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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한국인 메이저리거 소식

"미국에 도전했던 그 누구보다 이정후가 잘할 확률이 높다" 추신수가 바라본 이정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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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선배로서 추신수는 이정후가 "미국에 도전했던 그 어떤 선수보다 잘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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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추신수가 23년 야구 인생을 풀어놓았습니다. 달라진 한국 야구의 위상과 더불어 후배들의 가능성도 내다봤는데요.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둔 이정후에 대해 "미국에 도전했던 그 어떤 선수보다 잘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면서 "먼저 다가가고 잘 스며들어야 하는데, 이정후의 잘 웃는 모습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마지막 시즌 앞두고 기자회견 열었는데

=한국 온 지 올해로 4년 됐고 미국에서 선수 생활하면서 많이 응원해주시고 찾아주셔서 이렇게 찾아뵙고 인사 드리게 됐다.

-구단과 논의할 때 팀에 필요한지 아닌지 봤다 했는데, 구단에서 어떻게 이야기했는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샐러리캡 때문에 큰 문제였고, 구단에서도 선뜻 제안하기가 상황상 여유분이 별로 없다고 말한 걸로 알고 있다. 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보다는 '저를 필요로 하는 팀에 뛰고 싶다'는 게 첫번째 제안이었다. 그에 대한 답을 듣고는 그 다음은 제가 결정하겠다 하고 그 자리에서 나왔다.

-최저연봉 기부하는 등 멋진 선택을 한 배경은

=지인들은 굳이 그렇게까지 희생하면서 해야 되냐고 말씀하시더라. 저는 희생이라 생각 안 한다. 더 큰 그림을 보고 있고, 한국에서 선수들과 뛴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선배로서 제가 해줄 수 있는 거다. 같은 야구를 하는 후배들이 더 잘 됐으면 해서 제 마음이 시킨 거다. 희생이란 단어가 제 결정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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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일) 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과 만난 추신수 선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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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원하던 우승도 했고 이룰 것 다 이뤘지만 현실 고민할 땐 마음과 머리가 달랐는지

=머리로만 생각했으면 그만두는 게 맞다. 마음은 이 팀이 일시적이지 않고 더 오랫동안 강팀이 되는 걸 바랐다. 이 팀에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선수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호흡하고 소통하며 할 수 있는 게 뭔가 있겠다 싶어서 선택했다. 제가 1군에 있는 것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더라. 2군 가서도 제가 할 일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 작년에 부산 가서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점이 있었다. 2군 선수들과도 같이 생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머리로 생각했을 땐 은퇴 시점이 맞다고 생각한 이유는

=아무래도 저는 혼자만의 몸이 아니고 또 가족이 있고. 아내가 한국 오는 것까지 괜찮은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되느냐, 차라리 크고 있는 우리 아이들 위해서 좀더 시간 가지고 아이들 야구하는 것도 봤으면 좋겠다 했다. 저는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아이들은 놔두면 혼자 더 잘 큰다고 이야기했다. 같이 있으면 더 스트레스 받는다고. 피 한 방울 안 섞인 우리 선수 후배들이지만, 저는 3년동안 있으면서 후배보다 동생이라 더 많이 느끼고 있다. 동생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자신들의 야구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마음이 결정했다. 이미 다 결정한 거라 되돌릴 순 없다.

-지난 시즌 돌아본다면

=많이 아쉽다. 모든 팀이 그렇겠지만 저희도 우승을 위해 준비했고 그 앞까지 가서 못했단 거에 대해선 어떻게 보면 큰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경기 끝나고 선수단에게 그 아픔과 슬픔을 잊지 말고 기분을 유지하면서 내년 시즌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가 지금 겨울에 야구장 와보면 선수들이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에 감사하고. 또 좋은 성적 내기 위해서 잠시 쉬어가는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아픔을 잘 견디고 준비해서 올해는 내년과 다른 시즌이 될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다.

