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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언더도그의 반란···라리가 '빅3' 깨졌다[서재원의 축덕축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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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나FC, 리그 1위로 우승경쟁

창단 94년···7년 전 1부 첫 승격

바르사·아틀레티코 한달새 연파

올 시즌 승점 52점···레알과 1점차

미첼 감독 공격적인 전술도 한몫

8년 전 EPL 레스터 '동화'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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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는 ‘머니게임’으로 불린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빅클럽은 이적 시장 때마다 슈퍼스타를 사 모으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슈퍼스타는 경기장에 팬을 끌어모으고 스폰서 유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투자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러한 순환 구조가 반복되면 강자와 약자의 경계가 뚜렷해진다. 결국 돈 있는 자들만 살아남는 게임이다.

스페인 프로 축구 프리메라리가는 사실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보다도 양극화가 심하기로 유명하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라는 확실한 ‘빅3’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28년 출범한 라리가는 지난 시즌까지 92번의 시즌 중 73차례의 우승(레알 35회·바르셀로나 27회·아틀레티코 11회)을 이들 세 팀이 나눠 가졌다. 라리가 전체 역사의 79.3%를 세 팀이 지배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지난 시즌까지 최근 11년 동안 최종 1~3위 내에는 세 팀만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빅3 체제’가 12년 만에 붕괴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우승 경쟁과는 거리가 먼 팀으로 분류됐던 중소 클럽 지로나FC가 2023~2024시즌의 절반을 넘긴 25일 현재에도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어서다. 21경기에서 16승4무1패(승점 52)를 기록한 지로나는 레알(16승3무1패·승점 51)을 1점 차로 제치고 순위표 맨 꼭대기에 자리했다.

‘언더도그의 반란’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로나는 2015~2016시즌 EPL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 시티의 동화 이야기와 비슷하다. 1930년 창단해 94년의 역사를 가졌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하부 리그에서 보낸 지로나는 2017~2018시즌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1부 무대를 밟았다. 한 차례 강등을 경험한 뒤 2022~2023시즌 다시 1부 리그로 복귀한 지로나는 승격 첫 시즌 10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키더니 이번 시즌에는 빅3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며 우승컵까지 넘보고 있다. 특히 최근 한 달 사이 바르셀로나(4대2)와 아틀레티코(4대3)를 모두 꺾으면서 우승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로나 돌풍의 중심에는 2021년부터 지휘봉을 잡아 팀의 승격을 이끈 미첼 산체스 감독이 있다. 라요 바예카노를 이끌던 시절부터 상당히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했던 그는 지로나 사령탑에 올라 자신의 축구를 완성했다. 지난 시즌 득점 부문에서 4위(38경기 58골)를 기록한 지로나는 올 시즌에도 리그 21경기에서 무려 51골을 터뜨리는 화력을 앞세워 팀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영국 BBC도 “미첼 감독은 경기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과 그것을 성취하는 방법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다. 경기 중 선수들을 향상시키고 팀의 전술을 바꿀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고 극찬했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구단주인 셰이크 만수르가 세운 지주회사 시티풋볼그룹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로나는 2017년 시티풋볼그룹의 일원이 되면서 자금 운용, 선수 수급이 원활해졌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올 시즌 영입한 선수가 리그 득점 선두(14골 5도움)를 달리는 아르템 도우비크(우크라이나)다.

지로나가 8년 전 레스터 시티처럼 행복한 결말로 동화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스페인 축구 전문가 셈라 헌터는 “못할 이유가 있을까”라고 되물으며 “지로나는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아틀레티코를 꺾었고 또 다른 타이틀 경쟁자인 바르셀로나에도 승리했다. 그들이 감히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서재원 기자 jwse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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