 실수로 인해 상대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해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호주가 한 골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기 때문에 한국은 호주 수비를 뚫는 데 애를 먹었다.
패색이 짙었던 후반전 추가시간, 한국에 기적이 일어났다. 손흥민이 상대 박스 안에서 드리블 돌파를 하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이 주어진 것. 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성공시키며 간신히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갔다.
연장전에서는 손흥민의 발끝이 빛났다. 연장전 전반 황희찬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시도한 슈팅이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연장전 후반 상대가 한 명 퇴장당한 상황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한 한국은 기분 좋은 역전승을 거두며 대회 4강에 올랐다.
특히 이날 맹활약을 펼친 손흥민은 9년 전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호주에 패배했던 기억을 씻어냈다. 당시 한국은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호주에 패배해 준우승에 그쳤는데, 9년 뒤에 만난 이번 대회 8강에서 복수에 성공한 것이다. 9년 전 패배에 슬픔의 눈물을 흘렸던 손흥민은 호주전이 끝난 뒤 경기장에 주저앉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무엇보다 손흥민 스스로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가고, 결승골까지 터트렸다는 점에서 복수의 의미가 있었다. 손흥민은 한국이 0-1로 끌려가던 후반전 추가시간 상대 박스 안에서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해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승부가 연장으로 이어졌다.
연장전에는 황희찬이 얻은 기회를 손흥민이 해결했다. 연장 전반 막바지 황희찬이 박스 앞에서 상대에게 걸려 넘어져 프리킥이 선언됐고, 키커로 손흥민이 나섰다. 이강인이 옆에 있었지만 손흥민은 자신의 장기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상대 골문 구석을 노렸고, 그대로 구석에 꽂혔다. 두 골에 모두 관여하며 호주전 승리의 주역이 된 손흥민은 9년 전에 이어 다시 한번 호주전 영웅으로 올라섰다.
경기 공식 MOTM(Man Of The Match) 역시 손흥민의 차지였다. 동점골로 이어진 페널티킥을 유도하고, 환상적인 결승골 프리킥 득점을 터트린 공로를 인정받은 손흥민이다.
또한 손흥민은 120분 내내 뛰며 기회 창출 2회, 슈팅 3회, 드리블 성공 3회(5회 시도), 리커버리 6회 등을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활약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흥민은 "너무나 어려운 경기였다. 경기 퍼포먼스가 만족스럽지 않지만 결과를 가져온 게 중요하다"라며 "양 팀 모두 공수 양면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결과를 가져와서 기쁘다. 준결승에 올라가서 기쁘다. 준결승에 올라갔기에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준비를 잘하겠다"라며 경기 소감을 밝혔다.
호주전 승리는 손흥민에게 복수가 아닌 축구의 일부였다. 손흥민은 9년 전 호주전 패배를 묻는 질문복수라기 보다 어떻게 보면 축구의 일부라고 본다. 2015년 때 마음이 너무 아팠고, 그때 좋은 기회를 놓쳐서 누구보다도 마음이 아팠던 거 같다. 그런 경험을 통해 축구선수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기에 오늘 경기를 그 이유만으로 이기고 싶었다기 보다 결국에는 나의 목표, 팀이 생각하는 목표가 있었기에 이것만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라고 답했다.
손흥민은 두 번의 연장전을 통해 팀이 더욱 단단해졌다고 믿었다. 두 번의 연장전으로 '좀비 축구'라는 별명이 생긴 점에 대해 손흥민은 "일단은 어떤 축구를 하든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거는 사실 '좀비 축구다' 이런 걸 떠나서 내가 볼 때는 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정신이 좀 더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는 것 같고, 이런 경기로 인해서 더 믿음이 강해지는 것 같다. 사실 연장전에 가면 대부분 다 지치는데 우리 선수들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부분은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본다"라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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