-새로 바뀐 감독, 단장과 미팅하셨을 텐데 어땠나

=단장님은 오늘 처음 뵈었고 감독님은 며칠 전에 식사 자리에서 대화했는데 정말 기분 좋은 식사 자리였다. 집에 가면서 기분이 좋았고 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좋은 대화 많이 나눴다. 야구에 대한 생각과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되는지 이야기하면서 저와 생각이 같은 게 많다고 느꼈다.

-예를 든다면

=일단 소통, 대화를 크게 생각한다. 그리고 저희가 나이 많은 팀이다 보니까 고참 선수들의 체력 안배나 경기 운영에 관해서 어떻게 관리해줄지에 대한 부분이 저랑 거의 똑같다.

-올 시즌 최고령 관련 기록 달성 가능한데, 기록 욕심은

=전혀 없다. 왜냐하면 빠른 시일 내 누군가 깰 것 같다. 기록이나 숫자에 대해서 야구를 한번도 시즌 준비해본 적 없다. 일년 더 뛴다고 해서 대단한 기록 세우겠단 것보다 팀 우승을 할 수 있는 그 길에 같이 하고 싶은 거다. 제가 떠난 뒤에도 이 팀이 좋은 문화와 바른 길을 갔으면 한다. 잠깐이 아닌 오랫동안 강팀이 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주고 싶다.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부상만 안 당하면 어느 정도 경기 출전 수만 정해진다면 기록에 대한 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혹시 내년에 다른 구단에서 원한다면 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제가 SSG 지명 받았을 때부터 한국에 온다는 생각 갖고 야구를 했던 건 아닌데 정말 운명처럼 오게 됐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던 코로나 시기이기도 했고. 미국에서도 제안이 다섯, 여섯 개 팀 있긴 했지만 저도 생각이 없었는데 정말 자연스럽게 이렇게 오게 된 것 같다. 이미 발을 내딛다보니까 제가 젊은 나이면 모르겠지만 이제 끝날 나이인데 굳이 다른 팀에 가서 하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한다.

-김강민 선수랑 상대로 만나게 되는데 어떤 느낌인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저도 상상 안 된다. 제가 처음 한국 와서 누구보다 제 옆에서 도움 많이 줬다. 저는 한국 사람이지만 미국에 오래 있다 보니까 한국 문화를 많이 잊고 있었는데 옆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어떤 목표에 항상 같이 존재하던 친구였는데, 그런 친구가 갑자기 가게 돼 많이 아쉽다. 가서 잘했으면 좋겠고 한화 결정이 틀리지 않다는 걸 입증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마음 아픈 건 이젠 제쳐두고 다시 올 시즌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을 순 없다. 저 또한 마찬가지이고 모든 선수들이 선수 보낼 땐 다 마음 아파하지만 이젠 그러기보다 저희 것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오랫동안 강팀이 될 수 있는 문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뎁스가 강해야 된다. 야구는 1군 엔트리 선수로 한 시즌을 다 치를 수 없다. 누군가 항상 변수가 생기고 부상 당했을 때 2군에서 올라온 선수가 그 선수의 빈 자리를 최소화하는 게 강팀이다. 그런 선수가 한 포지션에 기본적으로 한두 명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최정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면 최정만큼 기록 낼 순 없지만 그 공백이 크게 느껴지면 안 된다. 그러려면 밑의 선수들도 한번씩 나가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의 기회를 받아야 된다. 그래야 밑의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서 1군 올라왔을 땐 일주일에 한두 번 나가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일주일에 한 번은 스타팅 나간다 그렇게 하고 최정 같은 경우는 젊은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휴식을 주고. 그런 게 잘 돌아가야 되는데 사실 일주일 경기 안 나가다 나가게 되면 감각이 떨어져서 치기 쉽지 않다. 저도 예전에 메이저리그 데뷔할 때 그런 경험 되게 많았다. 아무리 준비 많이 해도 실전과 연습은 다르다. 어느 정도 기회를 어린 선수들에게 주면서 위의 선수들도 어느 정도 불안함도 가져야 한다. '어, 이 선수가 잘하네. 나도 정신 차려야겠다' 그런 게 잘 융화 돼야 강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에서 16년 뛰었는데 이정후 같은 후배들의 진출 보면서 어땠나

