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이슈 배구 황제 김연경

윌로우는 옐레나보다 김연경에게 도움될까 [발리볼 비키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 새 외국인 선수 윌로우. 사진 출처 선수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이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팀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던 옐레나(27·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내보내기로 한 것.

대신 ‘빅 유닛’ 랜디 존슨(61)의 딸로 유명한 윌로우(26·미국)가 외국인 선수 자리를 채웁니다.

윌로우는 과연 옐레나가 해내지 못했던 ‘김연경 도우미’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요?

이 질문 정답에 다가가려면 일단 옐레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아일보

왼쪽 전위가 제자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구 여제’ 김연경(36·흥국생명)은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는 선수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아웃사이드 히터를 예전에 ‘레프트’라고 부른 이유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코트 왼쪽에서 주로 공격하는 선수니까 말입니다.

옐레나와 윌로우는 예전에 ‘라이트’라고 불렀던 오퍼짓 스파이커로 뜁니다.

그러면 옐레나도 주로 오른쪽에서 공격했을까요?

동아일보

오른쪽은 물론 왼쪽에서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전위에 있을 때는 오른쪽 공격 비중이 더 높았다고 평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옐레나가 코트 왼쪽과 오른쪽에서 비슷하게 공격을 시도한 이유는 ‘로테이션’ 순서 때문입니다.

흥국생명은 기본적으로 김연경과 옐레나 사이를 ‘한 칸 띄워서’ 코트에 내보내는 팀입니다.

예를 들어 17일 장충 GS칼텍스전 4세트 때 흥국생명은 김연경 → 이주아 → 옐레나 → 레이나 → 김수지 → 김다솔 순서로 선발 오더를 짰습니다.

상대 팀 GS칼텍스는 김지원 → 유서연 → 권민지 → 실바 → 강소휘 → 오세연 순서로 오퍼짓 스파이커 실바와 아웃사이드 히터 강소휘가 붙어 있었습니다.

동아일보

전위 로테이션 세 번 중 두 번이 오른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오퍼짓 스파이커를 아웃사이드 히터와 붙여서 내보내는 팀에서는 오퍼짓 스파이커가 왼쪽에서 공격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두 선수가 모두 전위에 있는 랠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각자 자기 자리를 지키는 데 충실하면 되는 것.

이를 뒤집어 말하면 두 선수가 모두 후위에 있는 랠리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 됩니다.

흥국생명을 이끄는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과 옐레나가 모두 후위에 있는 순간을 최대한 줄이고 싶어서 두 선수를 한 칸 띄어 배치했던 겁니다.

두 선수가 모두 후위에 있으면 팀 공격 전체가 엉망이 되니까요.

동아일보

둘 다 전위에 있을 때도 못 했던 게 문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연경과 옐레나가 모두 후위에 있을 때 흥국생명 공격 효율이 이렇게 떨어지는 이유는 공격 위치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스크롤을 올려서 확인해 보시면 두 선수가 모두 후위에 있을 때는 전위 왼쪽이 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연경이 후위 공격 효율 1위(0.311) 옐레나가 3위(0.303)인데도 이 로테이션 순번에서 공격에 유독 애를 먹은 이유입니다.

물론 아본단자 감독도 이 문제점을 알고 있습니다. 김연경은 “전체 연습량을 100으로 보면 후위 공격이 50을 차지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김연경과 대각에 서는 아웃사이드 히터가 받쳐 주지 못하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

흥국생명을 떠난 옐레나(왼쪽)와 아시아쿼터 선수 레이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본단자 감독은 시즌 초반 미들 블로커로 활용했던 레이나(25·일본)를 원래 포지션인 아웃사이드 히터로 기용하면서 해법 찾기에 나섰습니다.

3라운드 때까지 11.3%였던 레이나의 공격 점유율은 4라운드 들어 24.5%로 늘어난 상황입니다.

다만 같은 기간 공격 효율은 0.263에서 0.217로 내려왔습니다.

4라운드 때 흥국생명(0.266)보다 팀 공격효율이 떨어지는 팀은 최하위 페퍼저축은행(0.201)밖에 없습니다.

결국 흥국생명이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면, 2라운드 이전에 옐레나가 그랬던 것처럼, 오퍼짓 스파이커가 자기 몫을 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동아일보

2라운드 때만 반짝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옐레나는 1, 2라운드 합계 공격 효율 0.305(5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간 흥국생명은 승점 30(11승 1패)으로 2위 현대건설(승점 26·8승 4패)에 한 경기 이상 앞선 리그 선두였습니다.

3라운드 이후 옐레나의 공격 효율은 0.218로 떨어졌습니다.

4라운드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이제 흥국생명(승점 50·18승 6패)은 현대건설(승점 58·19승 5패)에 세 경기 가까이 뒤진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김연경은 1, 2라운드(0.358)와 3, 4라운드(0.365) 모두 공격 효율 1위 자리를 지켰지만 혼자 팀 공격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요컨대 윌로우가 1, 2라운드 때 옐레나만큼만 해줘야 흥국생명은 5, 6라운드 때 반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공격 중인 윌로우. 사진출처 선수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여자부 흥국생명과 남자부 현대캐피탈 경기를 같은 날 배정합니다.

현대캐피탈은 2016~2017시즌 5라운드 중반 톤(40·캐나다)을 대니(37·크로아티아)로 바꾸는 승부수를 던져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반면 흥국생명이 2020~2021시즌 도중 루시아(33·아르헨티나) 대신 선택한 브루나(25·브라질)는 결국 V리그 역대 최악의 외국인 선수를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됐습니다.

윌로우는 과연 대니와 브루나 중 어느 쪽에 가까운 선수가 될까요?

본인도 한국에 이름을 남길까요? 아니면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아빠만 유명한 선수로 남을까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