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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확정' 윤이나, 징계 절반으로 깎여…'엇갈린 여론' 실력으로 잠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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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지난 2022년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 우승자 윤이나.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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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플레이’로 물의를 일으킨 윤이나가 복귀한다.

윤이나는 오는 3월 20일부터 국내에서 열리는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대한골프협회(KGA)에 이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도 징계 감면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징계 전 2022년 퀸즈 크라운에서 우승한 윤이나는 2024시즌까지 정규투어 시드를 확보해놨기에 곧장 대회에 출전이 가능하다.

◆ 흥행 주도한 ‘장타 퀸’

2022년 KLPGA투어에 데뷔했다. 300야드를 넘나드는 호쾌한 장타, 시원시원한 플레이로 인기를 끌었다. 장타자라는 확실한 캐릭터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루키로서 치른 첫해 7월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 생애 첫승까지 올리며 KLPGA투어의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그의 장타 비결은 크게 두 가지다. 170cm의 탄탄한 체구는 장타를 칠 수 있는 기본을 잘 갖췄다. 여기에 근력량도 좋아 힘을 잘 쓴다.

신체조건만 좋은 것이 아니다. 신체조건을 잘 활용하는 스윙까지 더해 투어 넘버원 장타자로 거듭났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장타자로 이름을 날리곤 했다. 고교 시절에도 100마일 안팎의 스윙 스피드를 낼 정도로 힘이 좋다는 평을 들었다. 프로 데뷔 초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50~255야드였다. 그러다 지난해 약 10야드 가까이 더 늘었다. 지면반력을 이용한 스윙을 완성한 뒤 장타도 업그레이드됐다.

◆ 뜨거웠던 징계감경 논란

하지만 윤이나는 2022년 6월 KGA 주관 내셔널 타이틀 DB그룹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오구 플레이를 하며 필드에서 볼 수 없었다. 2라운드 결과 컷 탈락했다. 한 달 뒤인 7월 KLPGA 투어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 출전 도중 해당 사실을 KGA에 자진 신고했다.

KLPGA가 징계를 결정하기 전 KGA도 윤이나에게 3년간 대회 출전 정기 징계를 내렸고, 윤이나 본인도 이를 수용함으로써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윤이나의 징계 감경 문제가 도마위로 올랐다. 당시 KGA는 공정위원회를 열어 윤이나에게 내려졌던 3년간의 출전 금지 징계를 1년 6개월로 감경하겠다고 발표했다.

KGA 공정위원회는 윤이나가 협회의 징계 결정에 순응한 점, 50여 시간의 사회봉사활동과 미국 마이너리그 골프투어 13개 대회에서 받은 상금 전액을 기부하는 등 진지하게 반성했다는 점 등을 들어 징계 감경을 주장했다.

팬들 사이에서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윤이나 편에 선 팬들도 적지 않았다. KGA 공정위원회가 윤이나의 징계를 경감한 이유 중 하나가 팬들이 보낸 ‘5000여건 이상의 탄원서’였다. 하지만 여전히 윤이나의 행동은 중징계가 마땅하다는 생각을 가진 팬들도 많았다. 어떤 시각에서 봐도 오구 플레이 늑장 신고는 KLPGA의 입장처럼 ‘심각한 부정행위’이기 때문이다.

KLPGA 이사회에서도 윤이나의 징계를 함부로 풀어주면 안 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들의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지난해 10월, 대한골프협회 징계 감경 후 KLPGA 투어에서 뛰는 70명 이상의 선수를 대상으로 비공식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선수 전원이 윤이나의 투어 복귀를 반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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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가 우드샷을 날리고 있다.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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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갈린 여론’ 남은 과제

징계가 풀렸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정신적인 징계를 받을 시간이다. 오구 플레이를 신고한 시기가 늦었던 만큼 실망한 팬들도 많다. 대회에 출전하면 팬들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야 한다. 다른 선수들의 냉담한 반응도 버텨야 한다.

윤이나의 징계 경감 및 조기 복귀에 대한 여론은 아직까지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윤이나는 아직 어린 데다 300야드 이상의 장타를 자랑하는 ‘흥행 스타’의 재목인 만큼 3년 동안 프로에서 뛰지 못하게 하는 건 비즈니스적으로 현명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윤이나가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매너’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징계 기간을 다 채우지도 않고 복귀하는 건 어불성설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비오, 송보배처럼 중징계를 받은 프로가 징계를 경감받아 예정보다 빨리 국내 무대에 복귀한 전례가 있긴 하다. 윤이나의 행동은 ‘손가락 욕설’ 김비오나 ‘판정 불만으로 말미암은 기권’ 송보배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라는 평이 많다.

일각에선 윤이나가 가장 원만하게 복귀하는 방법은 징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3년 후 떳떳하게 복귀하는 것이라고 내다본다. 하지만 윤이나는 조기 복귀를 택했고 그에 따른 논란, 팬들과 동료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스스로 감당할 몫이 됐다.

‘정직한 승부’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골프 규칙을 어긴 건 프로선수로서 자격을 상실할 만큼 엄중한 사건이다. 쉽게 풀어주면 안된다는 의견과 한 번 실수로 선수 활동을 장기간 중단시키는 건 가혹하다는 의견이 여전히 팽팽하다.

향후 윤이나의 매너있는 플레이가 더욱 중요해졌다. 한번 잃은 신뢰를 되찾기 위해 오로지 정직한 실력만으로 보여줘야 한다. 우승 없이도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해온 윤이나가 본인의 시대를 다시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형연 기자 jh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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