=정말 좋은 현상이다. 제가 메이저리그 꿈꿨을 땐 박찬호 선배 계셨듯이 누군가의 출발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김하성 선수가 골드 글러브를 아시아 선수로서의 편견을 깨고 받으며 미국에서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이정후 선수를 3년 동안 상대하면서 어린 나이에도 타석에서 하는 행동들, 침착함, 스타성, 인성을 봤을 때 정말 상대팀이지만 괜찮은 선수라는 생각을 항상 했다. 메이저리그 진출해서 이정후가 성공할 거란 확신은 못 드린다. 미국이란 곳은 정말 대단한 곳이고 세계에서 야구를 잘 한다는 사람들만 모여 평균이 없다. 만만한 선수도 없고 수비의 수준도 많이 다르고. 하지만 제가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미국이란 곳을 도전했던 그 어떤 선수보다 잘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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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와 대형 계약을 마치고 지난달 입국한 이정후 선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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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고참 선수들은 대만을 가든 플로리다를 가든 결정 편하게 하라고 했다던데

=저는 플로리다 간다. 선택권을 줬는데 모든 선수들이 플로리다 가는 걸로 알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을 선수들에게 말했던 건 캠프라는 곳은 우리가 시즌 끝나고 다 집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처음 만나는 곳이란 거다. 훈련도 훈련이지만 더 중요시 여기는 게 같이 선수들끼리 생활하고 같은 공간에서 밥 먹고 대화하고 웃고 떠들고 하는 거다. 커피 한 잔 마시더라도 그게 팀 문화라 생각한다. 특히 이번엔 감독도 코치도 바뀌었는데 캠프 동안 서로 대화하고 알아가는 시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훈련 외에도 할 것 많고 훈련이 전부가 아니란 거다. 선택권은 줬지만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되는지 현명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주장으로서의 마인드는

=소통을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 어린 선수들 이야기도 다 듣고 싶다. 거기서 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그래도 한두 개보단 스무 개가 낫다. 그리고 문제점이 있으면 빨리 대화하고 소통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참고 곪아서 크게 안 만들었으면 좋겠단 거다.

-은퇴 투어하는 것 봤을 텐데 욕심 있나

=없다. 저는 한국 야구에서 오래 뛴 게 아니고 미국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은퇴 투어의 개념이 다른 것 같다. 대호, 강민이나 이런 선수들은 하는 게 당연히 맞는데, 저는 한국 야구에서 뛴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 부분은 제가 받기가 조금 부담스럽다.

-한국 와서 책임지고 많이 바꿨지만 또 바뀌었으면 하는 KBO 문화는

=미국도 완벽하지 않고 바뀔 것 있지만, 우리는 시설 같은 부분들이 아직까진 열악하다. 한 가지를 이야기한다면 원정팀은 홈팀보다 열악하게 해야 홈팀이 유리하단 건 옛날 생각이란 거다. 스포츠는 동등하게 해야 한다. 홈팀처럼 완벽하게 모든 시설을 구비해 줄 순 없지만 최소한 느낄 수 있게끔 원정팀도 샤워실이나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 좀더 잘 돼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같은 경우는 원정을 가도 하루 전에 요청만 하면 경기장을 두 시간 정도 쓸 수 있다. 홈팀이 훈련하기 전에 쓸 수 있는데 그렇게 해야 훈련량 부족한 선수들 없도록 만든다. 한국은 그게 아직 안 된다. 6시 30분 경기인데 4시에 야구장 가서 4, 50분 주어진 시간 내에 경기를 한다는 건 야구는 힘든 스포츠인데 그 훈련 시간으로 하기엔 부족하단 거다.

