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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이탄희 “한동훈, 본인이 꼭두각시였단 건가···사법농단 수사 남 일 얘기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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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서 ‘민주개혁진보대연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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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에 반발해 법복을 벗은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무죄 선고를 두고 29일 “법원행정처 전 조직이 대법원장 몰래 집단 하극상을 했다는 건가”라며 “‘무죄니까 무죄’라는 식의 비논리적 판결”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밑에서 3차장으로 사법농단 수사를 총괄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법원의 수사 의뢰로 진행된 사건”이었다고 한 데 대해서는 “본인은 그럼 꼭두각시였다는 건가”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재판 개입은 있었는데 양 전 대법원장이 몰랐다는 판결이 말이 되느냐”며 “재판부 논리대로면 대법원장 비서 조직인 법원행정처가 집단 하극상을 했다는 말이 된다”고 했다. 그는 양 전 원장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온 지난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양승태 대법원장 수족들은 귀신의 지시를 받은 것인가”라고 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부 재판 개입과 법관 독립 침해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사법행정권자에게는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등의 이유였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직권’이 있어야 하는데, 애초 남용할 권한이 없기에 혐의 구성의 전제부터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 의원은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어떻게 존재할 수가 있겠나”라며 “그런 권한이 있다면 자체로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무죄니까 무죄’라는 식의 비논리적 판결”이라며 “반성이나 성찰 없이 당당한 피고인들 모습을 보고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KTX 승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재판거래의 피해자들은 가슴이 찢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법농단 관련 논의가 책임자들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방향으로만 흘러온 점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징계나 탄핵 등의 방법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책임을 물을 수 있었는데도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일종의 ‘제 식구 감싸기’였다”고 했다. 이어 “180석 의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도 이 문제를 시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국민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은 “판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판사 징계 절차를 투명하게 만들고, 법관 탄핵 절차 관련법을 만들어 탄핵이 정쟁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사법농단의 재발을 막기 위해 사법부가 도입한 일련의 개혁 조치들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이후 법원행정처 판사 수를 늘렸는데, 이는 사법농단의 교훈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법원행정처의 ‘탈판사화’는 사법농단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구조적 개선책이었다”면서 “이를 되돌리는 것은 재판개입으로 이어질 통로를 다시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한동훈 위원장이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수사 의뢰로 진행된 사건” “나중에 여러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2018년 6월 사법농단 검찰 수사가 개시될 당시 수사팀장은 한동훈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대통령이었다. 당시 검찰은 8개월 간의 대대적인 수사 끝에 2019년 2월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한 것을 포함해 고위법관 14명을 기소했다.

이 의원은 “(한 위원장의 말은) 하나 마나한 얘기라 반응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남 일 얘기하듯 말하는데 그럼 본인은 꼭두각시였다는 건가”라고 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번 선고에 대해 항소를 포기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면서 “사법농단 책임자들에게 노골적인 면죄부를 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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