-청라 돔구장 개장하는데 그때까지 뛰고 싶은 생각은

=욕심이야 있는데 4년은 더 해야 된다. 저는 솔직히 하라면 하는데, 선수들에게도 그렇고 한국 야구에도 그렇고 제가 선수말고라도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끝나고 나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현역 마친 뒤 지도자 등 계획에 대해 고민해봤나

=안 해봤다면 거짓말이다. 정확히 어떤 걸 하겠다는 건 없다. 저는 이 팀에 진심이고 이 팀이 오랫동안 강팀이 되는 거에 도움되고 싶은 사람이지 어떤 자리에 앉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야구만 오래 했다 뿐이지 지식은 없어 배우고 싶고 준비돼있는 사람이고 싶은 거다. 앞으로 어떤 직책이나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구단이 저란 사람을 원했을 때 좀더 준비돼있으면 한다.

-2024년이 팬들에게도 마지막 한 해가 될텐데

=제가 재계약하면서 구단과 제일 처음 상의한 부분이다. 저는 미국에서 야구를 오래 하다보니까 한국 팬들과 같이 소통하고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연장하면서 제시했던 게 팬과 같이 할 수 있는 이벤트나 행사를 많이 했으면 좋겠단 거다. 저희가 144 경기인데 홈이든 원정이든 제가 착용했던 유니폼을 사인해서 증정한다든지 팬들에게 어떻게 가까이 다가갈지 소통하고 있다. 어쨌든 저는 빈손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가서 야구라는 것 때문에 저란 사람도 만들고 팬도 생겼다. 그런 걸 이제 다 드리고 싶다. 나중에 은퇴하고도 할 수 있겠지만 마지막 현역일 때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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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시즌을 앞둔 추신수는 선수들을 이끌어 우승 트로피를 들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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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어떤 해가 될 거라 보는가

=기자회견장 오기 전에 구단 사무실 처음 갔다왔는데, 제일 눈에 띈 게 2022년 우승 트로피다. 그거 보고 다시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저는 그거면 된다.

-고우석 선수의 메이저리그 가능성을 본다면

=가능성은 당연히 있지 않겠나. 미국에서 관심 있단 건 어느 정도 실력 검증된 선수란 거다. 저도 상대해봤지만 치기 쉬운 공 아니고 한국에서 나오기 힘든 스타일의 선수이다. 제가 보는 관점에선 그런 선수들이 미국엔 굉장히 많단 거다. 잘하고 못하고는 본인이 이제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 저는 누구든지 미국 진출은 환영한다. 사람들이 실패라 하든 도전도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가서 잠깐이지만 갔다가 와서 성장하는 걸 보면 저는 값어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이정후 선수가 어필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실력으로 하는 게 제일 크고 야구 외적으로는 일단은 거기 잘 스며들어야 한다. 김하성이 골드 글러브 타기 전 기량이 좋았을 때를 보면 어느 순간 안타를 치고 홈런을 치면 세리머니를 하더라. 팀과 잘 어울리고 거기 스며들면서부터 실력이 제대로 나왔다. 그래서 아마 제 경험도 그렇지만 그 팀에 내가 이방인이란 생각을 안 주게끔 해야 한다. 영어야 당연히 안 되겠지만 처음에 안 되더라도 웃고. 이정후 웃는 모습 좋다. 항상 먼저 가서 장난 치고 웃고 그런 모습. 미국에선 사람들이 발음 이상해도 가르쳐준다. 노력하려 하니까 웃고 놀리기보단 그런 걸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항상 다가가고 인사 먼저 하고 잘 웃고 이런 것들.

-메이저리그 개막전 열리는 것 보면 우리나라 위상 올라간 것 느끼나

=저도 미국 있을 때 한국 개막전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한번도 성사된 적 없었다. 이렇게 하는 게 대단한 발전이다. 한국 야구가 그만큼 더 많이 발전해야 된다 생각한다. 메이저리그 구단을 한국에 초청해서 경기할 정도이면 우리 프로야구 네 시즌 더 단단해져야 되고 더 좋은 쪽으로 많이 가야 된다 생각한다.

-우승 떠나서 마지막 시즌 어떻게 보내고 싶고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우승을 마지막 시즌에 하는 게 제일 좋은 그림이다. 우승 못해도 초라한 성적만 아니었으면 좋겠는 게 진심이다. '1년 더 해도 되겠는데' 그런 이야기 들으면 더 좋을 것 같고 우승도 하면서 저도 성적 내면 좋은 거지만 제가 생각하는 만큼 되는게 아니다 보니까. 그렇게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고. 저희 선수들도 의리가 많은 선수들이라 제가 마지막 시즌이라 하니까 열심히 하더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굉장히 긍정적으로 좋게 생각하고 있다. 좋은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시즌 앞두고 동갑내기 선수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오랫동안 선수 생활 하기 쉽지 않은데 친구지만 대단하다. 나이 많음에도 버티는 게 아닌 실력으로 입증해서 아직까지 그 자리에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나이가 많기 때문에 부상에 많이 노출돼있으니 몸 관리 잘해서 아프지 않게 1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아들이 KBO에서 뛴다고 한다면

=모든 건 본인 선택이다. 저는 서포트해주는 사람이지 결정해주는 사람 아니다. 한국 가고 싶다 그러면 몇 가지 옵션 주고 선택은 본인이 하는 거다. 좋은 선배는 정확한 하나의 답을 주는게 아니라 많은 옵션을 주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제 자식이지만 강요하고 싶진 않고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고 도와줄 거다.

-아들이 아버지 뛰어넘는 피지컬인데

=둘 다 이미 저보다 크다. 좋은 거고 축복받은 거다. 저는 학교 다닐 때 왜소하고 마르고 키도 작았는데. 본인이 타고나고 받은 걸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저는 그런 이야기 많이 한다. 하늘이 주신 재능을 잘 이용해야 한다고.

-기부하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미국에서도 많이 했는데 언론에 안 나와서 그렇지 기부라는 게 저는 이렇게 했다고 하는 게 좀 민망하더라. 한국 와서는 도드라져 나오는 건데, 미국에선 기부라는 게 돈을 얼마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제 시간을 빼서 하는 것도 기부다. 굳이 돈으로 하는 게 기부가 아니고 잠깐 학교 가서 가르쳐주는 것도 기부다. 한국 프로야구 스포츠계가 그런 식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여유가 있으면 금액으로 기부하고 그게 아니면 시간 써서 무언가 하는 거다. 미국에선 그게 굉장히 자연스럽다.

-자동 볼스트라이크 등 내년 새로워지는 것들은 어떤가

=다른 건 모르겠는데 로봇심판은 확답 못 드리겠다. 너무 장단점이 확연히 보인다. 저도 예전엔 오심도 야구의 일부분이다 생각한 사람인데, 또 어느 순간엔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결과를 내려고 했는데 오심으로 무산되면 아쉽고 그런 게 공존하다 보니까. 정말 로봇심판이 정확히 되는 거라면 문제 없겠지만 오차가 생기고 그로 인해서 시간 더 길어질 수도 있다.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라 생각했는데 조금만 빠져도 볼이라 그러면. 경기 시간 단축하려 하는 거지만 오히려 길어질 수도 있고 저는 약간 복불복 같다. 무언가 도입하려면 일정 시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잘 됐는지 저도 들은 정보가 없다 보니까. 선수들이 준비하거나 인지하는 기간이 너무 적단 거다. 1, 2년 정도 최소한 기간 두고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올 시즌 각오 전한다면

=연장하고 2024년 주장도 새로 맡게 됐다. 팀이 힘든 시간 속에 이렇게 큰 임무도 맡게 됐는데, 저는 선수들이 잘 해낼 거라 믿는다. 저도 마지막 시즌인 만큼 선수단 잘 이끌어서 2022년 경험했던 우승 트로피 다시 한번 올리고 멋지게 야구장 나가는 그림을 한번 만들어보겠다. 야구장 많이 찾아주시고 SSG 응원 많이 부탁드린다.



정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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